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체계 달라 정규직 전환 글쎄..”

[스페셜경제=유민주 기자]문재인 정부는 경제 대책을 언급하면서 ‘비정규직 제로(zero)’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에 벌써 은행권에서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무기계약직인 창구 담당 직원 3000여명의 정규직화를 논의 중인 상태다.


특히 외국계은행 씨티은행이 문재인 정부에 발을 맞추고 있다. 씨티은행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움직임에 일찍이 동참한 것.


이와 관련, 지난 16일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사내 임직원에게 보내는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통해 “무기계약직인 창구 전담직원과 일반사무 전담직원 약 300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고민에 빠져있는 모양새다. 증권사들은 대부분 성과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오래전부터 성과에 따라 연봉을 지급해 왔다.


아울러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계약직 비중은 다른 업권에 비해 높은 편이다”라면서 “하지만 정부가 의미하는 불안정한 ‘비정규직’ 기준에는 해당되지 않는 직원이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증권맨 “명목상 정규직 비율, 큰 의미 없어”


은행권, 새정부 코드 맞추기 ‘부작용’ 도출?


25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53개 증권사의 임직원 수는 3만2천934명이다. 이 중 계약직 직원은 7천294명으로 집계됐다. 약 22%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증권업계에서 정규직화에 동참 할 것이라는 전망은 강하지 않다.


보통 계약직이면, 적은 연봉을 비롯해 정규직과는 상대적으로 차별된 대우를 받는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실제로 계약직 비율이 가장 높은 메리츠종금증권 직원들은 올 1분기 기준 1인당 평균 5139만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메리츠종금증권 정규직 직원은 473명이지만, 계약직 직원은 1019명으로 전 직원 중 68%가 기간제 근로자다.


또한 정규직 비율이 높은 삼성증권 직원 1인당 연봉 지급액은 2776만원으로 메리츠 보다 낮은 수준이다. 삼성증권은 계약직 비중이 0.6%로 집계됐다.


뿐만 아니라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의 1분기 기준 전 직원수는 2만2414명으로 나타났는데, 이 중 22%인 4986명이 계약직으로 재직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규직 직원은 1만7428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3% 가량 감소한 반면, 기간제 근로자인 계약직은 약 2% 증가했다.


증권사 직원 ‘갈팡질팡’


이 같은 상황에 ‘비정규직 제로’에서 당사자로 구분되는 증권사 직원들은 엇갈린 의견을 보이고 있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직원은 “계약직 직원들은 능력에 따라 인센티브를 많이 받다 높은 성과를 보이기 때문에 굳이 정규직으로 전환을 선호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는 “최근 불안정한 글로벌 금융시장과 증시에 따라 업계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에 안정적인 정규직을 선호하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라고 전했다.


다만 공통된 의견도 들린다. 성과에 따라 높은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연봉 체계가 이미 정착됐기 때문에 자발적 비정규직자들이 대부분이라는 것. 따라서 명목상의 정규직 비율은 큰 의미가 없다 게 다수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실제로 주요 증권사들은 대부분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외국계 씨티은행-기업은행, 정규직화 눈치보기?


이런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씨티은행이 가장 먼저 정규직화 신호탄을 쐈다.


앞서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지난 16일 사내 임직원에게 메일을 통해 “연내 무기계약직인 일반사무 및 전담텔러 직원 300여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IBK기업은행도 무기계약직인 창구 담당 직원 3000여명을 정규직화 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 최근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노사 합의 하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논의해왔다”고 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기업은행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책에 대해 실효성 등을 구분하지 못하고 무조건적으로 새 정부 입맛에 맞추려는 행보로 밖에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앞서 기업은행은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노조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성과연봉제를 강행한 바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회사 측이 이번에도 새 정부에 맞춰가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게다가 기업은행이 국책은행 중에서는 유일하게 문재인 정부 당선축하 광고를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와 같은 의혹과 지적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는 눈치다.


아울러 한 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광고비용이 결국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돌아가는데, 이는 곧 기업은행 고객들에게 부담으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했다. 이는 대선 당시 공약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핵심 공약으로 "비정규직 격차 해소로 질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전환"을 약속하며, 정부와 지자체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점차 정규직으로 바꾸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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