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으로 쉽지 않다”…美 정가 트럼프 길들이기?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칫 탄핵까지 몰릴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9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던 제임스 코미 美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전격 해임하면서 美 정가에 ‘트럼프 탄핵론’이 촉발된 것이다.


다만, 코미 전 국장은 지난 8일 미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에 직격탄이 될 만한 증언을 쏟아냈으나, 트럼프 대통령 측은 코미 전 국장의 증언을 정면으로 반박한데 이어 코미 전 국장을 책이나 팔려는 거짓말쟁이 몰아붙이고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될만한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은 탓에 코미 전 국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입씨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트럼프 대통령과 코미 전 국장 간의 진실게임 공방으로 치닫고 있는 진짜 이유를 짚어봤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 때문에 해임”


트럼프 침몰시킬 ‘스모킹 건’ 없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9일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전격 해임하면서 탄핵론이 대두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을 해임한 이유는 코미 전 국장이 지난 3월 미 하원 정보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대선 기간 동안 트럼프와 러시아가 내통했다는 의혹,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언급한 것이 발단이 됐다.


러시아 스캔들은 지난해 대선에서 러시아 해킹팀이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돕기 위해 선거운동 기간 동안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난처하게 만들 정보들을 해킹한 뒤, 이를 의도적으로 유출시켜 클린턴 후보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뢰를 약화 시키려 했다는 의혹이다.


코미 전 국장의 해임으로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일각에서조차 트럼프 대통령에게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로 자신과 러시아 정부가 동시에 수렁에 빠질 위기에 직면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차단키 위해 코미 전 국장을 전격 해임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과 공화당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 사이의 연계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을 거세게 주장했고, 미 법무부는 지난달 17일 로버트 뮬러 전 FBI 국장을 특검으로 임명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이 러시아 대사와의 만남을 숨긴 사실이 드러나 러시아 관련 수사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힌 이후 러시아 스캔들 의혹을 총괄하고 있는 로젠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은 뮬러 특검에게 트럼프 대통령 캠프 관계자와 러시아 정부 사이의 연계 및 협력 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폭탄 발언 쏟아낸 ‘코미’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임된 코미 전 국장이 지난 8일 미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격탄이 될 만한 증언들을 쏟아냈다.


미 언론 등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코미 전 국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회동 당시)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중단하라고 (직접적으로)요청하지는 않았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대한 수사중단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코미 전 국장은 “매우 충격적이었다”면서 “나는 이것을 (러시아 스캔들)수사를 중단하라는 지시로 받아들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방해 압력을 행사했음을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서는 “러시아 수사와 관련해 법적으로 유죄가 될 수 있는 위험한 상태”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 당시 플린 보좌관 수사 중단 압력이 잘못된 것이라고 즉각 반박하지 않은데 대해선 “내가 더 강했더라면 그랬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나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의)대화에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신이 해임된 사유와 관련해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를 해임한 사유에 대해 (나를 비난하는 것으로 언론에)설명하는 것을 보고, 특히 러시아 관리들에게 ‘러시아 때문에 엄청난 압력에 직면했는데 이제 덜어냈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혼란스러워지고 매우 우려스러워 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직격했다.


이어 “러시아 스캔들 수사 때문에 해임됐다는 게 내 판단”이라며 “어떤 면에서는 러시아 수사가 진행되는 방식을 바꾸기 위한 의도에서 내가 해임된 것이고, 이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청문회에 출석하기 전 이른바 ‘코미 메모’라 불리는 메모가 언론에 유출된데 대해선 “내 판단은 이 문제를 공론화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고, 그래서 내 친구 중 한 명에게 그 메모를 기자와 공유하라고 했다”며 “그렇게 하면 특검이 임명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코미 메모는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트럼프 대통령과 코미 전 국장이 지난 2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동한 내용을 코미 전 국장이 기록한 2쪽 분량의 메모를 말한다.


플린 전 국가안보 보좌관이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에게 FBI 수사를 중단토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지난 8일(현지시간) 워싱턴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 출석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의 러시아 내통의혹 수사 압력에 관해 증언하기 전 의장 발언을 듣고 있다.

트럼프 측 “코미는 책 팔려고 나선 거짓말쟁이”


코미 전 국장의 이 같은 청문회 증언에 트럼프 대통령 측은 반발했다.


코리 루언다우스키 전 트럼프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은 지난 10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미 전 국장이 1000만 달러(112억 5000만원)의 출판 계약을 맺었다는 언론보도를 언급하면서 “코미 전 국장은 책을 팔려고 나선 거짓말쟁이”이라고 힐난했다.


코미 전 국장을 해임시킨 당사자인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코미의 정보유출(코미 메모)은 상상했던 것 이상의 불법적, 매우 비겁하고 훨씬 더 만연한 것”이라며 기밀 유출에 해당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9일에도 트위터에 “코미 전 국장은 기밀유출자”라고 힐난했다.


이와 같이 코미 전 국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서로를 힐난하고 입씨름을 벌이면서 상황은 진실공방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미 의회 코미 테이프 제출 요구


공화당, ‘트럼프 견제하기’ 작업?


‘코미 테이프’ 있나, 없나?


이들의 입씨름은 코미 전 국장이 청문회에서 핵폭탄급 증언을 쏟아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침몰시킬만한 결정적 증거가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코미 테이프’를 미 의회에 제출해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전 국장을 해임시킨 지 사흘 뒤인 지난달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코미는 언론에 정보를 흘리기 전에 우리의 대화 내용을 담은 테이프가 없길 바라야 할 것”이라며 자신과 코미 전 국장과의 대화 내용이 녹음된 테이프의 존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집권여당인 공화당 소속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은 지난 11일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과의 비공개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를 갖고 있다면 이를 2주 내로 (의회에)제출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같은 공화당 의원인 제임스 랭크퍼드 상원의원도 “테이프가 있다면 의회 법사위원회가 듣는 것이 맞다”며 신속한 제출을 촉구했다.


이어 “우리는 모든 팩트를 파악해야 한다”면서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과 코미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를 아는 것은 진행 중인 의회 수사에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를 위협하고 겁박하기 위해 테이프가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 바 있다”며 “만약 어딘가에 테이프가 있다면, 트럼프는 이를 즉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스로 무덤 판 트럼프?


도청 파문으로 자진 사퇴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백악관이 상대방의 동의 없이 녹음을 하는 것은 사실상 금기시 되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가 코미 전 국장과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테이프가 있음을 시사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코미 전 국장의 주장 외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저지키 위해 코미 전 국장을 해임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없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여부를 입증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코미 테이프가 의회에 제출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탄핵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즉,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최순실 씨의 태블릿 PC처럼 코미 테이프가 스모킹 건이 될 수 있다는 것.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한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테이프의 존재 가능성을 시사한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가만히 있으면 혐의를 벗을 수도 있는데, 수사에 대해 부적절하게 말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어서 물러나게 되는 역사상 첫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을 언급했다.


▲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네티컷주 뉴런던에서 열린 해양경비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피곤한지 눈을 감고 있다.

탄핵 절차 밟는 민주당?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저지키 위해 코미 전 국장을 해임한 사법방해는 중범죄로 분류되기 때문에 탄핵 사유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게 미 정가의 시각이다.


만약 미 하원에서 복수의 탄핵 사유에 대해 개별적으로 투표한 결과 한 가지라도 과반 찬성이 나오면 탄핵소추안은 가결된다.


하원에서의 탄핵안 가결은 대통령이 기소된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니게 되고, 이어 탄핵안은 상원으로 넘어간다.


상원에서는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와 마찬가지로 탄핵심판을 진행하는데, 연방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고 상원의원들이 배심원단 역할을 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탄핵 사유에 대한 유·무죄를 판단해 대통령 파면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상원의원 3분의 2이상이 유죄라고 판단하면 대통령은 곧바로 파면되고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이어받게 된다.


현재 민주당 앨 그린 하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초안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2월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의 인준을 위해 개최된 미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 광경. 미 상원의 트럼프 러시아 내통의혹과 관련해 최근 세션스를 비롯한 트럼프 정부의 각료들까지 의회의 소환대상이 되고 있다.

역사에 한 획 그을까…최초의 파면 대통령?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시키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권여당인 공화당은 하원 전체 의석수 435석 가운데 241석을 차지하고 있다. 민주당은 194석이다. 상원 역시 100석 가운데 52석이 공화당, 48석이 민주당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되기 위해선 민주당 하원의원 전원이 찬성해야 하고 여기에 공화당 의원 24명이 찬성해야 한다.


상원에서도 공화당 의원 19명이 유죄라고 판단해야 하는데, 집권여당인 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리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 1998년 탄핵 절차가 진행됐으나 상원에서 탄핵안이 부결됐고,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위기에 몰렸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탄핵 절차 직전 자진사퇴 함에 따라 미국 역사상 파면된 대통령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한 외교 소식통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미국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나라인데, 트럼프가 당과 상의 없이 돈키호테 식으로 국정을 운영하다보니 공화당 일각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소식통은 “그러나 공화당 입장에서는 트럼프를 탄핵시키기 위함이라기보다 길들이기, 다잡기 위한 수순이지 실제로 파면까지 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경우 트럼프를 흔들어 조기 레임덕을 부추기고, 이를 발판으로 트럼프의 연임을 저지키 위해 집권 초기부터 탄핵 여론에 불을 지피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다만, 뮬러 특검 수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심각한 결격사유가 드러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최초의 파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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