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 당겨진 통합론…‘언제든 다시 수면 위로’

▲ (앞줄 왼쪽부터) 바른정당 주호용 원내대표, 유승민 전 대선 후보, 김무성 의원, 정운천 의원 등 원내외 당협위원장들이 지난 15일 강원 고성군 국회의정연수원 306호 중강의실에서 열린 바른정당 원내·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극도로 고조된 ‘허니문 기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 특히, 야권에서는 ‘당 대 당’ 통합이 하나의 관심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국민의당 주승용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로부터 촉발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론이 그것이다.


물론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와 바른정당 대선후보였던 유승민 의원이 통합론에 제동을 걸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양새지만 내년 6월 예정된 지방선거, 늦어도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통합론에 불씨가 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뿐 아니라 같은 보수성향을 띠고 있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과의 재통합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으로 지목된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바른정당을 둘러싼 통합론에 대해 들여다봤다.


‘개혁적 보수+합리적 진보’ 가능?


朴 “시기상조”…劉 “합당 안 돼”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제1야당에서 집권여당이 됐고, 한나라당 시절부터 9년여 간 집권여당 지위를 행사해 왔던 자유한국당은 제1야당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가 초기부터 원활하게 국정운영을 할 수 있도록 이를 뒷받침하고 있고, 제1야당인 한국당은 정부·여당을 견제할 강한 야당으로서의 역할론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비록 소수정당일지라도 캐스팅보터로서 제 역할을 다 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주승용발(發) 통합론…배경은 무엇?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 주승용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사견임을 전제로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주장하고 나섰다.


주 권한대행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면서 “안철수 후보도 공감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주 권한대행은 이어 “바른정당이 20석이지만 교섭단체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며 “(국민의당이)바른정당과 통합하게 된다면 60석인데 국회 내에서도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고, 저희들이 국회 운영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은 경우 이번 대선 결과 지역적 기반인 호남에서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당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국민의당 인사들 몇몇이 당을 탈당한 뒤, 친정인 민주당으로 복당할 수 있다는 우려다.


대선 과정에서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 13명이 한국당으로 복당한 것과 같이 국민의당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민주당으로 복당하게 되면, 이를 계기로 연쇄 탈당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20명 이상 의원들의 집단 탈당으로 번져, 국회 원내교섭단체 지위까지 잃을 수 있다.


지난 15일 주 권한대행이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연정과 협치라는 명분으로 비공식적으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에게 내각 제의를 해오는 등 여러 설왕설래하는 문제가 나오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의원 빼가기 식으로 개별 제안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경고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집단 탈당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여론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었다.


대선 과정에서 후보 단일화가 거론됐던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은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손을 잡는다는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에 소통과 협치, 통합이라는 시대정신에 부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론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아울러 주승용발(發) 통합론은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재통합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풀이된다.


같은 보수성향인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재통합을 하게 되면, 보수 통합정당은 127석으로 집권여당(120석)을 뛰어넘는 거대 제1야당이 된다.


이렇게 되면 정부·여당을 향한 제1야당의 강한 견제로 지난 18~19대 국회에서와 같이 명분 없는 발목잡기의 재현으로 국회는 다시 식물 국회라는 비난에 시달려야 한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통합한 뒤, 중도 통합정당이 캐스팅보터로서 국회 주도권을 틀어쥐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얘기다.


▲ 지난 12일 국민의당 주승용 대표 권한대행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 부대표단 및 주요 당직자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지원 “정체성이 다르다”…유승민 “자강론”


그러나 주승용발 통합론이 제기된 당일,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은 (다른 정당과의)통합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라며 지금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박 전 대표는 “제 소견으론 지금은 자강할 때이며 국회에서 연합·연대는 필요하더라도 통합은 아니라고 믿는다”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정체성이 비슷하다는 견해도 있는데, 박근혜 탄핵에 바른정당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던 공로는 인정하지만, 저는 정체성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정체성의 다름을 꼬집었다.


박 전 대표의 지적대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중도 진보-중도 보수’라는 중도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드 배치 문제 등 대북정책 및 안보관에 있어선 완전히 다른 성향을 지향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바른정당 대선후보였던 유승민 의원도 지난 13일 바른정당 대구시당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우리의 원칙과 가치, 명분에 맞지 않으면 합당이나 교감은 안 될 일”이라며 “우리 자신을 너무 싼값에 판매해서는 미래가 없다”며 통합론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이어 지난 15일 강원도 국회 고성연수원에서 열린 원내·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도 유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 3년 뒤 국회의원 선거가 굉장히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스스로 힘으로 극복해야 한다”며 자강론을 강조했다.


정책 연대에서 통합으로?


이 때문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은 지금 당장 불이 붙지는 않겠으나, 향후 두 당은 집권여당과 제1야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터로 활약하며 정책 연대를 펼쳐나갈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들의 우호적인 정책 연대가 구축, 지속된다면 내년 6월 1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개헌 국민투표를 같이 하는 내년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권여당은 문재인 정부의 조기 레임덕을 방지하고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고,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 야권은 반전을 꾀하는 것은 당연하거니와 지방선거에서까지 패하게 되면 2020년 총선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사활을 걸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6월 지방선거 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는 통합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란 게 정치권 일각의 시각이다.


▲ 유승민 바른정당 전 대선 후보가 지난 15일 강원 고성군 국회의정연수원 306호 중강의실에서 열린 바른정당 원내·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 시작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진석 “강한 야당 위해 재통합”


통합론…‘교섭단체 유지’가 관건?


재통합 고심하는 한국당


이처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재통합론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당 일각에서 바른정당과의 재통합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 13명이 한국당에 복당됐던 지난 12일 정진석 전 한국당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바른정당 탈당파)13명의 복당 신청이 승인됐는데, 애당초 시비 없이 좀 더 빨리 이뤄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이참에 범(凡)보수계열인 바른정당과도 재통합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원내대표는 “비록 이번 대선에서는 패배했지만 그 과정에서 가까스로 보수 재결집의 계기가 조성됐다”며 “우리에게 이러한 모멘텀을 잘 살려 국민들이 바라는 건강한 보수를 재탄생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전 원내대표는 이어 “정국은 다시 양당 구도로 재편될 조짐이고, 그렇다면 더더욱 보수진영 또한 덧셈 정치가 정답”이라며 거듭 한국당과 바른정당과의 재통합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보수진영이 서로 간에 분열로 갈갈이 찢기는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며 “우리이게 주어진 우선 과제는 제1야당으로서 강력한 견제 진지를 구축하고 전열을 정비해 청와대의 첫 공직인사에 대한 철저하고 치밀한 검증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며 재통합을 통해 강한 야당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지난 2월 23일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49회 국회 (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강한 제1야당이냐, 허울뿐인 제1야당이냐?’


정 전 원대표의 재통합 주장은 보수 재결집과 정부·여당을 견제할 강한 제1야당으로 귀결된다.


지금이야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국회와 언론 등이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인 허니문 기간이지만, 한국당은 허니문 기간을 길게 가져가지 않고 문재인 정부를 향한 견제와 비판을 넘어 강력한 저항까지 불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는 지난 18~19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자행했던 법안 상정 발목잡기와 박근혜 정권 초기 인사청문회를 통해 장관 후보자들을 낙마시킨 인사 참사가 재현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


하지만 국민의당과 함께 캐스팅보터로 활약할 바른정당이 한국당에 공조하지 않을 경우 한국당의 강한 견제 포부는 공허한 외침에 그칠 공산이 크다.


민주당(120석)과 국민의당(40석), 바른정당(20석)의 의석수를 모두 합치면 180석이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여야가 이견이 달리하는 쟁점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시키기 위해선 국회 재적의원(현재299석) 5분의 3인 180석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따라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민주당과 협치 하게 되면, 이낙연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나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등이 국회의 문턱을 넘게 된다.


물론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150석)의 찬성이기 때문에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협치 만으로도 국회통과가 가능하다.


하지만 검찰 개혁의 일환인 공수처 설치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공조를 하더라도 바른정당이 찬성하지 않는 한 국회에 계류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 하에서 한국당이 예고한대로 강한 야당이 되기 위해선 바른정당과의 재통합이 필요하다는 것.


한국당과 바른정당…물과 기름?


그러나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계기로 갈라선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재통합 가능성은 현재로선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국당 내 비박계는 물론 친박계에서도 보수 대통합을 주장하는 부류가 존재하지만, 일부 강성 친박 인사들은 여전히 바른정당과의 재통합을 탐탁지 않아 하는 기류가 강하다.


또한 바른정당 역시 이번 대선에서 비록 4위를 기록했으나, 20~40대 젊은 보수층과 중도층으로 부터의 큰 호응으로 낡은 보수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황이다.


바른정당이 국회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유지하는 한 굳이 한국당과 재통합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 바른정당을 탈당하고 복당한 김성태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보수 일각 “바른정당 와해…재통합에 준하는 복당” 전망


다만, 바른정당이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게 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주장도 있다.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바른정당이 정체성과 성향이 다른 국민의당과 통합할 것이라 보지 않는다”면서 “지금이야 보수정당이 둘로 쪼개져 있지만, 결국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로 다시 재통합에 준하는 복당 상태가 일어나지 않겠느냐”고 관측했다.


이 관계자는 “(재통합에 준하는 복당의)관건은 바른정당의 원내교섭단체 유지 여부”라면서 “1~2명의 탈당으로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게 되면, 당내 비(非)유승민계 의원들의 2차 집단 탈당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유 의원은 대선에서 자기 정치하느라 당내 (비유승민계)의원들의 (후보 단일화)목소리를 귀 담아 듣지 않거나, 이들과의 소통이 부족해 집단 탈당 사태를 초래했다는 일각의 비판이 있다”며 “끝까지 ‘소신으로 포장된 고집’을 부려 통합을 고민하지 않는다거나, 대선에서처럼 의원들을 일일이 설득하지 않고 ‘나갈 테면 나가라’는 식으로 일관한다면 당이 와해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이 와해되는 과정에서)일부는 바른정당에 남고, 일부는 국민의당 입당, 대부분은 한국당으로 복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같이 한국당과 국민의당은 바른정당을 두고 재통합과 통합을 고심하고 있으나, 바른정당은 자강론에 무게를 두고 있어 당분간 합당은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 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로 언제든 다시 통합 및 재통합론의 불씨가 당겨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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