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억 빼돌린 정황에도 ‘사람이 좋아서 넘어갔다’…또 다른 공모자 있을 가능성 커

▲ 성남시 소재의 분당제생병원 경리팀장 박모씨가 병원 자금 330억원을 빼돌려 병원 자금운영 시스템에 허점이 드러났다.

[스페셜경제=김경진 기자]성남시 소재의 대형병원인 분당제생병원에서 경리팀장이 병원자금을 9년간 몰래 빼돌려 주식에 투자하는 등 병원 자금운영 시스템에 허점이 드러나 구설수에 올랐다.


병원 예치금 총 330억원 빼돌린 경리팀장…어떻게?


4일 분당제생병원 관계자는 병원자금을 관리하는 경리팀장 박모씨가 2008년 5월부터 최근까지 병원예치금을 이용해 주식투자를 일삼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리팀장이 빼돌린 금액은 총 330억원에 달하며 주식투자 과정에서 100여억 원의 손해를 입기도 했다. 아울러 최근까지 4억 3000여만 원을 본인의 계좌로 넣었다가 다시 채우는 등 병원 자금을 자유롭게 운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횡령 사건은 부하 직원의 고발로 마침표를 찍었다는 것. 경리팀장은 부하 직원에게 병원 자금 일부를 본인의 계좌로 입금하라고 지시했다가 들통이 난 것으로 전해졌다.


경리팀장은 병원예치금 통장과 CMA 계좌의 통장인감이 동일하다는 점을 악용했다. 이로 인해 자신보다 상급자들의 눈을 속인 것.


병원측 ‘자체 진상조사 및 경찰 고발’ 했으나…아직까지 자리 유지?


이에 분당제생병원 측은 자체 진상조사 및 분당경찰서 고발을 한 상태다. 아울러 병원 측은 공인회계사·변호사·해당병원 재단 관계자로 이루어진 외부감사팀을 꾸려 지난 3일부터 B팀장의 병원예치금통장 인출 과정·주식투자규모·해당 증권사 거래 내역 등을 조사키로 했다.


이와 관련해 분당제생병원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주·월 단위 보고 등 모든 업무보고사항을 회피하고 인감을 교묘히 이용했다”면서 “관계자 처벌은 물론이고 경영체계를 더욱 건실히 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330억원을 빼돌린 경리팀장이 아직 재직 중에 있다. 병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경리팀장은) 오늘 출근하지 않았다”며 “아직까지 공지로 경리팀장에 대한 조치가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고 밝혔다. 자체 진상조사와 경찰 고발까지 한 상태지만 정직·사직·퇴진권고 등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 이에 병원 관계자는 “병원 룰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내부 공모자·근무 태만’ 의혹


내부공모자 의혹과 더불어 ‘근무 태만·근무 기강 해이’ 의혹도 존재한다. 분당제생병원의 회계감사는 분기별로 진행한다. 2008년부터 최근까지 최소 32번 이상의 회계감사가 있었지만 그 누구도 330억원이 빠져나가는 것을 몰랐던 것.


이에 분당제생병원 관계자는 “(경리팀장에 대해) 사람을 믿어, 사람 좋다는 이유로 회계감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분당제생병원은 경리팀장 박모씨와 더불어 상임이사 민모씨도 고발했다. 이에 병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내부공모자로 고발한 것은 아니고 경리팀장의 상급자로 함께 고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의료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경리팀장이 무려 330억 넘는 돈을 자유롭게 빼내고 그 중에 128억 이상의 손실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면서 “회계책임자가 제대로 회계 감사 하지 않았거나 경리팀장을 봐주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한다. 이는 곧 내부에 공모자가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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