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윤회 문건' 유출 관련, 검찰 수사를 받던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최경락 경위의 유가족이 해당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비선 실세’ 의혹의 시발점으로 평가된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전직 경찰관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 유가족이 진상 규명을 내용으로 하는 진정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억울하다” 최 경위 유서…개인 차원 아닌 경찰 전체의 문제


고(故) 최경락 경위의 형 최낙기 씨가 14일 오전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을 찾아 이 같은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지난해 특검에도 (진정서를) 제출했는데 아무런 연락도, 소환조사도 없었다”면서 “힘없는 소시민이라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정윤회 문건’ 수사가 한창일 당시 최 경위는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최 경위는 당시 박관천 경정의 이 문건을 몰래 외부로 유출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었으며.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최 경위의 형인 최씨는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던 박 경정은 문건을 정보분실방 캐비닛 서랍에 넣어뒀고 서류가 흩어진 흔적은 물론, 만진 흔적 역시 없었다고 말했다”면서 “도둑 당한 사람은 없는데 최 경위를 유출범으로 몰아 세상을 뜨게 한 것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당시 함께 근무한 한일 경위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회유가 있었다고도 했다”며 “하지만 ‘정윤회 문건’ 사건은 벌써 2년이 넘었지만 관심을 가지고 조사하는 사람 없이 잊혀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실제 한 전 경위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의 회유와 미행 등으로 심적 고통을 심하게 받고 있었다는 내용을 폭로한 바 있다.


최 경위 친형, “동생을 사지로 몰아넣은 인물은 우병우”


최 경위는 유서에서 “민정비서관실에서 너(한일 전 경위)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이제 내가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은 너와 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회사 차원의 문제”라고 밝혔다.


최 경위의 형은 또 “이 사건은 경찰 공무원 모두가 겪을 수 있는 일”이라며 “연루된 경찰관과 피해 입은 경찰관들을 포함해, 열심히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숨진 제 동생의 명예 회복을 위해 진상 규명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당초 정씨의 국정농단 의혹으로 출발한 ‘문건 파동’ 사태는 검찰 수사과정에서 ‘유출’ 부분으로 축소, 결국 한 전 경위 등 유출 관계자들만 재판에 넘겨지며 마무리됐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란 제목으로 작성한 감찰 보고서로, 해당 문건엔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의 전 남편인 정씨와 정호성-안봉근-이재만 등 ‘문고리 3인방’이 국정에 개입해왔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최 경위의 형인 최씨는 이번 진정서와 비슷한 취지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도 진정했지만 특검법 연장 무산 등 여러 이유로 수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한편, 최씨는 동생 최 경위를 회유하거나 압박했던 청와대 고위관계자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목하고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 보다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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