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한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 결과 발표 이후 후폭풍이 거세진 상태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앞서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이 사법부 비판 내용의 학술대회 개최를 저지하고 인사까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진 것과 관련,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가 18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위는 해당 의혹과 관련, ‘실체가 없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렸지만 조사위가 제시한 하나의 문건에서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을 이른바 ‘뒷조사’해온 정황이 드러나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행정처 거부 ‘기조위 컴퓨터’ 조사 실패…조사 범위상 한계


19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조사위가 제출한 이번 보고서에서 지난달 25일 법원 내 판사들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법원의 인사제도와 대법원장의 과도한 권한 집중 등을 다루는 학술대회를 계획하자 법원행정처 소속 이규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이모 판사 등 연구회 관계자들에게 학술대회를 연기·축소하라는 압박을 가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상임위원은 이런 내용을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이 주재한 실장회의와 고영한 행정처장이 주재하는 주례회의에 각각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조사위는 “이모 판사가 이규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으로부터 들었다는 기획조정실 컴퓨터의 판사들 뒷조사 파일은 (이 상임위원이 제출한 사법개혁 학술대회) 대책문건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되고, 이 외의 전체 판사들 동향을 조사한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가 존재할 가능성을 추단케 하는 어떠한 정황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 조사위는 조사과정에서 이 상임위원이 ‘행정처 컴퓨터에 판사들 뒷조사를 한 파일이 나올 텐데 놀라지 말라’는 내용의 이 판사의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조사위가 이 파일이 저장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컴퓨터와 e메일 서버를 조사하려고 했으나 행정처의 거부로 실패했고, 대신 이 상임위원으로부터 자신이 언급한 파일이라며 학술대회 연기·축소를 내용으로 하는 대책문건 2건을 제출받았다.


해당문건 ‘현재 참여도 낮아진 참여자’ 이름·소속 담겨


해당보도에 따르면 이 문건들엔 학술대회 관련 추진 경과와 추진하는 대표, 간사, 주요 참여자 등을 포함해 ‘현재 잠시 참여도가 낮아진 참여자’의 이름과 소속도 모두 담겼다.


이번 조사위 발표와는 달리, 오랜 기간 관련 판사들의 동향과 성향 등을 꾸준히 사찰하지 않고선 알 수 없는 내용들이 담긴 셈이다.


특히 조사위는 임 전 차장이나 고 처장 등이 해당 행사의 연기·축소를 직접 지시했는지, 양승태 대법원장이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연구회 소속 판사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조사위가 ‘행정처 거부’를 이유로 블랙리스트 문건이 담긴 컴퓨터조차 조사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행정처가 임의로 제출한 자료로만 조사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행정처 거부로 컴퓨터를 확보하지 못한 조사위는 이메일을 비롯해 문자, 카카오톡 메시지, 통화내역, 법원행정처 보관문서 등 50건의 제한된 증거만을 다뤘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법원 내부 통신망엔 ‘법관 독립’이나 ‘마치 법원행정처가 법관의 연구 활동을 관리·조율할 수 있는 것처럼 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내용의 비판 글들이 게재된 상태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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