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김상조 생존?…정권 초기부터 인사 문제 구설수

[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문재인 정부의 ‘협치’ 노선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 4인의 고위공직공무원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두고 청와대·여당과 야당 간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


정부와 여당은 협치 이미지를 관철시켜 국정동력을 확보하고 추후 야권의 공세를 무마시킬 필요가 있는 가운데,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작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사태에 대한 책임과 대선참패의 오명을 벗기 위해 반대의사를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다. 또 국민의당은 여당과 제1야당 사이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캐스팅 보터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이들 이해관계의 배경과 향후 전망에 대해 진단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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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 보터 ‘국민의당’ 입지 부각…강경화 채택 거부 결정


지난 8일 국민의당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해 조건부 찬성을,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거부 결정을 내리면서 문재인 정부 고위공직자 후보자 인선과정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강 후보자의 경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구성원 총22명 중 각 당 별 인원배분은 민주당 10명, 한국당 8명, 국민의당 2명, 바른정당 2명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당이 반대 입장을 확고히 하는 상황에서 국민의당까지 이에 합류할 경우 여당만의 찬성으로는 채택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조기내각으로 발족된 탓에 인수위 과정이 없었고, 이에 장관 후보자의 사전검증 작업이 원활하지 못해 검증과정에서 후보자들의 막대한 비리의혹이 쏟아지는 가운데 야당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인사검증국면이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전 정권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은 당초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분당, 대선패배 등을 거치며 야당이 된 것도 모자라 그 이미지나 입지 면에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이에 이들은 제1야당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 현 정부의 정책 하나하나에 적극적으로 반대 입장을 피력하며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바른정당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박 전 대통령 탄핵국면에 대한 책임은 한국당 보다 덜 할지라도 기본적인 보수진영으로서의 책임론이 항상 뒤따르고, 대선국면에서 ‘비유승민계’ 다수 의원들이 한국당으로 복당하며 존립자체에 대한 위기론까지 대두된 바 있다. 이에 허니문 기간만큼은 한국당과 다르게 문재인 정부에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공직 후보자들의 비리 의혹이 무수히 제기되며 문재인 대통령의 ‘5대 비리 관련자 원천배제’ 공약과 충돌을 일으키자 적극적인 반대 입장을 피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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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캐스팅 보트’ 조커카드?


국민의당은 이에 ‘캐스팅 보터’로서의 반사이익을 취하는 상황이 됐다. 여소야대 형국에서 120석을 보유하고 있는 여당만의 힘으로는 공직 후보 인준을 비롯한 각종 정책을 실현할 능력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의당 전체의석 중 40석의 비율은 과반을 넘기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 셈인 것.


국민의당 역시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가 한국당에도 뒤처지는 3위로 대선을 마무리하면서 당내외 양면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공공연히 민주당 2중대라는 조롱의 소리를 듣는 가운데, 강한 야당으로서의 면모를 강조해야 하는 입장이라는 것을 고려해보면 이들이 ‘캐스팅 보트’ 카드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은 필연적 결과라 할 수 있다.


다만 국민의당은 실제적인 국정운영에 제동을 거는 것은 지양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당 지지기반인 ‘호남’이 현 정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으로서는 캐스팅 보트를 통해 당의 입지를 부각시키는 것과 호남의 민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두 가지 과제를 모두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위협 용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전월 31일 취임한 이낙연 국무총리의 인사청문회 기간 국민의당은 강경한 반대 입장을 피력하다가도 같은달 29일 ‘대승적 인준 협조’방침을 표명하며 이 총리의 인준을 통과시킨 바 있다.


아울러 민주당이 국민의당의 이날 발표에 강 후보자에 대한 반대는 문제가 있으며 김 후보자에 대한 조건부 찬성도 “사실상 협상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라며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적극적인 설득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고, 청와대도 9일 강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과 관련해 “국회에 간곡히 요청드린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국민의당 입장에선 적정선에서 물러나주는 액션을 취할 여지가 더 생긴 셈이다.


물론 9일 김동연 후보자만 청문보고서가 통과되고, 김이수 후보자는 채택이 불발되는 등 문재인 정부의 각료 등용 문제에 여전히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다만 각 당은 논의를 거쳐 12일 재차 합의절차를 갖기로 했고, 이 기간 역시 정부·여당과 야당이 서로간의 이해관계를 따지는 시간으로 활용하겠다는 셈법이 깔려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청와대가 강 후보자의 지명 철회시 김이수 후보자의 국회 인준에는 협조하겠다는 이른바 ‘패키지 딜’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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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러한 배경이 있다하더라도 ‘살아있는 생물’인 정치를 쉽게 예단할 수는 없다. 국민의당이 캐스팅 보트 카드를 이용해 당의 입지 상승과 호남민심 얻기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공직 후보자들에 대한 인준에 반대할 수도 있는 것.


이 경우 청와대의 움직임이 가장 주목된다. 사실상 문 대통령은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 및 부적격 의견 등과는 관계없이 장관 후보자들의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가 청문 보고서를 송부하지 못할 경우 대통령은 10일 이내 범위에서 기간을 선정해 청문보고서의 송부를 재차 요청할 수 있으며, 이 기간에도 송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후보자를 공식 임명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정부는 그간 내세웠던 ‘협치’의 명분을 잃게 된다. 아울러 이는 조각 이후 정국에서도 지속적으로 야권의 공세에 노출되는 빌미가 될 수 있으므로 매우 부담이 크다. 당장만 해도 추가경정예산, 정부조직법 등에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협조를 얻어내는 과정에서 또 한 차례 홍역을 앓을 수 있고, 이러한 국면이 장기화 될 경우 국정동력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청와대 측이 야당 설득작업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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