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 이번 달부터 영국 런던 5개 지역의 주민 120만 명은 국민의료보험(NHS)이 운영하는 비(非) 응급 의료 상담 전화인 111에서 인공지능 (AI·Artificial Intelligence) 의사로부터 진단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주민들이 ‘바빌론’앱(응용 프로그램)을 이용해 이상 증세를 스마트폰에 입력하면 AI가 3억 건의 진단 기록과 수많은 의료 정보를 토대로 진단을 내려준다.


AI앱 개발사인 바빌론 헬스 측은 "진단 비교 실험에서 의사는 73.5%의 정확도를 보였으나 AI는 90.2%나 됐다"며 “진단 시간도 의사는 평균 3분 12초가 걸렸지만 AI는 1분 7초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번 바빌론 개발에는 AI 연구자 100여명이 참여했으며,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만든 구글딥마인드도 2500만 달러(약279억 원)를 투자했다.


이처럼 스마트 의료기기의 본격화는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의료비 부담도 크게 절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영국 국민의료보험인 키스 맥닐 수석 임상정보 책임자는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를 통해서 “2020년 300억 파운드(약 41조 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험 재정 부족분의 상당액을 스마트폰 의료 신기술이 줄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바빌론 같은 앱은 언제 어디서나 진단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병원에 갈 수 없는 시간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토요일 밤 갑작스럽게 배가 빵빵해지면서 복통이 생겼을 때 바빌론 대화창에 증세를 입력하면 진단결과와 함께 주의해야할 점 등 처방까지 내려준다.


바빌론 측은 “의사 진단을 한 번 받는데 45파운드 (약6만원)가 들지만 바빌론 앱을 사용하면 한 푼도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바빌론처럼 잇따라 등장하고 있는 스마트폰 의료 기기는 병원에서 사용되는 의료 기기와 거의 비슷한 성능을 보이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얼라이브코어가 개발한 의료기기는 스마트폰에 연결된 골무르를 손가락에 끼우면 심전도를 알려준다. 해당 기기에 대해서 버팔로대 연구진은 심전도 기기와 성능이 같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필립스가 개발한 스마트폰용 초음파 기기 '루미파이'도 기존 병원에서 사용하는 초음파 진단기기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스마트폰으로 검사한 결과는 의료진에게 바로 전송할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의료진에게 원격으로 상담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미국 스타트업 바이오밈은 스마트폰에 끼워 소변으로 성병균 DNA를 즉시 분석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했다.


또한 영국 의료 기기 업체 옥스퍼드 나노포어는 올해 말까지 스마트폰에 끼워 쓰는 초소형 DNA 분석 장비 ‘미니언(MinION)’을 출시할 계획이다.


환자가 갑자기 패혈증 증세를 보일 때 미니언으로 원인균을 바로 알아내면 생명을 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울러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진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정액을 찍어 5초 내에 정확도 98%로 정자의 숫자와 운동 상태를 진단하는 기술을 발표했다.


이 같은 스마트폰을 활용한 의료 기술 개발은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폰에 연결해 혈압과 혈당 등을 재는 기기들은 물론이고, 여기서 나온 정보를 병원에 전송하고 이를 기반으로 진단하는 소프트웨어 기술들도 개발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에 연결하는 내시경을 개발한 울산과학기술원 정웅규 교수는 “스마트폰 의료 기술은 병원 인프라가 취약한 개발도상국에서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며 “실제로 스마트폰에 끼워 쓰는 의료 기기들은 해외 의료 봉사를 가는 국내 의사들에게 호응이 높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 스마트폰용 의료 기술은 반쪽자리다. 환자가 스마트폰으로 자가 진단을 할 수 있지만 그 정보를 의사에게 전송하고 진단을 받는 원격 진료를 현행법상 불법이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까지 관련 규제를 완화해 원격 의료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지만 한국은 의사와 환자 간 원격 의료가 허용되지 않아 관련 기술과 서비스 개발이 정체돼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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