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박(骨朴)들 차기 지방선거·총선정국 사활 ‘눈총’

[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보수 대선후보군 지형이 또 한 번 요동치고 있다. 그간 보수진영 최고 지지율을 유지하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15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


이러한 배경에는 지난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이 있었다. 황 권한대행은 현 정권 농단사태에 책임소재가 있다는 점과, 대통령 공백으로 국정혼란이 야기될 수 있는 상황까지 겹쳐 출마명분이 상실 된 것이다.


아울러 이는 ‘박 전 대통령 수호’를 기치로 집결했던 친박(親박근혜)계를 위시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결집력을 약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정권재창출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오직 생존을 위한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게 된 것. 이에 <스페셜경제>는 보수진영의 지각변동과 향후 전망에 대해 집중분석 해봤다.


黃불출마 낙담 한국당…기회노린 ‘친박 8적’ 내전국면?


보수명분 ‘朴 고리’ 해제…각자도생 대선주자 난립가속


보수진영은 사실상 차기 대권을 노리기 어려워 졌다. 두 명의 유력후보가 연달아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2월 유력 보수 대선후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리타이어 이후 갈 곳 잃은 보수표심 대부분을 흡수하며 보수의 희망으로 떠올랐지만 15일 결국 대선불출마 선언을 했다.


문제는 반 전 총장 불출마 당시엔 황 권한대행이라는 표심을 넘겨받을 대체제가 있었다면, 현재 보수진영엔 그런 인사가 남아있지 않다는 데 있다. 황 권한대행이 보유하던 전체보수표심 손실을 최소화 하며 집약시켜 올 인물이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황 권한대행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긴급조사된 15일자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황 권한대행의 표심은 다방면으로 분산됐다. 특히 진보진영으로 넘어간 표심이 상당량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11주 째 지지율 1위를 차순위와 큰 격차로 수성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3월 2주차 집계에 비해 2% 포인트 상승했다. 2위 안희정 충남지사는 2.7% 포인트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2.2% 증가했다.


보수진영의 자유한국당 홍준표 경남지사도 직전 집계보다 3.5% 포인트 증가한 7.1%를 기록,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전 집계 대비 1.7% 증가한 4.8%를 나타냈지만 기존 황 권한대행의 표심이 보수와 중도보수층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손실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이미 ‘최순실국정농단’ 사태 등을 거치며 진보진영 측으로 표심이 압도적으로 기운 가운데, 유력 보수후보의 표가 양 진영 모두에게 엇비슷하게 분산되면서 지지율만 놓고 봤을 땐 보수진영의 정권재창출이 이미 물 건넌 것으로 봐도 무방할만한 수준이 됐다.


‘보수정권 재창출’ 적신호…난세(亂世) 친박 총선잡기?


사실 황 권한대행이 불출마 의사를 밝히기 전부터도 보수정권재창출은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의 전반적 전망이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이라도 한 듯 자유한국당은 불임정당 오명을 씻겠다며 일찌감치 대선주자의 다산(多産)화에 나선 바 있다. 지지율이 0에 수렴해 제대로 집계조차 되지 않는 주자들까지 다수 대선출마를 선언했으며 현재까지 저울질 중인 인사들도 많다. 한국당 대선주자들은 지금까지 파악된 숫자만 10여명에 이르는 상황이다.


물론 이론상 당내 경선에 참여하는 후보들의 풀(Pool)이 커질수록 경선 흥행의 불을 지피기가 쉽다. 다만, 그것은 경쟁력 있는 후보들 간의 상호검증시간을 거치며 일종의 정치적 서사 경합을 통해 판을 키우는 개념이다. 최소한의 국민적 인지도 조차 확보되지 않은 후보들을 다수 전면에 내세운다는 것은 애당초 이런 의도와는 거리가 멀다고 봐야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던져봤을 때 ‘2018년 지방선거와 2021년 총선 정국’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정치권 전반의 시각이다.


대선주자로서 합당한 인지도와 명망을 쌓았기 때문에 출마를 결심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낮은 스스로의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해 ‘대선’이라는 거대 무대에 뛰어들겠다는 전략인 것.


특히 친박계는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현 정권 국정농단 사태가 엄준한 심판 속에 인준되며 이에 대한 책임을 피할 길이 없어졌다.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거나, 오히려 골수 보수층이 공감할 논리를 구축해 그들의 지지라도 확고히 얻어내든가 하지 않으면 정치생명 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태인 것이다.


이는 더 나아가 각각 대선주자들의 친박진영 내 입지확장 여부로도 연결된다. 차기 총선정국에서 친박계가 기사회생할 경우 핵심 친박으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20대 총선에서 석패한 이인제 후보, 원내대표 출신 원유철 의원 등은 대선출마를 통해 정치이미지 회복에 성공한다면 차기 당 대표 등을 노려볼 수 있는 인물들로 거론되고 있다.


또한 작년 국정감사기간 ‘친박 돌격대’라는 별칭까지 얻은 이후 박 전 대통령 탄핵정국에서도 태극기 집회를 이끌며 혁혁한 공을 세운 바 있는 김진태 의원의 약진이 예상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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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국당 전체로 봤을 땐, 이들 중 누가 경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유리할까?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해본다면, 한국당은 대선에서 패배해 야당이 된다고 했을 때 제1야당을 노리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다. 당연하게도 질 때 지더라도 가능한 한 박빙의 승부를 연출해야 차후 야당 전환 시 입지의 면적을 넓힐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봤을 때 한국당 지도부 측은 골수 친박계 의원이 경선에서 이기는 것은 바라지 않을 공산이 크다.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으로 진보는 물론 중도층으로 부터도 각종 비난을 받고 있는 친박계 의원을 당을 대표한 후보로 올린다는 것은 외연확장의 한계로 압도적 패배를 맛볼 수 있다. 한국당은 반패권주의를 주장했던 당들과는 ‘연대 가능성’ 자체가 막혀버리기 때문이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등을 주축으로 제3지대에서 연대가 형성될 경우 최약체가 될 수도 있다.


반면 친박계가 아닌 비박계 의원이 후보로 옹립될 경우 중도보수를 표방하고 있는 바른정당과 후보단일화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장점이 있다. 바른정당 역시 ‘보수 전체의 궤멸’로 차기 정권에서의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은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도보수 진영과의 단일화에 성공해 연대 흐름을 타게 되면 ‘민주당의 독주를 막는다’는 공감대 아래 국민의당과의 연대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17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이미 연대를 위한 물밑접촉을 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런 식으로 연대를 통해 다자구도가 아닌 양자구도까지 끌고 갈 수 있다면 민주당에게 정권을 내주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까지 품는 게 가능해진다.


실제로도 한국당은 독자노선 보다는 연대 쪽에 관심을 더 두고 있는 모양새다. 국회 개헌특위에서 15일 민주당을 제외한 3당이 개헌 국민투표를 대선 당일 동시에 진행하기로 한 것에 한국당도 포함된 것이다. 또한 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의 파면과 관련해서도 13일 “우리 당론은 이미 아쉬움은 있지만 헌재 결정에 대해 겸허하게 수용한다는 것”이라고 헌재승복 의사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기본적으로 현 한국당 지도부인 인명진 비대위체제는 당 재개편 과정부터 ‘인적청산’을 두고 친박 핵심세력과 각을 세워오고있기도 하다.


따져보면 한국당 측이 황 권한대행의 대선주자 옹립을 위해 당내 경선룰에 ‘특례조항’까지 만들어가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것도 이러한 태도와 결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상 이제 한국당 측은 홍 지사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엿보인다. 홍 지사는 현재 황 권한대행의 표심을 가장 많이 흡수했으며, 태생적으로 친박계보다는 친이계쪽에 가깝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한국당 지도부와 친박 세력 모두 박 전 대통령이라는 핵심 축 상실과 현 정권에 대한 책임이라는 이중고 속에 각자도생 길에 올랐다. 이들의 살기위한 몸부림이 과연 ‘국정농단’사태에 대한 심판을 원하는 국민들의 동정심을 과연 얻을 수 있을지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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