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지혜 기자]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자는 세계적인 환경 운동에 발을 빼겠다는 결심을 밝혀 전 세계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국제사회는 물론이고 미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 AF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우리는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할 것이다. 그러나 협상을 시작할 것이고 그것이 공평한 거래를 할 수 있는지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가 동참하는 ‘파리기후변화협정’이란?


지난 2015년 12월에 팔레스타인자치정부와 유럽연합(EU)을 비롯, 총 194개 국가 및 단체가 파리기후변화협정에 가입했다. 선진국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던 ‘교토의정서’와는 달리 사실상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 구속력을 가진 기후 합의라는 데 의미가 있는 조약이다.


지난해 11월 4일부터 발효된 파리협정의 목표는 지구의 평균온도를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다.


따라서 가입 국가들은 5년마다 환경을 위한 상향된 목표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각국은 이미 첫 번째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서들을 제출하기 시작한 상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온실가스 감축 청사진을 제출했다.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6~28%를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협정 탈퇴는 예고된 수순?


이는 트럼프가 대선에 출마했을 때부터 예고된 수순이었다.


트럼프는 ‘산업 르네상스’와 ‘미국 우선’의 가치를 내세우며 쇠락한 중동부 산업지대 일반 노동자들에게 ‘굴뚝 산업 부흥’을 공약했었다. 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온실가스를 유발하는 석유 석탄 소비량을 줄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트럼프를 대선에서 조직적으로 지지했던 석유 재벌과 민영 발전소, 중공업 분야 기업들은 파리협정 이행을 반대한다.


아울러 트럼프는 탄소배출로 인한 기후 변화 이론을 부정해왔다. 대선 당시 각종 기후변화 협정을 ‘중국의 사기극’으로 치부해버리기도 했다.


트럼프의 반(反)환경 행보는 그의 행정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공개한 2018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유엔 기금을 비롯해 국제 문제와 환경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기준치를 초과하는 온실가스에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세’도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의 탈퇴가 현실화되자 파리 협정은 발효된 지 불과 반년 만에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탄소 배출량 세계 2위 국가면서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이 빠지게 되면 협정의 의미와 실효성이 크게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국제 외교무대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중국에 내주고 세계 경제 질서에 뒤처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강력 비난


먼저 국제사회는 트럼프의 협정 탈퇴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영국 테레사 메이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 전화를 걸어 실망감을 드러냈다. 총리 대변인은 “메이 총리가 (트럼프와의 전화통화에서) 영국 정부의 합의 이행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티나 피게레스 전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은 “미국은 2019년까지 탈퇴를 할 수 없다”며 “파리기후변화협정은 다국 간의 협정이기 때문에 어떠한 국가도 일방적으로 조건을 바꿀 수 없다”고 규탄했다.


미구엘 아리아스 카네테 유럽연합 기후담당 특별대표는 “트럼프의 결정이 우리에게 자극이 됐다”며 “미국의 공백은 새로운 리더십으로 채워질 것”이라 경고했다.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도 나섰다. 그린피스는 이날 성명을 내며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는 도덕적으로 파탄된 결정이며, 트럼프는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미국 내에서도 민주당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탈퇴가 결정되자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전 세계는 기후변화 대응에 함께 나가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미국의 근로자들과 가족들을 뒤처지게 하는 것”이라며 “역사적인 실수”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21세기 최악의 정책 가운데 하나”라고 일갈했다.


또한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전례에 없던 미국 리더십의 상실”이라며 “미국을 고립시키고, 미국의 영향력과 일자리를 희생시킬 것”이라고 규탄했다.


지구온난화, 美 협정 탈퇴의 영향


미국의 협정 탈퇴가 실제 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BBC는 트럼프의 협정 탈퇴에도 미국의 탄소배출량은 계속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미국은 석탄보다 가스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오바마 전 대통령의 목표치보다도 낮아질 전망이라는 것이다.


반면 CNN은 비영리 기후변화 연구단체 ‘클라이메이트 인터액티브(CI)’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정반대의 의견을 내놨다. CNN은 미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중단할 시 지구 평균기온이 약 0.3도 더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CI는 미국이 현 수준의 배출량을 유지할 시 2100년 쯤엔 지구 전체 평균 온도가 약 3.6도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이 온실가스를 감축했을 때 같은 기간 3.3도 오르는 전망에 비해 0.3도가 높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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