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 앞에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 선고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4년 15일, 그러니까 1476일 만에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사저로 지난 12일 복귀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를 떠나기 직전 관저에서 한광옥 비서실장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 수석비서관들과 티타임을 가진데 이어 오후 7시쯤 청와대 녹지원 앞길에 마중 나온 비서실 직원 등 500여명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인사를 마친 박 전 대통령은 7시 15분께 의전 차량에 몸을 싣고 청와대를 출발해 삼성동 사저로 향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독립문을 거쳐 서울역→삼각지→반포대교→올림픽대로→삼성로를 거쳐 청와대를 떠난 지 22분 만인 7시 37분께 삼성동 사저에 도착했다.


삼성동 사저 앞에서는 수백명의 지지자와 친박 맏형 자유한국당 서청원 의원을 비롯해 최경환·윤상현·조원진·이우현·박대출·김진태·민경욱 의원 등이 마중을 나왔으며, 이원종·이병기·허태열 전 비서실장과 김관용 경북지사, 전광삼 전 청와대 춘추관장 등도 자리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격려의 말을 전했고, 이어 지지자들의 환호에 화답한 뒤 사저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헌재의 파면 선고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은 민경욱 의원의 대독을 통해 “모든 결과에 대해 제가 안고 가겠다”면서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십자포화 자처한 朴 전 대통령


박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표명은 즉각 헌재 결정에 불복으로 해석되며 정치권의 융단폭격을 초래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은 끝까지 자신의 국정 농단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였다”면서 “여전히 헌재의 탄핵 인용에 불복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 충격적이고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장진영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박 전 대통령이 헌재 판결에 승복해 국민 통합에 기여할 것을 기대했지만 역시 허망한 기대였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헌재 결정에 모든 국민이 승복해야 법치국가 국민의 자격이 있는데,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사상 초유의 탄핵을 당해 놓고도 자신의 잘못을 깨우치지 못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 개인의 불행을 넘어 국가의 불행”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바른정당 조영희 대변인 역시 “스스로의 입장 표명도 없이 대리인의 입을 통해 분열과 갈등의 여지를 남긴 것은 유감”이라며 “박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고 헌법기관인 헌재의 결정을 엄숙하게 받아들이고, 그 결과를 존중해야 할 것”이라며 유감을 드러냈다.


정의당 추혜선 대변인도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오만방자한 태도에 소름이 끼칠 지경”이라며 “파면을 당하고도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 만큼, 검찰은 당장 모든 방법을 동원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진행하기 바란다”며 신속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대선주자들의 비난도 빗발쳤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측은 “헌재의 탄핵 결정에 불복한다면 국기문란 사태”라고 꼬집었다. 안희정 충남지사 측은 “여전히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음에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측은 “잘못을 저지른데 대해 제대로 책임을 묻지 않으면 진정한 통합을 할 수 없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측은 “오늘 또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질타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중진회의에서 “국민에 대한 배신이고, 헌법에 대한 배신”이라며 “10일 헌재의 결정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침묵하는 동안 3명이 숨졌는데, 지지세력을 달래고, 헌재 결정에 승복하는 메시지를 기대했는데 정 반대로 사실상 불복한 것은 매우 충격적이고 안타까우며 박 전 대통령은 마지막 기대까지 저버린 것 같다”고 비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민경욱 의원이 대독한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헌재의 불복을 시사한다기 보다는 검찰 수사에 대비한 메시지라는 해석도 있다.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이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는 듯한 메시지를 내놓을 경우 향후 검찰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메시지를 내놓은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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