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은규변호사, 박보람변호사

[스페셜경제=신은규 변호사·박보람 변호사]사무장병원의 과도한 속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이 고갈되어 파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 및 제2항은 사무장병원이 요양급여를 지급받은 것을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것으로 보아 해당 요양기관 또는 그 개설자에 대하여 ‘보험급여나 보험급여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무장병원에서 환자에 대한 ‘정상적인’ 진료행위가 있었던 이상 ‘허위진료 및 과잉진료’가 있었던 것과는 달리 사무장병원이 요양급여를 청구한다고 하여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을 고갈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병원이 의료비 중 일부를 환자가 아닌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취지에 따라 국민인 환자의 의료비에 대한 사회적 연대를 실현한 것이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입장에서는 마땅히 지출되어야 할 비용을 지출한 것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관련 규정을 살펴보면, 현재 시행 중인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 부당이득징수 규정이 개정되기 전인 구 국민건강보험법(법률 제11141호, 2011. 12. 31. 전부개정) 제57조 제3항을 보더라도, 보험자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에 대하여 이를 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을 뿐이므로, 해석상 부당이득의 징수 대상이 ‘허위 및 과다하게 이루어진 보험급여’만으로 한정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사무장병원의 과도한 속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이 고갈되자 의료법을 위반하여 개설된 의료기관에 대하여도 보험급여를 징수하기 위하여 국민건강보험법의 일부 개정을 통해 제57조 제1항 및 제2항에서 사무장병원이 보험급여비용을 지급받은 경우에도 이를 징수할 수 있도록 명백히 규정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상 부당이득징수 규정의 도입배경을 보면, 결국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 및 제2항이 사무장병원으로부터 요양급여를 징수하는 행정 제재를 둔 것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부실을 막기 위한 정책적인 필요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록 정책적인 이유에서 사무장병원에 대하여 요양급여 환수라는 행정적인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사무장 병원 내에서의 진료가 과잉 및 허위 진료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사무장병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하여 정당한 진료행위에 대한 대가를 청구하는 행위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파탄 원인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파탄을 막기 위해 사기죄라는 강력한 형사 제재까지 인정하여 이를 처벌하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사무장병원의 요양급여비용의 청구 및 수령행위를 기망행위로 평가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굳이 이를 사기죄로 처벌하려는 의도가 ⒜ 비의료인의 불법 개원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면 너무 과도하기 때문에, 혹은 ⒝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파탄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면 위 행위가 재정파탄의 원인행위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 처벌의 당위성을 인정받기 어려워 보이는 이상 최근 법원의 판단에는 강한 의문이 제기된다.

앞서 필자가 말한 바와 같이 법원이 갈수록 지능화·대형화 되고 있는 사무장병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하려는 의도는 필자도 충분히 공감할 수는 있지만, 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한 나머지 처벌의 비례성을 상실한 것으로 보이는 최근 법원의 판단은 재고돼야 할 필요가 있다.


(by 신은규변호사, 박보람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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