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지혜 기자]시민단체가 CJ E&M의 극심한 노동 강도 때문에 드라마 조연출 PD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청년유니온 등 26개 시민단체가 모인 대책위원회(대책위)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한빛 PD의 죽음은 신입사원에 대한 CJ E&M의 사회적 살인”이라 주장했다.


이 PD는 작년 4월부터 CJ E&M의 드라마 '혼술남녀'의 조연출로 일하다 같은 해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책위는 “이 PD가 청년 사회 문제, 비정규직 문제 관심이 많았다. 그런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 해서 CJ E&M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드라마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드라마라고 했지만 제작 환경은 혹독한 정글이었다. 장시간 고강도 노동,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곳이었다. 이 PD는 고통스러운 현장을 견디기 어려워했다”고 역설했다.


이 PD는 CJ E&M의 PD로 입사해 지난해 혼술남녀 팀에 배치됐으며 의상, 소품, 식사 등 촬영준비, 촬영장 정리, 데이터 딜리버리, 정산, 편집 등의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책위는 이 PD의 통신기록, 문자메시지, 카드결제기록, 업무 메신저 대화내용, 제작관계자 증언 등을 통해 이 PD가 언어폭력과 괴롭힘도 당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대책위는 “신입사원에 대한 CJ E&M의 사회적 살인”이라며 “시청률 경쟁에만 혈안이 돼 구성원을 도구화하는 드라마 제작환경과 군대식 조직문화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힐난했다.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안은정씨는 “(드라마 제작의) 노동환경이 극도로 악화됐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러한 조건에서 이 PD는 장시간 노동과 과도한 업무부여 등 심각한 노동 강도에 시달렸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안씨는 “그러나 사망사건 조사과정에서 회사 측은 유가족 참여를 거부하고 근무 강도와 출퇴근 시간을 확인할 객관적 자료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 PD의 동생인 이한솔씨는 “CJ E&M과 방송업계에 누구나 절감하던 구조적, 개인적 치부가 존재했다”며 “형의 죽음은 청년들의 희생과 상처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낱낱이 드러냈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사망 사건에 대한 페이스북 페이지 개설과 온라인 서명운동, CJ E&M 본사 앞 릴레이 1인 시위 등을 진행할 방침임을 밝혔다.


소식이 전해지자 ‘혼술남녀’ 시청자들과 네티즌들의 안타깝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인터넷상에는 “(행*)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그렇기는 한데 유독 심하다더군요. 고생고생 열심히 공부해서 들어갔을 텐데 안타깝다. 젊은 청춘이” “(C***) CJ 유명하지. 지 위치 불안하니까 밑에 사람 왕따시키고 협박하고 따로 불러 업무상 일시키며 성희롱하고. 정말 더러워서 고발할까 하다 힘없으니까 말해도 선임 귀에 들어가 그 이상 보복당하니까” 등 조직의 기업문화를 비난하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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