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지혜 기자]‘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딸 정유라씨와 연루된 이화여대 입시·학사 비리 혐의로 징역 7년을 구형받은 가운데, 최씨는 최후변론에서 딸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


지난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수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학사비리 사건 재판에서 특검은 최씨에게 부정입학과 학사비리를 주도한 혐의로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공범으로 기소된 이화여대 최경희 전 총장에게는 징역 5년을, 남궁곤 전 입학처장에게는 징역 4년을 각각 구형했다.


특검, ‘비선실세와 교육자들의 교육 농단 사건’ 규정


특검은 이날 ‘능력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는 정씨의 말을 예로 들며 “이번 사건은 일부 비뚤어진 학부모의 자녀 사랑에서 비롯된 통상의 입시비리 사건이 아니라 비선 실세와 그 위세를 통해 영달을 꾀하고자 한 교육자들의 교육 농단 사건”이라고 못 박았다.


특검은 이어 “학사비리의 실체는 정유라에게 학사 특혜를 제공하기 위해 학교 차원에서 조직적이고 비정상적인 불법 행위가 저질러졌다는 것”이라며 “피고인들은 배움을 통해 누구나 성공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회의 믿음을 무너뜨리고, 사회의 공평성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꼬집었다.


최씨에 관련해선 “재판이 끝날 때까지 ‘나는 잘못한 게 없다’는 듯한 최씨의 무소불위 태도와 거짓말을 일삼는 모습을 보면서 ‘이래서 국정농단이 벌어지는구나’라는 탄식이 나올 정도였다”며 “최씨가 법정에서 보여준 태도는 양형을 정함에 있어 결코 묵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최 전 총장과 남궁 전 처장이 청문회에서 거짓으로 증언한 혐의에 대해선 “재판이 종결되는 순간까지 거짓 변명을 하기에 급급하고 어느 한 사람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새로 취임한 이대 총장이 이 사건에 대해 사과하는 실정”이라며 “피고인들은 이번 일의 원인과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최순실, 최후변론서 딸 두둔하기 급급


재판장이 오후 변론을 마무리 한 뒤 최씨에게 최후진술의 기회를 주자 최씨는 일어선 뒤 약 6분간 종이에 써놓은 자신의 입장을 울먹이며 밝혔다.


자리에서 일어난 최 씨는 박근헤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취임하시면서 40년 지기가 떠나야 했는데, 신의를 지키기 위해서 끝까지 남은 게 잘못된 판단이었다”며 “정말 후회스럽고 절망스럽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특히 딸 정씨에 대해 언급할 때는 감정이 북받친 듯 목소리가 떨렸다. 최씨는 “딸이 귀국하는데 나쁜 아이가 아니라며 자신과 딸에 대해 선처해 달라”고 호소해 나갔다.


정씨가 과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능력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는 글을 올린 것과 관련해선 “사춘기 때 언론 비난이 심해져서 반대급부로 심하게 말한 거지, 그렇게 나쁜 아이가 아니다”라며 “그 고통은 아무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딸을 두둔했다.


그러면서 “유라는 정치적 상황으로 승마를 포기해야 했고, 모든 것을 고통으로 안고 살아왔다”라고 말한 후 울음을 터뜨렸다.


최 씨는 정 씨의 아들도 언급했다. 최씨는 “어린 손자가 이 땅에서 선입견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재판장께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최순실, 끝까지 혐의 부인


하지만 자신의 혐의에 관해선 여전히 부인했다.


최씨는 “딸의 이대 입학과 관련해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나 이대 교수들에게 어떤 특별한 부탁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이대에 돈을 준적도 없고 어떤 것을 해 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특히 “저를 향한 선입견 때문에 특검이 증거도 없이 증인에만 의존해 (정씨가) 특혜를 받았다고 몰고 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최씨는 “이번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과 이대 관계자들에게 사죄드린다”고 전했다.


최 전 총장은 최후변론에서 “모든 책임을 맡은 기관장으로서 소중한 학생과 동문, 교수들께 죄스러운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없다”며 “나는 어떤 책임과 벌이라도 마다치 않고 받을 수 있으니 구속된 선생님들을 다 자유롭게 돌아가게 선처해달라”고 밝혔다.


최씨와 최 전 총장, 남궁 전 처장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 달 23일 열릴 예정이다.


한편, 최씨와 정씨 모녀는 공교롭게 남부구치소에 수감되게 됐다.


체포영장의 유효 기간이 48시간인 점을 생각하면 모녀가 최소한 이틀 정도는 같은 곳에서 수감생활을 하는 것이 된다.


최씨는 1일 구치소에서 형사재판을 준비하고 정씨는 전날에 이어 검찰 조사를 받는다.


법무부 관계자는 “호송관들이 최 씨와 정 씨의 동선을 고려해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분리할 것”이라 밝혔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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