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협치 절실한 상황…분열의 리더십 논란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위기의 가계부채, 서민을 위한 해법'을 주제로 열린 '제2차 경제현안 점검회의에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 문 전대표는 이자리에서 가계부채 공약을 발표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됨에 따라 오는 5월 9일 이후에는 대한민국에 새로운 대통령,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된다.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 10년의 피로감, 여기에 박근혜-최순실의 국정 농단이 더해지면서 적폐 청산 및 정권교체를 내세우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가장 큰 수혜를 입으며 대세론을 공고히 하고 있다.


차기 정부에서 ‘대선공신(大選功臣)’으로 한 자리 차지하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대선이 다가올수록 문재인 대선 캠프에는 문 후보의 대선을 돕기 위해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줄을 서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문 후보의 리더십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문 후보의 리더십이 통합의 리더십이 아니라 분열의 리더십이라는 비판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문 후보의 ‘분열의 리더십’에 대해 들여다봤다.


확장성 약점…박근혜 경제교사 수혈


남들은 패권, 본인만 혁신‥뺄셈정치


“보수나 진보의 이분법을 뛰어넘어 중도나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는 분들로부터 폭넓은 자문을 받아나갈 생각이다.”


해당 발언은 대연정 제시로 중도·보수층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안희정 충남지사의 발언으로 여겨질 수 있겠으나, 발언의 장본인은 대세론의 주인공 문재인 후보의 발언이다.


문 후보는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딜라이트스퀘어에서 가진 ‘전국 지역맘 카페 회원들과의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표와 정치적 성향이 다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을 영입해 경제정책 기조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와 같이 말했다.


문재인 캠프에 합류한 김광두 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알려져 있다. 김 원장은 지난 대선 박근혜 캠프에서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와 함께 경제민주화 등의 정책을 만들었다.


이에 안희정 충남지사 측 의원멘토단장을 맡고 있는 박영선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안 지사의)대연정을 비판하면서 박근혜 경제 교사를 김종인 전 의원에 이어 두 번째 모셔온 것은 일관된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지난 16일 안희정 충남지사의 의원 멘토단장인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과 김윤덕 전 의원은 전북도의회에서 회견을 열고 전북도민들이 안 지사에게 힘을 실어주면 반드시 역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약점 보완나선 문재인


안 후보의 대연정은 중도·보수층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민주당 대선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를 바짝 추격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경제와 MBN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실시한 민주당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8~9일)에서 문 후보는 전주보다 6.2%포인트 떨어진 40.1%를 기록했고, 안 후보는 전주보다 5.9%포인트 오른 31.9%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문 후보를 한 자릿수 간격으로 추격했다.


KBS와 연합뉴스가 여론 조사기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2046명을 대상으로 11일~12일 실시해, 지난 13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는 문 후보가 34.5%, 안 후보가 33.3%로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박영선 의원은 지난 15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문재인 대세론은 없다”면서 “(여론조사 결과는)문재인 후보의 확장성에 문제가 있고, 매우 불안한 후보라는 평가를 하는 것”이라며 문 전 대표의 약점으로 지목되고 있는 외연 확장을 꼬집었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후보의 대연정을 비판하며 적폐 청산을 주장하던 문 후보가 박 전 대통령의 경제교사였던 김광두 원장을 영입한 것에 대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 후보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진행된 더문캠의 인재영입 인사 발표에서 영입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호기 교수, 문 후보, 김광두 교수, 김상조 소장.

국민의당 탄생 배경


다만, 자기편이 아니라면 모두 적으로 간주하는 친문 패권주의를 양산시킨 문 후보가 급작스레 합리적 보수인사를 영입해 자문을 받는다고 해도 외연을 확장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외연 확장 문제 뿐 아니라 문 후보의 리더십도 도마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앞서 언급한 기자회견에서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가장 강력한 본선 경쟁자가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문 후보가 당 대표 시절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해 많은 사람이 떠났고 결국 국민의당이 탄생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의원은 이어 “지난 총선에서 더민주가 고전을 겪은 이유 중 하나도 (문 후보의)분열의 리더십 때문이고, 지금도 극복하지 못했다”며 문 후보의 리더십을 ‘분열의 리더십’이라 일갈했다.


이는 결국 문 후보가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해 비문(非文) 인사들이 당을 박차고 나가면서 국민의당이 탄생하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얘기다.


경쟁자인 안 후보도 직접 문 후보의 분열의 리더십을 비판하고 나섰다.


안 후보는 지난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 손학규 전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등 문 전 대표와 함께 했던 이들이 당을 떠난 것에 대해 “(그들이)이유가 있으니까 떠나고, 이유가 있으니까 헤어졌겠지만, 그것을 통합으로 이끄는 것이 정치지도자의 의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측면에서 문재인 후보의 정치적 리더십에 대해, 저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문 후보의 리더십 부족을 질책했다.


뺄셈 정치와 분열의 리더십


당 밖에서도 문 후보의 분열의 리더십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당 김종구 대변인은 지난 14일 논평을 통해 “문 전 대표가 손학규, 김한길, 안철수, 박지원, 김종인 전 대표가 당을 떠난 것에 대해 비난하고 있는데, 한 두 사람도 아니고 당의 주요 지도자들이 줄줄이 당을 떠난 것에 대해 ‘본인의 부덕의 소치’라고 몸을 낮추기는커녕 자신을 합리화하고 변명에 급급한 모습은 대선주자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문 전 대표는 지금껏 뺄셈의 정치만을 보여줬다”면서 “친문이 아닌 정치인들은 빠르냐, 늦냐의 차이만이 있을 뿐, 누구나 친문패권의 희생양이 되어 만신창이가 됐을 뿐”이라며 직격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표는 누군가 나가면 ‘항상 안타깝다’는 식의 유체이탈 화법으로 자신의 책임이 없다는 식의 변명으로 일관해 왔다”며 “남들이 다 패권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본인만 혁신이라고 계속 우길 것인가. 책임지지 않는 자는 혁신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질타했다.


바른정당 김무성 고문도 지난 8일 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원외원장 연석회의에서 김종인 전 대표의 탈당과 관련해 “지금 대한민국은 덧셈과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한데 문 전 대표는 뺄셈과 분열의 리더십으로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친문 패권세력이 (정권을)잡으면 친박에서 친문으로 패권 교체이고, 이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위협을 받는 것”이라며 “결국 이번 대선은 나라를 망쳐놓은 패권 세력 심판 선거인만큼, 친박과 친문 양극단 세력을 배격하는 국민의 현명한 판단이 계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지난 8일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원외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다 이유가 있다?”


이와 같이 당 안팎에서는 문 후보의 리더십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다가 문 후보가 ‘분열의 아이콘’으로 등극할는지도 모르겠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물론 당내 비판은 경쟁자의 목소리고, 당 밖 인사들의 비난은 문 후보와 대척점에 서 있다는 점에서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순 없다.


하지만 당 일각과 국민의당은 물론 바른정당 등 보수진영까지 한 목소리로 문 후보의 리더십을 지적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자기편이 아니라면 무조건 배척하고 보는 친문 패권주의. 패권세력이 문 후보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뺄셈의 정치를 선보이며 분열의 리더십이란 꼬리표를 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고자하는 문 후보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선일등공신(大選一等功臣) 박근혜-최순실


박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오는 5월 9일이면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 문재인 대선 캠프에는 각계각층 인사들이 줄을 서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문 후보는 현재 지지율 1위에 빛나는 대세론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대선이 끝나고 나면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하고, 새 정부가 들어선다. 대권을 일궈낸 캠프에서는 ‘논공행상(論功行賞-공이 있고 크고 작음을 따져 거기에 알맞은 상을 줌)’이 이뤄질 것이다.


이 같은 논공행상은 각 정부부처에 낙하산 인사를 양산할 것이란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다만, 어느 정당 후보가 대권을 차지할 것인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만약 제1야당 후보가 대통령에 오른다면 ‘대선일등공신(大選一等功臣)’은 아마도 박근혜-최순실이 아닐까한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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