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만원 받고 일해라”…노동 착취(?)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법을 잘 몰라 법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법률구조를 해주는 법무부 산하의 공공기관 ‘대한법률구조공단’. 무료법률상담과 소송비용 대여로 변호사가 소송을 수행할 수 있도록 법률적 구조를 해주는 공공기관이다.


하지만 최근 공단은 실무수습 변호사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별도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교육비와 식비 명목으로 ‘월 35만원’ 정액 지급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교육을 빌미로 근로를 착취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사였다. 여기에 월 35만원을 정액 지급하는 것은 지나친 ‘열정페이’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공단은 최근 수년간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지난해 소속 변호사들에게 수천만원대 소송성과급을 지급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열정페이’ 논란을 살펴봤다.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법률 서비스 마련을 위해 지난 1987년 9월 설립된 대한법률구조공단.


하지만 최근 공단은 수습 변호사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보수 없이 실비 35만원만 지급한다는 근로조건을 제시해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열정페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열정페이 논란 <왜>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달 20일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 헌) 명의로 ‘2017년 변호사시험 합격자 실무수습생 선발 모집’을 공고했다.


실무수습 기간은 이달 25일부터 약 6개월, 수습 예정 인원은 19명이다. 지원 자격은 변호사법에 따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실무 수습을 받기를 원하는 자로 규정했다.


관련법에 따르면 변호사가 단독으로 법률사무소를 개설하거나 법무법인의 구성원이 되려면 특정 기관에서 6개월 이상 법률 사무에 종사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공고를 낸 공단 역시 지정 기관으로 속해 있다.


논란이 불거진 것은 특기사항. 공단은 실무수습기간 중 별도 보수는 지급하지 않으며, 교통비와 식비 등 실비명목으로 월 35만원을 정액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등에서는 공공기관이 실무수습을 명목으로 부당한 근로조건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폭주했다.


최근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열정을 강요하면서 아주 적은 월급을 주면서 노동력을 착취하는 행태인 열정페이 논란에 직면한 것이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 단체인 한국법조인협회는 즉각 반발했다. 협회는 “변호사법상 실무수습 규정 때문에 약자의 위치에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부당한 조건의 고용”이라며 “공단은 법률구조 기관으로 근로자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법조인협회의 한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공단에 수습변호사로 들어간 실무수습생들은 법률상담과 소송관련 서면 작업 등 실제 근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공공기관 ‘법률구조공단’이 편법을 이용해 노동을 착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 공단에서 실무수습을 받았던 변호사는 수습 기간 중 소송 서류 작성이나 법률상담 등 실무 업무에 투입됐다”며 “외부로 나가는 서면 업무 등 직원들과 동일한 업무에 투입됐다”고 말했다.


공단 “실무 수습 일환” VS 한변협 “법률상담 등 근로”


‘6개월 이상 수습’ 제도 악용 논란…공단“근로계약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습제도라는 병폐로 노동력을 활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제도적으로 방패 장치가 마련 되야 한다”며 “이를 감시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의 폭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단 “근로 아닌 교육”(?)


이에 대해 대한법률구조공단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단은 변호사 실무수습은 근로를 전제로 하지 않으며 수습변호사와의 근로를 전제로 한 어떠한 계약 체결이나 의무 부여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교육의 일환으로 실제 법률 상담도 해보고, 실무를 익히기 위한 각종 서식 등의 관련 작업 등도 교육의 목적 내에서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단 측은 “정식 고용을 전제로 실무수습 변호사를 모집하지 않으며, 실제로 지난해 총 14명의 수습변호사 중 2명만이 실무 수습을 완료했고 나머지 12명은 취업 등을 이유로 실무수습을 중단했다”며 “공단은 실무수습이 근로의 제공이나 취업이 아니라 수습변호사들이 사회에 나가는 가교 역할로 기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단은 지난 2013년 수습교육생에 대한 보조비가 70만원으로 책정됐지만 이듬해 50만원, 지난해 20만원으로 매년 보조비가 감액됐으며 올해 35만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현직의 한 변호사는 <본지>의 통화에서 “최근 변호사 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예전과 비교해 변호사들의 위상이 낮아 진 것이 사실”이라며 “열정페이라고 단정 짓기 힘들어도 업계에서 이러한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끊이질 않는 논란


최근 열정페이 논란에 휩싸인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지난해 소속 변호사들에게 수천만원의 소송성과급을 지급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공단은 수십억원의 적자속에서도 내부 지침에 따라 소속 변호사에게 재직 기간에 따라 3년 이상은 연 1,920만∼2,640만원, 2년 이상은 1,440만∼1,980만원, 1년 이상은 960만∼1,320만원의 소송성과급을 지급했다.


공단이 지급한 소송성과급은 일종의 소송 성공수당으로 형사사건의 변호사 성공보수가 대법원 판결로 금지됐지만 정부 지원을 받는 공단은 내부 지침을 근거로 성공보수를 지급해 논란이 됐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이끌고 있는 이헌 이사장은 지난해 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불성실하게 개인적인 일을 봤다고 하더라도 도의적 책임은 별론으로 해도, 대통령에게 세월호 희생자들을 사망하게 했다는 시각은 헌법상, 법률상 책임이 있다는 식의 주장은 잘못”이라는 발언을 펼쳐 일각에서는 특검 조사를 앞두고 있는 대통령 옹호 발언을 문제 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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