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전 대통령 조카사위가 물려받고…파산관재인 역할 제대로 했나?

▲ 지난 2014년 8월 24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엿새째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을 하고 있던 중 배재정, 은수미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처음으로 5월 대선이 치러지는 가운데 현재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며 대세론을 굳혀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대한 검증 국면이 불거지고 있는 모양새다. 문 후보가 지난 19일 민주당 경선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서 특전사 복무 시절 당시 제1공수여단 여단장이었던 전두환 장군에게 표창을 받았다고 언급하면서 경솔한 발언이라는 비판과 함께 말 바꾸기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자유한국당은 한 발 더 나아가 문 후보의 안보관과 아들의 공기업 특혜 취업 의혹을 제기하면서 검증을 본격화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 후보가 2014년 4월 16일 침몰한 세월호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채권 확보 책임자였던 시절의 문제가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유력 대권주자 검증이라는 명목 아래 다시금 불거지고 있는 문 후보의 유병언 파산관재인 의혹에 대해 짚어봤다.


지지율 1위 대선후보 검증 국면


의혹의 당사자…‘문재인과 예보’


정치권 안팎에서는 파면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40년 지기인 최순실과 함께 국정을 농단할 수 있었던 원초적 배경 가운데 하나로 지난 대선에서 정치권과 언론이 지지율 1위였던 박근혜 후보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지 않았던 대목을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박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 당하면서 조기 대선이 확정됨에 따라, 현재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대한 검증 국면이 조성되는 모양새다.


문 후보가 특전사 복무 시절 당시 제1공수여단장이었던 전두환 장군에게 표창장을 받은 사실을 직접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파장이 일고 있으며, 보수진영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문 후보의 안보관을 꼬집거나 문 후보의 아들 문준용 씨에 대한 공기업 특혜 취업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시 불거지는 파산관재인 의혹


이런 가운데 문 후보가 2014년 4월 16일 전라남도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채권 확보 책임자였던 시절의 문제도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시크릿 오브 코리아’ 안치용 편집인은 지난 16일 미주 한인 언론 <선데이저널>을 통해 유병언 등에게 대출을 해주었으나, 대출금을 상환 받지 못한 신세계종합금융의 ‘파산관재인(채권을 회수해 채권자들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던 문 후보가 당시 채권 확보 책임자로서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안 씨는 이에 앞서 지난 2015년 7월 ‘프리미엄 조선’을 통해 해당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장본인이며, 같은 해 8월 선데이저널 역시 해당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본지> 역시 안 씨가 최초 의혹을 제기했을 당시 이를 인용 보도한 바 있다.


사건의 전말


우선 해당 사건에 대한 개요부터 살펴보자.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불거지기 몇 개월 전인 1997년 5월, 세모화학은 유병언 회장을 포함한 연대보증인 5명을 내세워 신세계종금에서 만기일이 1998년 2월 14일자인 5억원짜리 1매, 25억원 1매, 15억원 1매 등 자사의 약속어음 3매를 담보로 45억원 가량을 대출받았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가 도래하면서 종금사들은 줄줄이 파산했고, 유병언 등에게 대출을 해준 신세계종금도 예외는 아니었다.


신세계종금이 파산한 탓인지는 몰라도 유병언 등 연대인과 세모화학은 만기일이 지나서도 신세계종금에 대출원금 중 1.7%에 해당하는 7700만원만 상환했을 뿐 대출금을 거의 상환하지 않았고, 이에 부산지방법원은 2000년 7월 당시 법무법인 부산 변호사로 동남은행 파산관재인 등을 맡고 있던 문재인 후보를 신세계종금 파산관재인으로 선임했다.


문 후보는 신세계종금 채권 확보 책임자로서 2002년 1월 한국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와 함께 유병언 등을 상대로 대출금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신세계종금 공동 파산관재인인 문 후보와 예보는 2002년 10월 유병언과 연대보증인, 세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부산지방법원으로부터 승소판결을 받아낸다.


당시 부산지법은 “피고들(유병언을 포함한 연대보증인 5명과 세모화학)은 연대해서 원고인 문재인 및 예보에 66억 4000만원을 지급하고, 이중 원금인 44억 3000만원에 대해서는 2000년 1월 13일부터 완제일까지 연 24%의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원고인 문 후보와 예보에게 피고인의 채권 회수를 위한 ‘가집행(가압류·가처분 등)’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문 후보와 예보가 유병언 등의 재산을 조사하고 이를 가집행해 채권을 회수하란 주문이었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문 후보와 예보는 피고인의 재산을 조사한 뒤, 가집행을 통해 채권 대부분을 확보했어야 했다.


▲ 대출금 반환소송 승소판결문(안치용의 시크릿오브코리아).

정재성 변호사는 누구?


그러나 문 후보와 예보는 유병언 등의 채권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4년 5월 신세계종금 파산관재인 정재성 변호사와 예보의 자회사 정리금융공사(현 KR&C)간에 체결된 자산양도계약서를 살펴보면 미회수대출원금이 38억 4000만원에 달했다.


문 후보와 예보는 2002년 부산지법으로부터 승소판결 했음에도 이자는 고사하고 대출원금 조차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 것이다.


이후 부산지법은 지난 2015년 4월 7일 대출금 반환 소송에 대한 집행문을 재발급 했다. 부산지법이 재발급한 집행문에는 유병언의 상속재산을 승계한 유상나, 유혁기, 유섬나 등 3명으로부터 신세계종금 대출금 미납액을 강제 집행하라는 법원의 주문을 문 후보와 예보의 승계인인 KR&C에 내어준다고 명시돼 있다.


즉, 정재성 변호사가 KR&C와 자산양도계약을 맺으면서 신세계종금에 대한 채권 회수는 예보의 자회사인 KR&C가 떠맡게 된 것이다.


유병언 직계가족 5명중 자녀 3명에게만 재산이 상속 된 이유는 유병언의 처인 권윤자 씨와 장남 유대균 씨는 2014년 10월 대구가정법원에 상속포기를 청구해 2015년 2월 13일 상속포기를 인정받았으나 상나, 혁기, 섬나 씨는 상속포기를 청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눈에 띄는 점은 2004년 KR&C와 자산양도계약서를 맺은 파산관재인이 문 후보가 아니라 정재성 변호사라는 점이다.


정 변호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로 2002년 대선에서 노 전 대통령 당선되면서 문 후보는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가게 됐고, 이로 인해 2003년 1월 14일 신세계종금 파산관재인을 사임하고, 같은 날 정 변호사가 부산지법에 의해 신세계종금 파산관재인에 선임된 것이다.


여기까지가 사건의 전말이다. 이 같은 사실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6개월여 뒤인 2014년 10월 예보 측이 뉴욕남부연방법원에 유병언의 차남 유혁기 등 유족들을 상대로 신세계종금 대여금등에 대한 재산 환수 소송을 제기하면서 드러났고, 시크릿 오브 코리아 안치용 편집인과 선데이저널이 보도하면서 밝혀졌다.


이는 결국 2002년 당시 부산지법으로부터 대출금 반환 소송 승소 판결을 받았음에도 유병언 등의 채권 회수를 제대로 하지 못했으나, 세월호 사건이 터진 뒤에야 예보가 해외에 있는 유병언 자녀들의 재산을 파악하고 뒤늦게 재산 환수 소송에 나섰다는 것.


▲ 정재성 변호사와 KR&C가 맺었던 채권양도증서(안치용의 시크릿오브코리아).

채권 회수 못한 속사정 있나?


문재인 측‥정치공세·명예훼손


유병언 국내 재산 없었다?


여기서부터 의문점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보도록 하자. 신세계종금 파산관재인이었던 문 후보와 예보는 2002년 10월 부산지법으로부터 대출금 반환 소송 승소 판결을 받았음에도 왜 유병언 등에 대한 채권 회수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일까.


이에 대해 문 후보 측 관계자는 <본지>에 보낸 답변서를 통해 “문 후보는 신세계종금의 파산관재인으로서 채권확보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며, 그 결과 2002년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면서 “당시 종금사의 파산관재인으로는 예보와 여기에 문 후보가 공동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후보 측은 이어 “파산관재인이었던 문 후보는 주로 법률적인 업무 등을 법원의 허가 등을 받아서 진행하였고, 예보는 신세계종금에 상근 직원을 두고 집행 재산을 찾는 등의 사실적인 업무를 주로 맡아서 진행했다”면서 “2003년 문 후보는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되어 파산관재인을 그만두게 됐고, 이후 법원이 후임 파산관재인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예보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유병언 등의 재산을 환수하기 위해 이들의 국내 재산에 대해 7~8번에 걸쳐 조사를 했다”면서 “그러나 유병언과 연대 보증인 등의 명의의 재산은 없었다”고 말했다.


유병언과 연대보증인 등의 가족들에 대한 재산 조사를 했는지에 대해 예보 측은 “채무자가 유병언 등이지 아들이나 딸 등 가족이 아니었다”고 답했다.


즉, 문 후보 측은 주로 법률적인 부분을 진행했고, 재산 환수 등의 실무는 예보가 주로 맡았다는 주장이며, 예보 측은 유병언 등에 대한 재산을 환수하기 위해 7~8번에 걸쳐 국내 재산 현황을 조사했으나 발견된 재산이 없었고, 유병언과 연대보증인들의 가족은 채무 장본인이 아니었기에 재산 환수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유병언 가족까지 조사했어야…'


그러나 예금자보호법 제21조의2의 1항을 보면, 공사는 부실금융회사 또는 부실우려금융회사로 하여금 부실 또는 부실 우려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는 ‘부실관련자(부실금융회사등에 대하여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무자 등)’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부실관련자의 배우자 및 직계 존속·비속 등이 포함된다.


쉽게 말해 예금자보호법에 따르면 신세계종금 대출을 갚지 않은 부실관련자인 유병언 등의 가족들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문 후보와 예보가 유병언 등에 대한 가족 재산까지 조사했어야 했고, 이를 통해 채권 회수에 적극 나서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은닉 재산 조사…현실적으로 어려워?


또한 당시 유병언은 미국 법인(세모USA)을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하이랜드 스프링스’라는 호텔리조트를 보유하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이 리조트는 1990년 5월 11일 670만달러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리조트의 현재가치는 1000만달러를 상회한다고 한다.


유병언이 미국 법인을 통해 해외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이에 대한 가압류 등 채권 회수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문 후보 측은 “실무적으로 국내 은닉 재산을 찾는 것도 쉽지가 않은데, 해외 은닉 재산을 찾는 것은 상당한 시간을 들여도 쉽지가 않은 것”이라면서 “집행 실무를 담당했던 예금보험공사에서도 당시 찾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 측은 이어 “미국 내 재산에 대한 집행은 한국 법원 집행문으로 되는 것이 아니며, 승인 절차 등의 미국법상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라며 “(해외 부동산 문제는)문 후보가 파산관재인에서 물러난 이후의 채권 집행의 문제이며, 12년이 지난 후 밝혀진 은닉재산으로 (이를 통해)문 후보를 공격하는 것은 과도한 공세”라고 밝혔다.


예보 관계자도 통화에서 “해외 은닉 재산을 조사하려해도 외국의 신용정보 회사를 통해 조사해야 하는 등 예보가 해외 재산을 추적할 수 있는 직접적인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유병언이 죽고 채무가 증여가 되고 나서, 언론을 통해 해외 부동산이 드러난 이후에야 외국 신용정보회사 등을 통해 유병언 일가의 재산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병언 일가의 재산을 확인한 뒤, 미국 법원에 재산 환수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후보와 예보 측은 해외 은닉 재산까지 조사하기란 시간도 많이 걸릴 뿐더러 직접적인 권한도 없었기에, 명확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외국 신용정보 회사를 이용해 해외 재산을 조사하기란 비용 문제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의지만 있었다면’…자금 추적 가능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박도 제기되고 있다. 유병언은 지난 1989년 4월 18일 세모USA를 설립한 뒤 해외에 투자한다며 190만달러를 미국으로 반출했는데, 유병언은 이 자금을 보태 미국 캘리포니아주 하이랜드 스프링스 호텔리조트를 매입할 수 있었다.


이는 당시 금융당국에 투자금 명목으로 신고 됐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반출한 자금이었다. 이에 따라 당시 문 후보와 예보가 유병언 등의 채권을 회수하려는 의지만 있었다면 추적할 수 있는 자금의 흐름이었으나, 미국 은닉 재산에 대해서는 알려고도 하지 않아 환수를 못한 것 아니냐는 게 안치용 씨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문 후보와 예보의 단순 실수라기보다는 모종의 대가를 받은 뒤 유병언 등을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문 후보와 예보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문 후보 측은 이에 대해 “논리의 비약이며 전혀 사실이 아닌 정치공세”라며 “명예훼손에 해당된다”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 세모 해외 투자현황(안치용의 시크릿오브코리아).

파산관재인 돌려 맡기?…文측 “정치 공세…명예훼손”


아울러 신세계종금 파산관재인이었던 문 후보의 후임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정재성 변호사가 선임된 것도 의구심의 한 대목으로 지목되고 있다.


문 후보가 지난 1998년 4월부터 2003년 1월까지 동남은행의 파산관재인을 지내면서 동남은행의 소송사건을 자신이 대표 변호사로 있던 법무법인 부산에 몰아줬다는 의혹이 지난 2012년 대선을 통해 제기된 바 있다.


2012년 12월 13일 당시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권성동 의원(현 바른정당)은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후보는 동남은행 파산관재인 재임기간 중 총 20건 소송사건(소송가액 합계 763억원) 중 13건(소송가액 합계 727억원)을 법무법인 부산에 몰아줘 변호사 선임료로 1억 1100여만원을 지급했다”며 “파산관재인 보수로 5800만원까지 받았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파산관재인으로 있는 회사의 소송을 자신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이 맡게 되면, 행여 소송이 잘못 되더라도 손해배상청구 등과 같은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문 후보의 행위는 불공정하고 부도덕한 전형적인 특권경영의 모습”이라고 비난했다.


이러한 의혹이 불거진 동남은행 파산관재인 지위와 유병언 등에 대출금을 상환 받지 못한 신세계종금 파산관재인 지위는 문 후보가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가면서, 2003년 1월 14일 문 후보의 후임으로 정재성 변호사가 부산지법에 의해 선임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참여정부의 영향력으로 문 후보와 정 변호사가 파산관재인 지위를 돌려먹기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 관계자는 “전혀 근거 없는 정치 공세이며 명예훼손”이라고 일축했다.


▲ 문재인 후보 후임으로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된 정재성 변호사(안치용의 시크릿오브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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