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항해 시작한 후보자들…실탄 장전 완료?

▲ 제19대 대통령 대선주자 문재인·홍준표·안철수·유승민·심상정(기호순, 왼쪽부터) 후보가 일제히 선거유세 레이스에 돌입했다.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문 후보는 대전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에서 대학생으로부터 꽃목걸이를 선물을 받고, 자유한국당 홍 후보는 대전 중앙시장에서 손가락으로 기호를, 국민의당 안 후보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필승을 다짐하고, 바른정당 유 후보는 서울시 대테러상황실에서 소방대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정의당 심 후보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앞에서 출근하는 노동자들에게 인사하며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해 조기에 치러지는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역대 최다인 15명의 후보자가 등록했다고 한다. 15명의 대선후보자들이 대선 하루 전날인 다음달 8일까지 공식선거운동에 돌입하면서 대선 본선 무대의 막이 활짝 열렸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대선의 또 다른 이면을 두고 ‘쩐(錢)의 전쟁’으로 부르는데,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미국 대선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등 4명의 후보가 사용한 선거비용이 1조 300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우리도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480억원)와 문재인 후보(450억원)가 선거비용으로 쓴 것만 해도 1000억원에 육박한다.


이는 대통령이 될 만한 자질을 갖춘 것은 물론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박수를 받을 만한 정책과 비전, 공약 등을 제시해도 이것만으로는 대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얘기다. 즉, 여기에 실탄이 더해져야 한다는 것. 이에 <스페셜경제>가 대선의 또 다른 이면인 ‘쩐의 전쟁’에 대해 살펴봤다.


막 열린 홍보 전쟁…문제는 ‘돈’


1·2당의 위엄‥보조금만 100억원


지난 15~16일 이틀 동안 역대 대선 가운데 최다인 15명의 후보들이 대선후보자 등록을 마치면서 대선을 향한 본격전인 항해가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기호 1번)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기호2번),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기호 3번),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기호 4번), 정의당 심상정 후보(기호 5번) 등 주요 정당 후보 5명과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층이 결집해 창당한 새누리당 조원진 후보(기호 6번) 및 원외 정당·무소속 후보들이 공식선거에 돌입하면서 대선 본선 막이 오른 것이다.


역대 최다인 15명의 후보들 가운데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양강 구도를 구축하면서 대권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보수 후보인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막판까지 보수층 대결집을 노리며 대역전을 희망하고 있다.


심상정 후보도 ‘중도 사퇴는 없다’는 결기를 내비치며 정의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노동자들의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이 외에 원외 정당 및 무소속 후보자들은 이번 대선에서 유의미한 지지율을 확보해 존재감을 발산하려 하고 있다.


다만, 이들 15명의 후보들 모두가 대선 막판까지 완주해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줄 지는 미지수다.


물론 주요 정당 5명의 후보들은 대선 완주는 물론 현재의 판세를 굳히거나, 아니면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해 낼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그 외에 후보들은 완주를 한다 치더라도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전국민을 상대로 후보들 개개인의 자질은 당연하거니와 정책과 비전, 공약 등을 검증 받을 수 있는 TV토론만 하더라도 주요 정당 후보들의 경우 얼마든지 출연이 가능하지만, 그 외에 후보들은 TV토론회 출연 자체가 쉽지 않은 현실적 제약이 있다.


아울러 주요 정당 후보들은 국가에서 나오는 선거 보조금이 풍족하기 때문에 자금적인 면에서도 군소정당 후보들 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를 점한다.


특히, 국회 원내 의석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지급받는 선거 보조금 액수도 늘어나기 때문에 선거자금 측면만 놓고 본다면 원내 1~2당 후보가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에서 열린 서울방송과 한국기자협회 공동 개최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홍준표(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선 본선→홍보 전쟁=쩐의 전쟁


정치권에서는 흔히들 대선을 ‘쩐의 전쟁’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대선후보를 홍보하는 수단인 TV광고나 인터넷 광고, 유세차량, 선거 공보물, 선거운동원 인건비, 선거 포스터 등 선거에 필요한 하나하나가 다 돈이다.


정치권과 복수의 언론 등에 따르면, TV와 신문 광고 등에 적게는 100억원, 많게는 150억원 상당의 홍보비용이 지출되고, 인터넷 광고비는 50~80억원 가량이 쓰여 진다고 한다.


대형 LED화면과 확성기가 장착된 1톤 유세차량을 대여하는 비용은 2000만원 선이고, 5톤 대형트럭은 4000만원에 육박한다.


선거운동원 인건비와 선거사무소 운영 비용 등으로 100~130억원 정도가 지출되며, 이 외에도 선거 로고송 제작과 선거 공보물, 현수막 등에도 막대한 예산이 집행된다.


이에 따라 선거자금이 풍족하면 풍족할수록 국민들에게 후보를 더 많이 노출시킬 수 있고, 홍보를 위한 가지각색 수단들도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미국 대선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등 4명의 후보가 사용한 선거비용이 1조 3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도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480억원)와 문재인 후보(450억원)가 선거비용으로 지출한 비용이 1000억원에 육박했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쓰여 질 실탄이 풍족할수록 홍보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해도 선거비용을 무한정 지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법정선거비용 한도가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의 경우 한 후보당 560억원을 지출할 수 있었고, 올해 대선의 경우 1인당 509억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 제19대 대통령 선거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진은 지난 13일 오후 경기도 여주시에서 진행된 유세 차량 작업 모습.

선거 보조금 배분…어떻게, 얼마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8일 제19대 대선 선거 보조금으로 6개 정당에 총 421억 4000만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선거보조금은 정치자금법에 따라 국회 원내교섭단체 요건(국회의원 20석 이상)을 갖춘 4개 정당에 보조금 총액의 50%를 균등 배분된다.


5석 이상 20석 미만 의석 정당에는 총액의 5%, 의석이 없거나 5석 미만의 의석을 갖고 있으면서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정당에는 총액의 2%가 지급된다.


이와 같이 각 정당에 배분하고 남은 금액의 잔여분에 대한 절반은 대선 후보 중 국회 의석수 비율로 배분하고, 나머지는 20대 국회의원선거 득표수 비율에 따라 배분된다.


이에 따라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119석)은 123억 5000여만원, 2당인 자유한국당(93석)은 119억 8000여만원, 국민의당(39석) 86억 6000여만원, 바른정당(33석) 63억 4000여만원, 정의당(6석) 27억 5000여만원, 새누리당(1석) 3200여만원이 지급됐다.


하지만 법정선거비용 한도가 509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국가에서 지급되는 선거보조금만으로 대선을 치르기에는 부족하다.


이에 따라 주요 정당 후보들은 부족한 선거자금을 마련키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부족한 선거자금…대책마련 고심


후보 자질·정책·비전+실탄=‘대권’


문재인→펀드 조성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은 가장 많은 보조금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부족한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펀드를 조성해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18일자 <연합뉴스>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무본부장인 안규백 당 사무총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1차로 100억원 모금이 목표인데, 그 이상을 달성하도록 유권자들의 (펀드)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문재인 펀드는 19일 개시 1시간 만에 1차 목표 금액인 100억원을 훌쩍 넘는 329억원을 모금했다. 해당 펀드는 오는 7월 19일 원금에 시중은행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를 적용한 연 3.6%의 이자를 더해 상환되는 구조다.


문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펀드 조성으로 총 500억원(1차 모금액 300억원)을 모금한 바 있는데, 문 후보 측은 현재 문 후보가 대권에 가장 근접해 있기 때문에 지난 대선보다 펀드 기금이 더 모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후보 측은 이번 대선에 지출될 선거비용으로 지난 대선과 비슷한 470억원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선거비용 마련을 위한 '문재인 펀드'가 19일 출시 1시간 만에 1차 모금 목표인 100억원을 달성해 마감 공지가 되어있다.

홍준표→담보대출과 당내 유보금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선거비용으로 법정한도액에 가까운 500억원을 책정했다고 한다.


홍 후보 측은 선거보조금 120여억원과 시·도 당사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은 250억원, 여기에 기존에 당에서 보유하고 있던 당내 유보금 130억원을 더한 것이다.


한국당은 유세 차량으로 중앙당 5톤 트럭 4대와 17개 시도당에서 운영하는 2.5톤 트럭 17대 등 유세 차량 운영비용으로만 70억원이 들었으며, 선거사무원 인건비 80억원, 벽보 등에 44억원을 지출했다. 언론과 포털 사이트에 게재하는 광고비는 70~80억원을 지출할 예정이다.


이철우 사무총장은 연합뉴스에 “선거에 필요한 비용은 모두 마련했기 때문에 펀드는 따로 필요가 없고,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고비를 얼마나 아끼느냐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현재 홍 후보가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비용 보전을 못 받을 우려가 제기된다.


대선이 끝난 뒤 한국당이 지출한 500억원의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 받으려면 홍 후보가 대선에서 15%의 득표율을 얻어야 한다.


10~15%의 득표율을 기록할 경우 절반이라도 보전 받지만, 10%미만의 지지율을 얻는데 그칠 경우 한국당은 한 푼도 보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시·도 당사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은 250억원을 갚지 못해 한국당이 파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그러나 홍 후보는 무조건 15%는 넘는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 자유한국당 전북도당은 지난 17일 전북 전주 호남제일문 앞에서 5.9 대통령 선거 출정식을 열었다. 전주를 상징하는 호남제일문 앞에서 출정식을 갖는 모습.

안철수→개인 후원금 및 대출


문재인 후보와 함께 현재 양강 구도를 구축하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선거비용으로 440~450억원을 책정했다고 한다. 문 후보에 밀리지 않기 위해 이 같은 비용을 책정했다는 후문이다.


안 후보가 15% 이상 득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86억원 가량의 선거 보조금에 개인 후원금을 더하고 나머지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은행 대출 규모를 줄이기 위해 유세차량 등 목돈이 들어가는 계약에 한해 일부 비용을 먼저 지불하고 대선 이후 보전 받게 되면 나머지 금액을 갚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18일 대전역 중앙시장 앞 유세차량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유승민·심상정→저비용·고효율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경우 지지율도 낮고, 보조금도 풍족하지 않아 고심이 크다.


일단 선거 보조금 63억원에 소액 후원금, 아울러 개인 재산까지 총동원해 90~100억원을 선거비용으로 책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정당 후보자들의 비해 선거비용이 턱없이 모자란 게 사실이나, 유 호부 측은 저비용 대비 고효율을 낼 수 있는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일반 유세차량이 다니지 못하는 골목길을 누빌 수 있도록 자전거 유세단이나, 친환경 콘셉의 일환으로 전기 스쿠터를 소형 유세차로 이용한다는 계획이다.


선거운동원 역시 유급 선거운동원 비율을 대폭 줄이고, 무급 자원봉사를 중심으로 한다는 방안이다.


문재인·안철수·홍준표 후보에 비해 선거비용이 턱없이 모자람에도 정작 유 후보 자신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유 후보는 지난 5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돈이 많이 없어서 TV 광고나 포털 광고도 잘 못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면서 “단 1원의 불법 정치자금도 쓰지 않고 깨끗한 선거를 치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렇게 하면 국민께서도 우리 바른정당이 정말 바르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지난 18일 경기 의정부시 제일시장 인근에서 유세를 펼치기 앞서 한 시민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유승민 후보와 상황이 비슷하다. 선거 보조금 외에 특별당비와 후원금으로 선거비용을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선거법상 16면까지 찍을 수 있는 공보물을 비용 절감 방편으로 8면으로 축소 제작하고, TV와 신문 광고를 대폭 줄이는 대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최대한 활용키로 했다.


▲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와 당 지도부 등이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앞에서 유세차량에 올라 여의도 일대에 출근하는 사무금융직 등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유세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한 나라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는 대통령이 될 만한 자질을 갖춘 것은 물론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박수를 받을 만한 정책과 비전, 공약 등을 제시해도 이것만으로는 대선을 치르기 버거운, 쩐의 전쟁의 냉혹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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