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현석 변호사.

[스페셜경제=남현석 변호사]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많은 토론회가 열렸다. 각 후보들의 가치관과 구체적인 정책들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여서 바쁜 와중에 틈틈이 보곤 했다.

한 후보가 사형제에 대한 주제를 꺼내며, 사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각종 흉악범들이 늘어나고 있으므로, 사형을 제대로 집행해 흉악범죄를 잡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해당 후보는 과거 우리 사회를 소름끼치게 만들었던 살인범, 성범죄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그들의 범죄를 흉악범죄라고 칭했다. 하지만 이러한 흉악범죄를 이야기할 땐, 대부분 성범죄자들인 경우가 많고, 재산범죄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끔찍한 성범죄를 저지른 성범죄자들이 흉악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성범죄는 개인의 인격과 자존감을 파괴하는 무거운 범죄임에는 틀림이 없다. 다만, 사형까지 거론되는 무거운 범죄를 거론할 때, 재산범죄가 등장하지 않는 점에 대해 필자는 다소 의문이 든다.

어떤 자본주의 국가에서든지 돈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어느새 우리 사회는 돈이 없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신문기사에 종종 등장하는 사회가 돼버렸다.

필자도 한 푼 두 푼 돈을 모으는 입장에서 혹여 내가 힘써 모은 재산이 한 번에 없어지게 되는 상상을 하면 아찔한 기분이 든다. 재산이 없어지기만 하면 다행이겠지만, 이를 넘어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채무를 지게 된다면 그야말로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가 될 것이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우리 사회에서 재산범죄를 당해 자신의 재산을 크게 잃거나 채무를 지게 된다면,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도 심대한 고통 속에서 지내게 되고, 그들의 앞날에까지 무거운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성범죄가 개인의 인격에 대한 살해행위라면, 이런 재산범죄는 개인의 미래에 대한 살해행위, 흉악범죄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조금 더 나은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면, 경제정의와 관련해 재산범죄에 대한 처벌의 수위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무실을 찾아온 한 의뢰인은 빚을 감당할 수 없어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으나, 천만다행으로 병원에 이송돼 목숨을 건졌다. 점점 경제적인 능력이 중요시되는 사회의 흐름 속에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개인의 재산권을 제도적으로 잘 보호해 경제정의가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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