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경쟁력 외치면서 뒤로는 ‘관피아’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또 다시 ‘관료 낙하산’이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번에는 개통 100일을 앞둔 수서발 고속철도 운영사 에스알(SR). 정부가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경쟁 도입의 첫 사례로 만든 곳에 수장을 관피아 낙하산으로 내정하면서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을 지낸 이승호 사장은 지난 14일 SR의 2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 사장은 지난달 27일 면직 후 보름 만에 SR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다. 일각에서는 철도 민영화 사업이 퇴직 관료의 재취업 수단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SR에 부는 낙하산 논란을 살펴봤다.


정부가 철도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추진한 수서고속철도(SRT). SRT를 운영하는 에스알(SR)을 통해 정부는 철도 운영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이고, 운용의 효율화를 이룩하겠다고 선언했다.


철도 민영화에 꽃핀 낙하산(?)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낙하산 인사 논란이 제기되며 관피아 의혹이 불거졌다. SR은 지난 13일 주주총회를 열고 이승호 전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을 제2대 SR 사장으로 선임했다. 여기에 다음날인 14일 서울 수서에 위치한 SR 본부에서 취임식이 진행됐다.


불과 보름 전까지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이었던 이승호 전 실장이 정부가 추진하고 코레일이 대주주로 있는 SR의 새로운 수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낙하산 의혹은 빠르게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다.


코레일은 지난 7일 SR에 ‘임원 추천 알림’을 보내면서 이 전 실장을 SR 사장으로 추천했다. 하지만 이 사장이 SR의 수장이 된 것은 정부와의 사전 교감이 충분히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외견상으로 SR의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는 코레일이 사장 후보를 추천했지만 이는 국토부의 결정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985년 행정고시에 합격으로 대구시 교통국 기획관으로 관직을 시작한 이승호 사장은 건설교통부 광역교통기획관과 국토해양부 교통정책실 철도정책관을 거쳐 2011년 서울지방항공청장을 역임했다. 이후 대전지방국토관리청장과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상임위원을 거쳐 지난 2015년 8월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을 맡았다.


이 사장은 국토해양부 철도정책관 재임 시절 철도민영화의 초석을 마련했으며 이러한 배경 속에 SR이 탄생했다.


공직자 재취업 심사 대상 제외


이 사장이 국토교통부에서 교통물류실장 면직 이후 보름 만에 SR사장으로 올 수 있었던 이유에는 SR이 공직자 재취업 심사 대상이었던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SR이 공공기관으로 확정되지 않아 재취업 대상 기관으로 고시되지 않은 것이다.


SR은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인 코레일이 41%로 최대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철도 회사지만 지난해 말에 영업을 시작하면서 기관 대상에서 제외됐다.


公기관 아닌 SR 재취업 대상서 제외…국토부 사전 조율


노조 “퇴직관료 재취업 의심”…진동 논란에 ‘공식 사과’


SR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코레일이 41%, 사학연금 31.5%, IBK기업은행 15%, KDB산업은행 12.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노조 ‘낙하산’ 우려


이승호 사장이 취임하자 철도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철도노조는 성명을 통해 “정부가 경쟁체제 르네상스라며 자찬했던 민영화가 결국 낙하산 인사에 그치면서 그간 내세운 취지들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 SR 제2대 사장으로 취임한 이승호 사장.

또한 “이승호 사장은 국토부에서 철도 민영화 정책을 추진해왔던 인사”라며 “이명박 정부 당시 수서 고속철도를 재벌기업에 내주려 했던 국토부의 철도정책관”이라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임 김복환 사장는 코레일 출신으로 2013년 12월 취임해 3년간의 임기를 마무리한 바 있다.


SR은 현재 수서에서 부산까지 고속철도를 운행하고 있다. 고수익이 검증된 고속철도만 운영하고 있는 장점으로 경쟁사인 코레일은 일반철도를 운영하는 것에 비해 높은 수익구조를 갖고 있다.


정부는 현재 철도 전 분야에 걸쳐 민자 유치, 자회사 분리 등을 골자로 하는 민영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코레일이 인수했던 공항철도를 2015년 매각하면서도 국토부 퇴직 관료를 사장으로 앉히면서 관피아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소음·진동 논란 ‘어떻게’


지난해 말 개통한 수서발 고속철도는 개통 3개월 만에 예측 수요를 달성하면서 빠르게 안정화되어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SRT 이용객은 일평균 4만7511명으로 예측치의 90.2% 수준이었으나 2월 들어 이용객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4만9385명을 기록하는 등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호(好)실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숙제는 남아있다.


SRT 개통과 함께 열차의 객실 진동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는 등 승객 불편 문제가 불거졌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근본적은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SR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삭정(깍기 작업) 등의 응급조치를 통해 작업을 지속하고 있지만 안전 논란은 SR의 발목을 잡고 있다.


SR 측은 “진동 발생과 관련, 차량, 선로 상태, 기후 등 다양한 요인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놓고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서고속철도 운영사인 SR은 SRT 운행 중 일부 차량 및 구간에서 진동으로 인한 승객 불편에 대해 지난달 6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R이 고속철도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최근 사장 선임 문제에 대해 낙하산 논란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철도 민영화 논란은 더욱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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