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북한대학원대학교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 전 장관은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 과정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개입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증거가 되는 문건을 공개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참여정부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냈던 송민순 전 장관이 2007년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참여정부가 북한에 의견을 구했다는 문건을 폭로한 것과 관련해,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21일 “지난 대선 때 NLL(북방한계선)과 같은 제2의 북풍공작으로 선거를 좌우하려는 비열한 색깔론”이라고 치부했다.


그러나 각 정당과 대선후보들은 문 후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융단폭격을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북 결재 의혹 문건 폭로한 송민순


송민순 전 장관은 21일 보도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07년 참여정부 당시 정부가 유엔 총회의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기권을 최종 결정하기에 앞서 북한에 의견을 구했다는 이른바 ‘대북 결재’ 의혹과 관련한 문건을 공개했다.


해당 문건에는 “남측이 반공화국 세력들의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북남 선언에 대한 공공연한 위반으로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면서 “만일 남측이 반공화국 인권결의안 채택을 결의하는 경우 10·4선언 이행에 북남 간 관계 발전에 위태로운 사태를 초래될 수 있음을 강조함”이라며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한 북한 측 입장이 담겨 있었다.


송 전 장관은 해당 문건에 대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11월 20일 오후 6시 50분 자신의 방으로 나를 불러 ‘인권결의안 찬성은 북남 선언 위반’이라는 내용이 담긴 쪽지를 보여줬다”며 “서울에 있던 김만복 국정원장이 북한으로부터 받은 내용을 싱가포르에 있는 백종천 안보실장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당시 유엔 총회의 북한인권 결의안 표결에서 찬성·기권을 최종 결정하기에 앞서 정부는 북한에 의견을 구했고, 북한의 입장을 전달받은 김만복 국정원장이 ‘아세안+3’회의 참석차 싱가포르에 있는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에게 전화로 북한 측 입장을 전달했으며, 백종천 실장은 이를 문건 형태로 정리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다는 것이다.


당시 참여정부는 북한 측의 입장을 반영한 탓인지는 몰라도 유엔 총회 북한 인권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졌다.


▲ 2007년 11월 인권결의안 투표와 관련된 북한 측 반응을 정리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달됐던 청와대 문건(출처-중앙일보).jpg

문재인 “11월 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기권 방침 결정, 그 이후 북에 통보”


이와 관련해 문재인 후보는 이날 서울 용산구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성 평등정책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송 전 장관은)참여정부 때 함께 근무했던 장관이고, 서로 기억이 다를 수 있다는 차원에서 이해하고 넘어갔는데, 지금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그런 차원을 넘어섰다”며 문건을 공개한 송 전 장관을 비판했다.


문 후보는 “이 문제의 핵심은 2007년 11월 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대북인권결의안 기권 방침이 먼저 결정됐느냐, (아니면)송 전 장관 주장처럼 북한에 먼저 물어본 후 결정했느냐는 것인데, 분명히 말씀드리건대 그날 대통령 주재 회의(11월 16일)에서 기권 방침이 결정됐고, 이후의 일들은 이미 밝힌 바와 같다”고 설명했다.


문 후보의 이 같은 설명은 이미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해 대통령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기권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했고, 그 이후 기권 결정을 북한에 통보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문 후보는 “북한에 (기권 방침을)통보하는 차원이지 북한에 물어본 바 없고, 물어볼 이유도 없다”면서 “이 점에 대한 증거자료가 우리도 있고, 국정원에도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 기록이어서 대통령 기록물 보호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어 자료 공개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어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단이 내려지면 언제든지 11월 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기권 방침이 결정됐다는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송 전 장관이 제시한 전통문으로 보이는 문서가 북쪽에서 온 것이라면 거꾸로 국정원이 그에 앞서 보낸 전통문 역시 국정원에 있을 것”이라며 “국정원이 그것을 제시하면 이 문제는 깨끗하게 정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준표 “문재인, 거짓말도 크게 한 것”


이와 같이 송 전 장관과 문 후보가 참여정부 당시 유엔 총회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 앞서 북한에 의견을 물어봤는지 여부를 두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문 후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자유한국당 정준길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후보의 거짓말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면서 “한국당은 문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문 후보를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지난 13일 SBS토론회에서 문 후보는 북한 인권결의안 문제를 북한에 물어봤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변했고, 19일 KBS토론회에서는 ‘북한에 직접 입장을 확인한 것이 아니라 국정원 정보망이나 휴민트 등을 가동해 북한의 반응을 판단해 보도록 했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문 후보의 위와 같은 발언은 모두 허위사실임이 확인 되었다”면서 “오늘 언론 보도를 통해 송민순 쪽지가 공개됐는데, 당시 김만복 국정원장이 북한으로부터 연락받은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며 문 후보가 거짓말을 했다고 비난했다.


한국당 홍준표 후보도 이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문 후보가 거짓말도 크게 한 게 된다”면서 “거짓말하는 분, 안보 관련해 북한을 주적이라고 말하지 않은 그런 분한테 과연 국군통수권을 맡길 수 있을 것인가, 거기에 대해 회의적으로 본다”며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에 어렵다고 확신했다.


안철수 “북한 인권결의안 당연히 찬성”


국민의당 김유정 선대위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문 후보는 또 거짓말이냐”며 “송 전 장관이 오죽 답답하고 억울했으면 당시 상항을 기록해둔 메모지까지 공개하며 발끈했겠느냐”며 문 후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김 대변인은 “적폐 세력들이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다, 호남이 지지하지 않으면 정계은퇴 하겠다는 등 문 후보의 거짓말은 한 두 번이 아니다”라며 “국민이 바라는 대통령은 무엇보다 정직한 사람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 대변인은 그러면서 “(송 전 장관의)메모지가 공개되자 뜨끔한 민주당이 ‘전직 장관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문재인 엄호에 나섰다”며 “게다가 민주당은 안철수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대외비 문건도 공식문건도 아니라고 거짓말 하며 실무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이날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편집인협회 세미나에서 ‘김정은과 계속 대화하는 국면에서도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해 찬성을 계속 할 거냐’는 질문에 “당연히 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인권은 인류 보편적 가치”라며 “거기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면서 문 후보와의 대북 안보관 차이를 강조했다.


유승민 “문재인 말 바꾸기가 진짜 적폐”


바른정당 또한 문 후보가 거짓말을 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중앙일보에 대서특필됐지만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 할 때 북한 정권으로부터 의사 타진을 했다는 거 아닌가”라며 “송 전 장관이 자서전에 썼는데, 이것이 거짓말이다, 증거가 없다는 식으로 문재인 후보가 계속 하니까 송 전 장관이 문건을 공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 후보의 가장 큰 문제는 현재 한반도 상황을 완전히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며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를 하고 있는 휴전 상태인데, 문재인 후보는 계속해서 북한 정권을 의식하는 발언만을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거짓말, 그중에서도 반국가적인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 문재인 후보는 국민 앞에 사죄하고 대선후보를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하 의원은 “송민순 전 장관이 북에서 보내온 메모를 공개했는데, 문 후보는 대한민국을 책임질 수 없는 위험한 후보임이 입증된 것”이라며 “(송 전 장관이 공개한)이 메모에는 필체가 있는데, 국정원으로부터 메모를 받은 백종천 당시 안보실장의 것”이라며 “이제 백 실장도 국정원장으로부터 이 메모를 받았다고 진실을 고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주적이라고 못 부르는 문재인 후보이기에 북한인권결의안 투표 전 북 입장을 물어봤다는 것은 하등 이상하지 않다”면서 “대한민국을 책임일 수 없는 위험한 후보임이 입증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바른정당 대선후보인 유승민 후보는 이날 여의도 서울마리나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서 “문 후보는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과 관련해)지난해에는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가 최근 토론회에서는 처음에 안 물어봤다고 하다, 북한이 아닌 주변에 취재만 했다고 했다”며 “(문 후보의)말 바꾸기가 진짜 적폐 세력”이라고 꼬집었다.


유 후보는 이날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거짓말을 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또 말이 바뀌는 것”이라며 “문 후보는 스스로 북한이 아닌 국정원을 통해 했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지금 국정원을 통해 북한에 확인하고, 그것이 국정원장에 안보실장으로 가서 청와대 문건으로 나왔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물어본 것이 여러 가지 정황으로 명백하다”며 “대선후보의 정직성, 거짓말과 관련한 부분은 분명히 밝혀져야 하고, 청와대와 국정원에 관한 문건이 있으면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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