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2년 연속 전 유형 타결”…‘아쉬운’ 공급자단체

▲ 내년도 수가협상 결과 평균 2.8% 인상률을 기록한 가운데, 최장 시간이 소요된 협상이란 기록으로 남게 됐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새 정부 출범과 역대 최고인 20조원에 달하는 건강보험 재정 흑자 등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출발한 2018년도 수가협상이 평균 2.8% 인상률을 기록하며 큰 진통 끝에 타결됐다.


결국 내년도 수가 인상률은 의원 3.1%·병원 1.7%·약국2.9%·한방2.9%·치과2.7%로 최종 타결됐지만 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과 공급자단체 간 장시간 줄다리기 끝에 ‘역대 최장기간 협상’이란 새로운 기록도 수반했다.


이에 따라 의원급 의료기관은 내년도 환산지수가 2.4원 인상되면서 초진진찰료 1만4,860원에서 450원 많은 1만5,210원을 수령하게 됐다. 또 재진진찰료는 1만620원에서 330원 인상된 1만950원 수준에서 결정됐다.


협상과정 초기 상호간 우호적 기류가 형성되기도 했지만 막바지 단계로 접어들면서 건보공단의 여전한 ‘깜깜이’ 밴딩(평균 수가인상률) 논란과 공급자단체 측의 최근 더욱 열악해진 경영환경 대비 높은 기대감 등으로 최종협상은 장시간 표류했다.


특히 이번 수가협상은 병·의원을 포함한 각종 요양기관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는 반면 사상 최대 건강보험 누적 흑자를 기록한 상황이라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공급자단체들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역대 최장 협상시간…‘9차 협상’ 의협, 마지막 도장
‘깜깜이’ 밴딩에 공급자단체 간 ‘눈치싸움’ 격화


긴 시간 줄다리기 협상 끝에 결국 건보공단 측은 이번 수가협상에 대한 결과를 1일 새벽 5시쯤에서야 발표했다.


인상폭을 두고 이들 상호 간 미묘한 입장차가 감지된 가운데, 건보공단 측은 “건강보험 재정의 관리자로서 수가 인상률을 훨씬 뛰어넘는 진료비를 관리해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침에 방점을 뒀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브리핑을 통해 장미승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는 “감염관리와 의료기관 시설, 보건의료 인건비 증가 등 경영상의 어려움을 수가인상률에 반영했다”며 “이번 협상이 모두에게 만족스럽지는 않을 수 있으나 상호 양보를 통해 2년 연속 전 유형 타결이라는 성과을 얻게 됐다”고 밝혔다.


전날부터 시작된 협상 끝에 가장 먼저 한의협이 1일 새벽 3시 30분쯤 지난해가 비슷한 수준인 인상률 2.9%에 합의하고 퇴장했다. 이어 약사회는 전년 대비 0.6%p 낮은 2.9% 선에서, 치협은 지난해보다 0.3%p 오른 2.7%에 각각 합의하고 자리를 떴다.


병협은 8회에 걸친 릴레이 협상 끝에 1.7% 인상에 동의했으며, 특히 의협의 경우 공급자단체 가운데 가장 오랜 시간에 걸친 9차 협상 끝에 3.1% 인상 수준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협상 타결에도 이들 공급자단체는 한결같이 ‘만족할 수 없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입장을 내놨다.


먼저 병협 측은 “병원계의 어려움을 (건보공단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고 의협 역시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치협 역시 “더 나은 방안이 없어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건강보험 사상 최대 흑자…무너진 기대감
의협 측, “공단의 일방적 밴딩 결정, 이제 털어내야”


그간 공급자단체 측은 최근 급격히 보건의료 환경이 열악해지면서 가중된 재정 부담에 따른 경영악화를 호소하는 한편,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발맞춰 이에 동참하기 위한 방안 등을 이유로 수가인상의 당위성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하지만 협상과정 중반부터 건보공단 재정위가 밴딩 폭을 축소할 것이란 추측이 나돌면서 보건의료계의 실망은 커져만 갔다.


그간 일선 의료기관들의 희생으로 건강보험 최대 흑자란 성과를 이뤘음에도 건보공단 측의 보수적 자세로 업계 논란은 확대 일로에 있었다.


앞서 특히 공급자단체 측은 건보공단의 수가협상 밴딩에 대한 투명한 공개를 주장하며 이번 협상을 ‘깜깜이 협상’으로 규정,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


우선 대한의사협회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어 “더 이상 의료계의 희생만 강요하지 말라”면서 “건강보험공단은 일방적인 밴딩 결정과 눈치작전으로 일관해온 깜깜이 수가협상을 이제는 털어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탈퇴까지 주장하고 있는 대한평의사회 역시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이른바 건보공단의 ‘갑질’ 횡포를 규탄했다.


이들은 “올해 수가협상에서도 공단의 횡포와 일방적 진행이 지속 중”이라며 “이는 건강보험 강제지정제도와 수가협상 결렬 시 사실상 공급자에게 페널티만 있는 공단의 수가통보와 수가강요에 불과한 일방적인 수가협상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건보공단 '갑질' 횡포…일방적 수가협상구조에서 비롯


▲ 공급자단체들이 앞서 건강보험공단 측의 일방적인 밴딩 결정에 불만을 쏟아낸 바 있다.

이어 대한평의사회는 “건강보험재정은 지난해 말 기준 20조원이란 사상최대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공단 재정위의 적정수가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고 안하무인의 공급자 착취의 갑질 행태만을 일삼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이 같은 대규모 건강보험 흑자가 사실상 OECD 최저수가와 살인적 노동 강도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대한민국 의사들의 희생에서 기인했다는 것이다.


특히 관련업계에선 그간 반복된 건보공단 측의 일방적 밴딩 결정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올해 역시 협상 과정에서 건보공단 측이 결정한 밴딩 폭 내에서 공급자단체가 낭비성 ‘눈치싸움’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그동안 수가계약은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되는 금액을 공급자단체가 어떤 비율로 서로 나눠 가질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제한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졌다.


한편, 이들 공급자단체는 대한민국 의료의 한 축을 담당한 자신들의 위상 추락을 우려하고 있다. 보수적 자세로 일관해온 건보공단의 입장 전환을 촉구하는 이유다.


앞서 한의협 측은 ▲부과체계 개편에 따른 재정 압박 ▲지난해 11.4%에 달한 큰 폭의 진료비 증가율 ▲환산지수 연구결과 마이너스 평가 등을 이유로 건보공단 측의 이 같은 기조가 장기화할 경우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낸 바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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