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수영 변호사

[스페셜경제=조수영 변호사]요즘에는 외도, 폭행 등이 아니더라도, 성격 차이를 원인으로 이혼을 하는 경우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 몇 년 동안 비슷한 이유로 이혼소송을 당했다며 필자의 사무실을 찾아온 세 명의 남성의뢰인(A씨, B씨, C씨, 이하 ‘A씨 등’이라 한다)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우선 A씨 등은 인물도 좋고 안정적인 직장에 재직 중이었으며, 행동, 말투도 매우 신사적인 분들로, 한 마디로 “왜 이런 분들이 이혼소송을 당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A씨는 외국 계 기업에 재직 중인 분으로, 처음 사무실에 들어왔을 때부터 여직원들 사이에 ‘훈남’이라는 별명이 붙여진 분이였다.


다른 한명인 B씨 역시 육아일기, 가계부까지 손수 쓸 정도로 꼼꼼하고 다정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마지막으로 C씨는 사립 대 교수로, 10년 넘게 아내한테 ‘밥 지어나. 걸레질 해놓으라고 했지’라는 등 모진 말을 듣고 살아온 분이며, 맞벌이인 아내를 대신하여 요리며 양육 등을 전적으로 담당해 온 분이었다.


처음 A씨 등을 만났을 때, 필자가 느낌 감정은 ‘모진 아내 만나서 참 고생한다.’라는 것이었고, 어떻게든 이혼을 당하는 것만큼은 막아주겠다고 약조하게 되었다.


그런데 소송을 진행하면서, 이들은 필자에게 혼인생활을 세세하게 기록한 경위서를 보내주었는데, 무려 A4용지 50장(글자 포인트 10) 상당의 분량이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들은 상대방 서면을 한줄 한 줄 반박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필자가 그 부분은 판례나 법조문에 비추어 볼 때,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고 누차 말을 해도 본인들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A씨 등은 조정기일에서도 매우 점잖게 조곤조곤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였다. 그들은 매우 예의바르고 점잖았지만, 그런 그들을 보는 상대방들은 분노하고 화를 내며 ‘내가 당신의 그런 점 때문에 이혼을 결심 한 거야. 당신과 있으면 숨이 막힐 것 같아. 제발 이혼만 해줘.’라고 소리를 지르며 울기 시작했다.


필자가 객관적으로 보기에는 A씨 등은 겉으로 드러난 유책사유는 없지만, 지나치게 집요하고, 완벽주의 적인 면모가 있었고, 이러한 모습이 상대방을 지치게 하는 것 같았다. 필자역시 의뢰인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상대방이 왜 저렇게 난폭하게 감정을 드러내는지 조금은 이해가 갈 듯했다.


통상 가정법원에서는 부부 간 이혼의사가 합치되지 않고, 쌍방 뚜렷한 유책이 없는 경우에는 부부상담을 권하거나 가사조사절차에 회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며, 이 경우 소송이 매우 길어질 수 있다.


긴 소송을 거치며 결국 A씨와 B씨는 ‘아내가 저렇게 원하는데 이혼을 해주겠다.’며 조정의사를 내비쳤고, 이들은 막판에 조정으로 이혼소송을 원만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C씨는 끝내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였고, 결국 필자는 이혼소송을 기각시키는 쾌거(?)를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상대방은 즉시 항소를 제기하였고, C씨 역시 고심 끝에 상대방에게 ‘아이가 성인이 되면 이혼을 해주겠다.’는 내용이 담긴 합의서를 작성해 주었다.


결국 A씨 등은 모두 상대방의 이혼요구에 응해준 셈이 되었다.


A씨 등을 겪으면서 필자는 지나치게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며 세심한 성격은 장점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상대방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A씨 등의 아내들에게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기 전에 A씨 등도 아내들의 마음을 조금 더 헤아려보고, 아내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려고 노력했다면 이혼만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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