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회장 정경유착 의혹 짙어져-박영준 이어 천신일까지

[스페셜경제]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얼굴이 흑빛으로 변하고 있다.


정 회장이 포스코의 수장자리를 꿰차는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개입한 정황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로 알려진 천신일 세중나모 여행사 회장까지 관여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친구 천신일, 윤석만 사장에게 전화해 “대통령 결재가 정준양으로 났다”


11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천 회장은 2009년 1월 28일 오후 10시 20분께 당시 윤석만 포스코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 결재가 정준양으로 났기 때문에 (포스코 회장 자리를) 당신으로 바꿀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통령에게 ‘윤 사장은 박사학위도 받았다’고 했더니 대통령이 ‘박사라고 경영 잘하나’라고 하더라”는 얘기도 오고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은 포스코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포스코 최고경영자(CEO)후보 추천위원회’가 정준양 당시 포스코건설 사장을 차기 회장으로 결정하기 하루 전이었으며, 윤 사장은 정 사장과 함께 유력한 차기 회장후보였다.


이에 앞서 천 회장은 1월 12일에도 포스코 회장 선임에 대한 여권 핵심 기류를 윤 사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천 회장은 현재 세무조사 무마 등 청탁을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로, 당시 천 회장이 실제 이 대통령과 포스코 회장 선임 관련 대화를 나눴는지, 임의로 대통령의 의중을 판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신문은 또 박 전 차관이 포스코 차기 회장의 주요 후보였던 두 사람을 별도로 만나 후보 면접을 했다는 의혹도 점점 신빙성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박 전 차관은 대통령기획조정비서관에서 물러난 뒤 특정 직함이 없는 상태였다.


박 전 차관은 2008년 11월 5일 먼저 윤 사장을 서울 강남 소재 일식당에서 만나 오후 7시부터 두 시간 동안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과 포스코 서울사무소장도 배석했다.


이후 주간동아 보도에 따르면 박 전 차관은 2008년 12월 24일 박태준 명예회장 부부와 함께 서울 시내의 한 호텔 중식당에서 오후 12시 30분부터 두 시간 동안 오찬을 하며 차기 회장에 대한 의중을 물어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박 명예회장은 “차기 회장은 윤 사장으로 하는 게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고 12월 31일 이구택 당시 포스코 회장도 윤 사장을 불러 “차기 회장으로 당신을 추천할 테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일주일 후인 2009년 1월 7일 박 전 차관은 이구택 당시 회장, 그의 경기고 동기 동창인 장모 씨와 함께 조찬을 하면서 “정 사장을 포스코 차기 회장으로 결정했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날인 1월 8일 박 전 차관은 정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이 회장이 되었다”고 알려줬고, 이 회장도 윤 사장에게 “정 사장으로 차기 회장이 결정됐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 회장은 포스코 CEO후보 추천위원회에 정 사장을 단독 추천했다. 그러나 일부 사회이사들이 윤 사장도 후보에 올리자고 주장하면서 둘을 놓고 3차까지 간 투표에서 정 사장이 4대 2로 회장직에 최종 선임됐다.


천 회장과 박 전 차관 등이 정 회장의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인사개입 의혹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재까지는 정 회장에 대한 인사개입이 두 사람의 개인 차원인지 청와대의 뜻에 따라 진행된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왜 이 두 사람이 정 사장을 선택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제휴사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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