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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최종 파산…‘후폭풍 본격화’ 남은 과제?[입체분석]“40년 한국해운의 명예 땅에 떨어졌다”
김영식 기자  |  kys@speconomy.com  |  
승인 2017.02.23  11: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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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송보국'을 꿈꾸며 대한민국 해운업을 이끌던 한진해운이 40년 만에 역사 속으로 퇴장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국내 1위, 세계 7위 등 40년 간 최고의 선사 자리를 지켜온 한진해운이 결국 좌초하면서 대한민국 해운역사에 수많은 과제와 교훈 등을 남겼다.

지난 17일 한진해운의 기업회생절차를 담당한 서울중앙지법이 최종 파산선고를 내리면서 본격적인 한진해운 청산 절차에 돌입했다.

한진해운 파산을 결정한 법원은 김진한 변호사를 파산관재인으로 선임해 본격적인 청산 절차를 개시할 예정으로, 파산채권 신고는 오는 5월 1일, 조사 기일은 6월 1일로 확정됐다.

파산관재인이 잔여 자산을 매각하고, 채무관계에 따라 이를 분배하게 되지만 한진해운의 남은 자산이 거의 없는 관계로 채권자들의 회수액은 매우 적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진해운이 파산에 이르기까지 경영진 패착과 정부와 금융권의 오판 등이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된 가운데 한국 해운 경쟁력의 후퇴와 해운업계 전반적인 위기가 시작됐다는 암울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한진해운 파산, 韓 해운업 위기 고조
경영진 패착·정부 무능함 드러난 작품

한국 원양 해운업의 본류였던 한진해운이 최종 사망선고를 받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현재 국내 해운업이 처한 위기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약 40년 전 고(故) 조중훈 회장이 ‘수송보국(輸送報國)’을 외치며 창립한 한진해운은 당시 국내 최초 컨테이너 전용선사로 출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후 한진해운은 국적 선사 최초로 매출 10조원을 달성한 데 이어 2012년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 운수업 부문 최우수기업 인증, 2013년 미국 로우스(Lowe's) 선정 최우수 선사상 등을 수상하는 등 그간 국내 최고 선사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한진해운의 위기가 본격화한 것은 조 창업주의 삼남인 조수호 회장의 별세로부터 시작된다. 이후 남편을 대신해 회사를 갑자기 떠맡게 된 전업 주부 최은영 회장은 글로벌 해운업 호황기인 2006년 당시 기회를 송두리째 날려 버렸다.

당시 최 회장은 해운업 호황 상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오판, 배를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 용선료를 장기적으로 지불하는 ‘장기용선’ 결정을 내린다.

이에 따라 당시 용선료 시세는 1만3000달러였음에도 3~4배가량 높은 수준인 무려 3~4만 달러의 용선료를 지급하고 배를 빌렸다.

이런 계약 대부분은 10년 이상의 장기계약으로 결국 한진해운 침몰의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해왔다.

약 1450%에 달하는 막대한 부채비율을 기록한 가운데, 한진해운의 알짜 자산만을 챙긴 최 회장이 스스로 물러난 이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배턴을 넘겨받았다.

하지만 조 회장 역시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앞세워 치킨게임 시장을 형성한 글로벌 선사들의 압박에 무너졌다.

특히 글로벌 선사들로 구성된 해운동맹의 저가 운임 경쟁에 밀려 조 회장은 약 1조7000억 원 수준의 자금을 한진해운에 투입하는 등 회생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이마저도 무위에 그쳤다.

정부 오판, 국내 해운업 선박운항 능력 '반토막'

   
▲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낼 당시 한진해운을 이어받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갖은 노력에도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이처럼 한진해운 경영진의 패착과 함께 정부·금융권의 무능함 역시 파산에 한 몫 했다는 분석도 끊이질 않는 상태다.

특히 정부의 국가기간산업 중 하나인 해운업에 대한 이해가 크게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정부와 금융권은 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당시 현대상선보다 덩치가 크고 실질적 시장 점유율 또한 높았던 한진해운을 구조조정 타깃으로 삼았다.

이는 현대상선을 유일 국적선사로 키우기 위해 한진해운 자산을 흡수케 하겠다는 게 정부의 당초 계획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한진해운의 이른바 ‘알짜 자산’으로 평가된 대부분이 현대상선이 아닌 제3의 선사 또는 해외선사로 넘어가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선복량 기준 국내 해운업 전체 선박운항 능력은 반토막 났으며, 한진해운이 과거 점유한 노선의 화주 수요도 해외선사가 나눠 갖는 결과를 초래했다.

더 큰 문제는 한진해운 퇴출로 해외 시장 화주들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한국 해운업은 지난해 이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이 결정된 시점부터 글로벌 화주들의 신뢰를 상실하기 시작했다.

특히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을 예상치 못한 정부 탓에 그간 한진해운을 이용해 오던 화주들의 화물이 세계 각지에서 발이 묶인 데다 이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입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의 일부 노선과 영업망 등을 인수한 현대상선, SM상선이 물량 확보에 어려움 겪고 있는 현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량 실직·투자자 피해…‘책임론 부각’
업계, “정부, 결자해지(結者解之) 해야”

이 같은 정부의 무능함은 한진해운 파산 선고 이후에도 변함이 없어, 현재 한진해운 파산에 따른 업계 피해액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이 침몰한 이후 업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진해운의 파산절차 착수 이후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등이 정한 바에 따라 채권자 배당이 이뤄져야 함에도 남은 자산이 거의 없어 상당수 투자자 등 채권자가 막대한 투자 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 기준 한진해운의 자산과 부채는 각각 2조7231억 원, 3조5267억 원으로 집계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파산선고로 신용보증기금과 산업은행 등 기관투자자를 포함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액은 최대 1조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산은의 경우 현재 한진해운 사모사채 발행 잔액 9390억 원 중 7180억 원에 해당하는 약 76%를 앞서 신속인수제를 통해 인수한 바 있다. 이 중 신보가 절반 이상을 보증에 나서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4~2015년 기간 산은은 한진해운 회사채 상환액의 80%를 인수하면서 해당 금액의 60%가량을 신보가 보증을 서도록 했다.

이에 따라 신보는 한진해운 회사채 약 4308억 원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프라이머리 유동화증권(P-CBO) 지급을 보증했지만, 결국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이 돈을 상환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 한진해운 파산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된 경영진 패착에 최은영 전 회장의 오판이 그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공공기관인 신보가 이 같은 손실을 국민 혈세로 충당할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거센 비판 여론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게다가 한진해운 파산 선고로 상장 폐지가 확정된 한진해운 주식이 오는 23일부터 7거래일간 정리매매에 들어감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의 막대한 피해 역시 우려된다.

특히 해당 기간 단타 투기꾼들의 이른바 ‘폭탄 돌리기’가 극성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정리매매에 들어간 종목은 평균 85% 폭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리매매 기간엔 상·하한 30%의 가격제한 폭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데 따른 것이다.

또한 한진해운은 총주식의 40% 이상인 5만3천명이 넘는 소액주주가 구성 비율을 이루고 있다는 점 역시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이들의 경우 주식 상장폐지 이후 기업이 존속할 경우 장외거래라도 기대해볼 수 있지만, 한진해운은 정리매매 이후 청산절차에 돌입하기 때문에 기업 자체가 소멸함에 따라 장외거래 가능성 역시 사라지게 됐다.

결국 이들 개인투자자의 피해액은 약 1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된 가운데, 공모 회사채 발행 잔액 역시 2500억 원 수준에 달해 한진해운의 파산선고에 따른 피해 자금은 최대 1조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해운 파산 후폭풍 이미 가시화

앞선 대규모 실직 사태에 대한 전망은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이미 한진해운 소속 직원들의 숫자는 반토막 난 상태로, 이 가운데 상당수는 여전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한진해운 파산에 따른 실직 규모로 부산 3000여 명, 전국 약 1만 명의 실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한 데 이어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일자리 자체가 약 10만개 이상 사라질 것이란 우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한진해운 파산에 따른 부산항의 물동량 감소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부산해양수산청에 따르면 부산항 소재 한진해운 협력업체들의 미수금은 약 467억 원 수준에 달해 이미 많은 업체가 도산 위기에 내몰렸고 수백 명의 실업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운업계에선 이번 한진해운 파산을 계기로 국가 차원의 통렬한 자성 과정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현대상선 중심의 해운업 경쟁력 회복을 계획하고 있다.

먼저 정부는 내달 초까지 한국선박해양을 활용해 현대상선의 선박 10척을 매입, 약 7200억 원 수준의 자본 확충을 지원한다. 아울러 현대상선과 중소 근해선사들이 결성한 소규모 해운동맹 지원 역시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런 정부 방침에도 의구심은 여전히 불거진 상태다.

   
▲ 한진해운 파산에 따른 대량 실직과 투자자 피해 등 후폭풍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국내 유일 국적선사로 남게 된 현대상선은 앞서 세계최대 해운동맹인 2M에 정식가입에 실패하면서 결국 전략적 협력에 그친 상태다.

또한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좌초 공백을 메워야 함에도 여전히 불안한 재무상태에 따라 당분간 선복량을 쉽게 늘릴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게다가 앞서 정부가 ‘해운업 살리기’에 총 6조5000억 원 규모의 지원 방안을 밝힌 바 있지만 이 역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난 2015년 12월 정부는 선박 신조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규모를 12억 달러에서 24억 달러로 확대했지만, 부채비율 400%라는 조건을 그대로 유지해 선사 이용에 큰 제한을 뒀다.

결국 현재까지 정부의 해당 프로그램을 이용한 선사는 단 한 곳도 나타나지 않은 상태다.

현재 글로벌 해운업계에선 한진해운 파산을 사실상 ‘반면교사’로 삼아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을 비롯한 일본과 대만 등 그간 불거졌던 위기설이 자취를 감춘 데 대해 국내 업계 역시 이들 국가들의 행보를 두고 우리 정부의 선사들에 대한 과감한 지원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현대상선은 물론, 중소형 선사들에 대한 투자 역시 병행할 것과 함께 그간 흩어져 있던 해운업 경쟁력 확보 방안을 한 데 아우를 수 있는 컨트롤 타워 설립 등 정부 스스로 한진해운 파산에 대한 ‘결자해지’의 자세로 한국 해운업 경쟁력 회복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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