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 자초한 국민의당·바른정당 재개편 무능군주 폐위할까

[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제19대 대통령 선거를 거쳐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가운데, 이에 속수무책으로 진보진영에 정권을 내 준 보수와 중도진영 후보들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당시 문 후보를 꺾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평가됐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포함한 선거 막바지 3자 연대론 마저 불응한 바 있어 가중치가 크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안 후보와 유 후보가 끝까지 자강을 고집했음에도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대선 성적표를 들고 나오자 이들 각 당의 분위기가 점차 냉각되고 있다. 각 후보의 정계은퇴론, 2선 후퇴론은 물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각각 창당이전 모(母) 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 흡수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만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 <스페셜경제>는 이런 책임론의 배경과 향후 전망을 분석 해봤다.


제어불능 문재인 압도적 질주…‘승리보다 달콤한 소신’


‘국민의당→민주당’, ‘바른정당→한국당’ 복귀? 와해위기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국면으로 조기대선이 점화되기 전부터 압도적인 1위를 나타냈으며 대선이 끝날 때까지 이를 유지한 바 있다. 직전 정권의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인해 범국민적인 촛불민심이 정권교체를 열망한 탓도 있지만 보수진영과 중도진영이 국민의 지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선적으로 한국정서상 보수층과 진보층의 투표자 비율이 6:4 정도로 보수쪽이 우세하게 추산되고 있고, 보수표심의 물량은 이번 대선에서도 몇 차례에 걸쳐 증명된 바 있다. 우선 박 전 대통령의 탄핵국면으로 갈 곳을 잃은 보수표심이 아직 국내에 진입도 하기 전인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일약 문 대통령(당시 후보)의 맞수로 급상승하게 만든 바 있다. 이같이 막강한 표심은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에도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게 넘어갔다가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 쪽으로 이동했지만 응집력을 크게 잃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보수표심은 그 크기가 작아서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큰 것이 문제를 야기한 것이 됐다. 안 지사가 보유하던 보수표심은 아이러니 하게도 민주당 경선이후 승자인 문 대통령 쪽으로 가지 않고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보다는 중도기질이 강하고 보수에 대한 포용력이 부각됐던 국민의당 안 후보 쪽으로 이동했다.


당시만 해도 안 후보는 손학규 전 선대위원장을 영입해 경선을 치루고,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 등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는 등 문 대통령을 저지하기 위한 제3지대 연대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열어두고 있었다. 아울러 한 때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던 ‘빅텐트론’도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가 촉발시켰을 만큼 국민의당 자체도 ‘연대’에 대해 많은 무게를 싣고 있었다.


다만 안 후보는 안 지사의 보수표심을 얻으면서 연대에 선을 긋는다. 안 후보가 문 대통령과 오차범위 내 1위 각축을 벌이고, 일부 여론조사에선 문 대통령을 앞지르기도 하는 등 지지율이 급부상하며 자강론을 내세운 것. 이러한 가운데 일각에선 보수표심이 ‘단지 갈 길을 잃어 잠시 안 후보에게 이동했을 뿐’이라는 견해도 나왔으나 확고히 굳어진 안 후보의 결정은 바뀌지 않았고,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됐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의 공식 방송사 토론회를 거치면서 안 후보가 갖고 있던 보수표심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로 이동한 것. 스스로 일어설 수 있다고 자강을 피력했던 안 후보는 토론회에서 제대로 된 논점을 잡지 못하고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여기에 “제가 갑철수 입니까 안철수 입니까” 발언 등으로 어설픈 네거티브 공방을 시도했다가 참패로 끝나면서 스스로 신뢰도를 무너뜨렸다. 반면 지지기반부터 보수인 홍 후보는 토론회를 통해 보수층이 갈망하는 부분에 대해 속 시원히 긁어주면서 반사이익을 봤다.


자강론을 내세웠던 안 후보가 스스로 무너진 셈이다. 안 후보는 상황이 홍 후보에게 기울어가는 와중에도 자강의 소신을 버리지 않았다. 승리보다 소신이 값 진 것일 수도 있겠으나 결과적으로 그는 1위 문 대통령은 물론 2위 홍 후보에게도 못 미치는 3위라는 대선 성적표를 안게 됐다. 문 대통령의 당시 캠프 총괄본부장을 지낸 송영길 의원은 지난 9일 한 TV프로그램을 통해 “안 후보는 사실상 정계 은퇴해야 하지 않겠나. 의원직도 사표를 냈고 3등으로 졌는데, 더 이상 정치를 할 명분도 근거도 없다고 본다”고 힐난하기도 하는 등 정치인으로서의 안철수 자체가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안 후보를 옹립했던 박지원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도 책임사퇴 수순을 밟으면서 안 후보의 당내 입지도 쉽게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安-劉’ 퇴로 없는 책임소재…‘정계은퇴·2선후퇴론’ 대두


‘2018 지방선거’, ‘2020 총선’ 기사회생 시나리오 발동?


安 연대거부, 劉 나비효과?


물론 안 후보의 이러한 ‘자강’ 선택이 독단적인 고집이라고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연대의사를 밝힌다 할지라도 다른 연대 대상 후보들이 호응해주지 않을 경우 자칫 좌고우면한다는 평가와 함께 기존 지지층의 이탈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당시 연대 명분은 ‘반패권·계파주의에 대한 반대’ 혹은 ‘좌파집권 저지’였는데 전자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것은 물론 자신과의 연대에 비호의적인 한국당에게 안 후보가 먼저 러브콜을 타진할 수도 없는 상황에, 후자는 안 후보 역시 진보기반이라는 점에서 명분으로 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렇다 보니 반문재인 연대가 형성되기 위한 키워드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당초 선거막바지 이른바 ‘안-홍-유 3자 연대론’에 불씨를 가져다 올린 것은 바른정당이었다. 아울러 유 후보와 바른정당은 중도보수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반패권·계파주의 논리로 국민의당 안 후보와, 좌파집권 저지 명분으로 한국당 홍 후보와 각각 연대할 수 있는 명분이 있었다. 그리고 한 쪽과 연대한 이후에는 바른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앞세워 나머지 후보와의 연결을 성사시키는 전략이 가능할 터였다.


즉, 안 후보는 연대를 주도적으로 하기 어려운 입장이었고, 유 후보가 주도적으로 연대에 나서며 홍 후보와의 접점이 되기를 바라며 기다리는 상황이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 후보는 완주의사를 피력했다.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해 봤을 때, 유 후보가 사실상 대권을 차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차기 2018년 지방자치 선거나 2020년 총선정국에서의 영향력과 입지를 고려해 대선에 출마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그에게 대선 완주는 필수적이다. 다만, 이번 대선에서 연대의 매개체가 됐다면 3자연대를 통한 대권찬탈을 노릴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것 또한 정치공학적 논리다. 계산기를 두드려 봤을 때도 대선 개표결과에서 문 대통령이 41.1%로 과반에 못 미치는 득표율로 당선된 가운데 2위인 홍 후보는 24.0%, 안 후보는 21.4%, 유 후보는 6.8%를 나타냈으므로 3자 연대 시 각 후보 기존지지층의 일부 이탈 및 문 대통령 쪽으로의 이동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한 승부수가 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적용해본다면 그에게 ‘책임론’이 대두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당장 가시화될 가능성은 낮다. 대선참패를 경험한 당들은 기본적으로 이를 수습하고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과정이 진행될수록 차기 지도부 구성 및 당론 결정 등 유 후보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시점마다 이 책임론이 재차 고개를 들며 발목을 잡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반면, 바른정당 창당국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을 주도하며 새누리당 비주류계를 결집시켰던 김무성 고문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대선불출마 선언 과 함께 내 건 ‘백의종군’ 약속을 현재까지 지켜오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신뢰도를 상당부분 회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유 후보의 ‘3자 연대 불가’ 방침에 반발해 비(非)유승민계 의원들이 탈당 후 한국당으로 복당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선대위원장으로서 자리를 지켰다는 점에서 당권을 넘겨받을 명분도 충분하다. 물론 현재 그는 여전히 백의종군 자세를 풀지 않고 당 대표에 나설 의사도 없다고 못 박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대선 참패로 종심마저 흔들리는 바른정당의 입장에서 당을 재건할 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므로 그의 등판론이 불거져 추대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일각에선 3자 연대 실패로 참담한 패배를 겪은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이 야당으로서의 입지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정계개편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만큼 김 고문의 추대 가능성은 더욱 크다. 김 고문은 한국당의 전신 새누리당 당시 당 대표를 역임했고 비박계의 수장으로 불릴 만큼 보수진영에서의 입지가 탄탄했다. 또 반기문 전 유엔 총장,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 제3지대 인사들과 교류를 적극적으로 펼쳐왔고 국민의당 박 전 대표 등과의 친분도 오래전부터 관측 돼 왔다. 정계개편에 바른정당 운신의 폭을 넓히기 좋은 카드로 평가되는 이유다.


흔히 정치인의 미덕 중 하나로 소신을 꼽는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어떠한 상황에도 굴복하지 않고 관철해나가는 결기는 그 자체로 존경스럽고 신뢰감을 준다. 다만, 소신을 지킨다는 것은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도 된다. 그것은 옳다고 주장하는 자신과 아니라고 말하는 다수와의 정당성 싸움이기 때문이다. 아니라고 말하는 다수의 의견을 묵살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다. 결과만으로 옳다 그르다는 판별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적어도 자신의 주장으로 벌어진 상황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그 또한 소신의 영역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안 후보와 유 후보에게 책임론이 번지고 있는 상황은 필연적인 것일 수도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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