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박숙자 기자] 대우조선해양 회생의 열쇠를 쥔 국민연금 공단이 금융당국의 채무 재조정안을 수용하기로 산업은행과 합의했다.


이에 따라서 대우조선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의 일종인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사전회생계획안제도)'으로 직행하는 길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선 시황이 장기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데다 국제유가 또한 바닥을 기고 있어서 회생을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 측이 '채무 재조정안'을 수용한 것은 채권단이 꺼낸 '상환 보장' 카드 때문이다. KDB산업은행은 대우조선에서 별도로 에스크 계좌를 만든 뒤 3년 후 회사채 만기가 도래했을 때 이 계좌에서 돈을 꺼내 갚아주겠다고 제안했다.


배를 만든 뒤 받은 돈만으로 부족하면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이 지원하는 신규자금(2조 9000억원)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손실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장치를 만들어준 것이다.


또한 이러한 국민연금의 결정 배경에는 대우조선을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이 P플랜에 들어갔을 때 국내 경제 미칠 타격도 만만치 않을 것을 의식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P플랜 가까스로 '피한' 대우조선의 앞날은?


시중은행과 서울보증보험 등 제1, 2금융권의 지원확약서와 대우조선 노조의 고통 분담 동의서를 확보한 상황에서 대우조선이 자율 구조조정안으로 돌입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은 사채권자의 동의다.


대우조선과 채권단은 17일과 18일 사채권자 집회를 열고 이와 별도로 기업어음(CP) 투자자들로부터 일일이 동의를 받을 계획이다.


이미 각각 400억 원, 200억 원어치의 회사채를 보유한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증권금융은 찬성 계획을 밝혔다. 우정사업본부와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등은 국민연금의 결정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면 대우조선은 산은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2조9000억 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받고 정상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된다.


앙골라 소난골과 벌이고 있는 드릴십 인도 협상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이 정상화에 성공하면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2732%에서 2021년 말 257%로 줄게된다. 내년부터는 정부가 대우조선 매각을 추진하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빅3’에서 ‘빅2’로 전환될 가능성이 생긴다.


하지만 이 과정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국 조선·해운전문 분석기관 클라크슨리서치는 2018∼2021년 선박 발주량 예상치를 6개월 만에 매년 10% 안팍으로 하향 조정했다.


삼정KPMG가 최근 실사에서 대우조선의 수주 예상치를 올해 20억 달러, 내년 54억 달러로 보수적으로 잡아 부족 예상자금을 계산했지만 수주가 예상보다 되지 않으면 이조차 모자라 또다시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대우조선에 2015년 10월 이후 총 7조1000억 원의 나랏돈이 투입된 뒤 나오는 ‘대마불사 비판’도 극복할 과제다.


정부가 5만 개의 일자리, 1300개의 협력사 등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밑 빠진 독’에 또다시 물을 채웠다는 비판을 피하려면 자구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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