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블로 피카소, <한국에서의 학살>, 1951, 캔버스에 유채, 1.1 x 2.1m, 바르셀로나, 피카소 박물관 소장

[스페셜경제=지선우 기자]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로 유명한 시오노 나나미는 이렇게 말했다. "내전은 짧을수록 좋다, 그래야 상처가 빨리 아물기 때문이다."


20일 '주적' '문재인 주적'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로 급부상하면서, 누리꾼들은 19일 KBS 대선토론에서 문재인 더물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주적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의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냐는 질문에 "그것은 국방부의 일이며, 대통령의 일이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누리꾼들의 시선을 끈 것.


내전은 전쟁의 종류 중 그 어떤 전쟁보다 잔인하다.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했기에, 내전을 통해 입은 상흔과 배신감은 더욱 아프고 깊게 남는다.


약간의 다툼이 있었어도, 서로 죽일 정도로 증오하지는 않았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각자 무기를 들고 서로 죽이기 시작했다.


1950년 6월 25일 시작된 동족상잔의 비극은 3년 동안 지속됐고, 1953년 7월에서야 종전도 아닌 휴전의 형식으로 마무리 됐다. 최장집 교수 표현에 따르면 이른바 '국내 냉전'의 시작이었다.


어느 독재자의 욕심으로 시작된 내전은 우리에게 67년이라는 시간동안 이념적 대립을 강요하며 극한 갈등을 유도했다. 그리고 근래에 들어서는 미사일 도발 위기로 확대되며 국제 갈등으로 증폭되고 있다.


대한민국과 북한은 동일한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면서도 세계 그 어느 국가 간의 대립에서도 볼 수 없는 극심한 증오를 담아 대치하고 있다. 서방에서 미국과 소련이 주축이 된 '냉전'은 이미 그 막을 내렸지만, '국내 냉전'은 해방 이후 현재까지 반세기가 넘도록 유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9대 대선후보의 주적관 검증은 대한민국의 의식 기저에 깔려있는 보수적 반공질서에 대한 검증과 동일하다. 남북한 갈등 국면이 고조된다면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확실한 주적관을 가진 후보가 유권자에게 확신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남북한이 미사일 도발로 인한 긴장국면을 벗어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남북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북한을 무작정 주적으로만 규정할 수는 없다.


국제 정치는 언제나 동일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살아있는 생물처럼 시시각각 바뀌며, 영원한 동맹도 적도 존재하지 않는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열강들 속에서, 대한민국은 각 나라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열강의 지도자들을 상대로 자국의 이익을 지킬 수 있는 지도자를 뽑는 자구적 노력이 필요하다.


▲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작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는 17세기 영국 시인 존 단의 글에서 빌려온 것이다.


"인간은 상호의존해 살아간다. 그러니 저 조종(弔鐘)이 누구를 위하여 울리나? 라고 묻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해 울리는 것이다."


한반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19대 대선에서 현명한 후보를 뽑는 유권자의 현명한 시각이 그 어느때 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한편 5월 9일 장미전쟁이라 불리는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의 대선후보들이 서로 날카로운 설전을 벌이면서, 19대 대통령 선거의 향방에 대중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