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바른정당 의원 12명이 집단 탈당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지지를 선언하면서 한국당 내 친박계는 물론 여론 역시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게는 일종의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경쟁에서 뒤지는 사람에게 동정표가 몰리는 현상)’가 작용되고 있다.


바른정당 소속이었던 권성동·김성태·김재경·김학용·박성중·박순자·여상규·이군현·이진복·장제원·홍문표·홍일표 의원 등 12명은 지난 2일 바른정당을 탈당하면서 홍준표 후보의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보수 단일화를 통한 좌파 정권 집권을 막기 위해 바른정당을 떠나 홍준표 후보를 지지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한국당 내 친박들은 이들의 복당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으며 여론도 ‘배신자’, ‘기회주의자’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언더독 효과


반면, 집단 탈당에 최대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유승민 후보에 대해서는 동정표가 몰리면서 언더독 효과가 작용되고 있는 모양새다.


바른정당 집단 탈당 사태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바른정당 의원들의 (집단 탈당)행태에 대해 ‘몹쓸 사람들’, ‘유승민 불쌍하다’ 등의 여론이 형성되면 유승민 후보가 도움을 받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유 후보에게 언더독 효과 작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바른정당에 따르면, 이날 바른정당 당원 가입 신청자수가 평소에 비해 7~8배 가량 늘었다고 한다.


온라인 당원 가입 신청자수는 이날 하루에만 300여명을 넘어섰고, 팩스로 당원 가입을 신청하는 인원도 200여명이 넘어 평소 가입자수의 7~8배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유 후보에 대한 후원도 평소 40~50건에서 10배에 달하는 500여건을 훌쩍 넘겼으며, 유 후보의 페이스북과 팬카페에도 회원수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뒤, 지난 1월 24일 바른정당을 창당했던 12명의 의원들이 창당 98일 만에 홍준표 후보에 대한 지지와 함께 한국당으로의 복당을 선언하자, 유 후보에게 동정표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바른정당 내에서는 언더독 효과로 인해 유 후보가 대선 당일 유의미한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표심으로 이어질까??


다만, 유 후보에 대한 언더독 효과가 투표 당일 실제 표심으로 반영될 지는 미지수다.


유 후보가 자신의 진가와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던 TV토론회가 처음 시작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유 후보의 상승세가 점쳐졌으나, 그동안 발표됐던 각종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눈에 띠는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전문가들에게 가장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도 말이다.


아울러 전국에 ‘유승민’이란 이름을 각인시킨 TV토론도 전날(2일)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고, 언더독 효과가 반영됐을 법한 여론조사도 공직선거법에 따라 3일부터 결과 발표가 금지된다는 점도 유 후보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이 때문에 유 후보에 대한 언더독 효과가 하루 이틀짜리 이슈로 소멸될 수 있고, 또한 지속된다하더라도 실제 표심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대선 당일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장미대선,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


지난 2일까지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독주를 이어가고 있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상대로 유 후보가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물론 대선 당일 뚜껑을 열었을 때 기적처럼 대역전 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순 없지만, 설사 2등을 하든, 5등을 하든 실망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기득권을 대변하는, 약자를 배제하는,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이미지가 강한 낡은 보수는 더 이상 희망이 없기에, 이번 대선을 통해 서민들의 삶과 국가 안보를 최우선으로 하는 따뜻하고 정의로운 보수의 가능성을 보여준 유 후보에게는 올해 장미대선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당내 비(非)유승민계 인사들이 집단 탈당을 했음에도 끝까지 당을 지킨 김무성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부산 서면 거리 유세에서 이런 말을 했다.


“유승민 후보가 잘 하다가 안 되면 또 다음에 기회가 있지 않겠느냐”며 “유 후보를 잘 키워 다음에는 틀림없이 당선되도록 만들어보자”고.


현재 독주 체제를 굳힌 문재인 후보는 이번 대선이 두 번째 도전이고, 문 후보를 추격하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엄밀히 따지자면 두 번째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첫 번째 도전에서 따뜻하고 정의로운 보수의 가능성을 보여준 유 후보가 가능성에 그치지 않고 따뜻하고 정의로운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실천할 수 있을지, 대선 이후 그가 보여줄 정치적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대선 이후 그가 실천할 따뜻하고 정의로운 보수가 어떻게 평가되느냐에 따라 차기 대선에서는 그가 독주를 이어갈지도 모를 일이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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