[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신뢰를 중시하는 일본 기업들이 실적지상주의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도시바에 이어 후지필름홀딩스 산하 후지제록스가 회계조작 파문에 휩싸이면서 일본 열도는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후지필름홀딩스의 스케노 겐지 사장은 지난 12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후지제록스 회계부정에 대해 사죄한데 이어 13일 NHK 등 일본 언론들은 부정회계의 책임을 물어 야마모토 다다히토 후지제록스 회장 등 6명의 고위 경영진을 이달 말까지 퇴임시킨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후지필름은 지난 4월 후지제록스의 뉴질랜드 판매 자회사에서 복합기 임대 거래를 둘러싸고 2010년부터 6년간 약 220억엔(약2260억원)에 달하는 분식 회계를 확인한 이후 뉴질랜드 자회사를 추가로 조사한데 따른 결과다.


후지제록스 부사장 등은 뉴질랜드 판매 자회사가 매출을 과도하게 계상한 사실을 파악했지만 모회사 후지필름에는 문제없다고 허위보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후지제록스 뉴질랜드 판매자회사에서 복합기 임대에 대한 회계부정을 통해 220억엔의 손실이 발생했고, 호주 판매자회사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해 지난 6년간 양사 합계 375억엔(약 3850억원)의 총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후지제록스의 부정행위의 원인을 ‘매출지상주의’로 꼽았다. 해외 자회사 임원 등의 보수가 매출에 연동돼 있는 것이 실적 부풀리기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후지필름 고모리 회장 등의 4~6월 월급 10%를 반납하기로 결정하고, 고위임원 상여금도 줄이기로 했다. 또한 부정회계에 관여한 해외현지법인 간부 등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인 조치도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후지제록스는 후지필름 연결매출의 약 50%를 차지하면서 그룹 내에서 큰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 후지필름은 후지제록스의 주식 75%를 보유하고 있지만 경영 통치권이 적절히 발휘하지 못한 것도 이번 사건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글로벌 경영시대에서 일본회사들의 해외에 있는 자회사나 손자회사, 증손자회사 등을 통한 부정행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오키전기공업의 경우 스페인 그룹회사에서 회계부정이 발각됐지만 증손자회사였다.


도시바가 2006년 인수한 미국 웨스팅하우스도 이런 배경에서 10조원 정도의 회계부정이 발생한 바 있다.


도시바는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에서 발생한 거액 손실을 매우기 위해 알짜 사업인 반도체 사업을 매각하려고 하는 등 그룹의 존폐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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