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손해보험업계와 운수업계 등에 따르면 KB손해보험측은 대리운전 배차 1위 업체인 ‘바나플(구 로지소프트)’과 계약을 체결하고 모바일 대리운전 보험을 판매하기로 했다. <사진=로지소프트 홈페이지 캡쳐>

[스페셜경제=김경진 기자]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부터 국내에 등장한 대리운전업체는 2015년 기준 매일 평균 47만명이 대리운전을 이용하고 8만 7000명의 대리운전기사가 종사하고 있다.


전국에서 약 3850여곳의 대리운전업체가 영업 중에 있으며 연매출은 3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도 대리운전업계 규모에 맞춰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보험규모 확대보다 대리운전 사고발생 감소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4일 손해보험업계와 운수업계 등에 따르면 KB손해보험측은 대리운전 배차 1위 업체인 ‘바나플(구 로지소프트)’과 계약을 체결하고 모바일 대리운전 보험을 판매하기로 했다.


대리운전보험은 대리운전자가 대리운전 중 사고를 낸 경우 대인·대물·운전차량·자기신체사고 등을 대비하는 보험이다. 하지만 국내 손해보험회사들은 손해율이 높다는 이유로 대리운전보험을 외면해 왔다. 대리운전시장이 연매출 3조원에 육박하는 반면 대리운전보험 시장은 2016년 기준 약 900억원대에 불과했다. 이 중 KB손해보험이 절반 이상인 500억원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 지난해 3월 KB손해보험과 동부화재는 ‘카카오드라이브’ 전용 모바일 대리운전보험을 만들어 판매했다. <사진=카카오드라이브홈페이지 캡쳐>

KB손해보험은 바나플과의 계약에 앞서 카카오와 제휴를 맺은 바 있다. 지난해 3월 KB손해보험은 ‘카카오드라이브’ 전용 모바일 대리운전보험을 만들어 판매했다. 아울러 동부화재도 카카오드라이브 전용보험을 출시했다. 당시 카카오 측은 “작년(2015년) 11월 카카오드라이버 준비 계획을 밝힌 뒤 대리운전 기사단체와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결과, 대리운전 보험이 서비스 신뢰도를 좌우하는 중요 요소이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KB손해보험이 약 1년만에 또 다른 대리운전보험을 출시하는 배경에는 ‘손해율 안정화’ ‘바나플의 맞수 전략’ ‘대리운전업계의 거대화’ 등을 꼽고 있다.


카카오는 기존 대리운전보험 정산방식인 단체보험 형태를 쓰지 않는다. 대신 대리운전 건당 보험료 정산 방식을 적용해 대리운전기사의 보험료 부담을 줄였다. 카카오드라이버는 고객이 지불하는 운임비의 20%에 해당하는 수수료 외에는 별도의 비용을 대리운전기사에게 청구하지 않는다.


바나플이 KB손해보험과 손을 잡고 전용 대리운전보험을 도입한 배경에도 이러한 카카오드라이버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드라이버 전용보험이 출시 된지 1년이 넘었다”며 “고객의 운임료에 비례하여 보험료 정산, 대리운전기사의 퀄리티 및 아이덴티티(카카오 드라이버는 대리운전기사의 프로필을 고객에게 제공한다) 등의 요소로 그간 골치덩이었던 대리운전보험 손해율을 어느 정도 안정화시켰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KB손보, 동부화재 등 대형손해보험사들과 대리보험업체와의 계약이 줄을 잇는다면 손해율은 더욱더 안정화될 것이고 이로 인해 대리운전보험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손해보험사들의 경쟁이 과열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보험규모 확장? 대리기사 사고발생 감소 선행돼야’


한편 일각에서는 대리운전보험 규모 확대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들은 카카오드라이버 등 대리운전기사들의 사고로 인한 보험사고 안정화 및 대리기사 선발 방식 개선 등이 먼저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대리기사의 사고 발생 감소라는 전제조건이 있어야만 손해보험사 측도 손해율 관리 측에서 원활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2월 한 고객이 카카오드라이버를 통해 대리기사를 불렀다. 하지만 대리기사는 만취 상태로 운전을 하다 사고를 냈으며, 차주는 전치 3주의 부상과 4000만원대의 차량을 폐차 처분해야만 했다. 심지어 이 대리기사는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경력도 있었으나 카카오드라이버 측은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특히 음주사고는 보험약관상 면책 사유에 해당돼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 차주는 모든 비용을 지불해야만 하는 경우가 생긴다.


카카오드라이버는 대리운전기사의 프로필을 고객에게 제공한다. 이에 고객들은 좀 더 안심하고 대리운전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카카오드라이버 전용 보험 상품은 대리운전기사의 사고기록 등을 ‘조회·검토→손해율 측정→보험료 계산’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다른 보험사의 기록이나 관공서의 기록도 볼 수 없어 대리운전 기사의 사고기록을 모두 확인 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에 대해 카카오드라이버 측은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내놓은 상태. 이 때문에 대리운전보험 규모 확대에 회의적인 이들은 “현재의 대리기사 선발 및 보험처리 방식을 바꾸거나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먼저다”라며 “카카오드라이버뿐만이 아닌 모든 대리운전업계에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보험규모가 아무리 커져도 대리운전기사들의 사고가 높아진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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