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특검에 재소환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친 후 귀가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박근혜 대통령 40년 지기로 국정을 농단한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일가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출석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15시간이 넘는 고강도 수사를 받고 14일 새벽 귀가했다.


이 부회장은 전날(13일) 오전 9시 26분께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소환돼, 이날 새벽 1시 4분에 조사를 마치고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순환 출자 관련해서 청탁한 사실이 있느냐’, ‘박 대통령과 독대 당시 경영승계와 관련해 얘기를 나눈 것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부회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대기중이었던 차량에 몸을 실었다.


이 과정에서 기자들과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던 한 남성은 이 부회장을 향해 ‘이재용을 구속하라’며 거친 욕설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날 특검에 소환된 이 부회장은 조사에서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고 한다.


이재용 벼른 특검…3주간의 보강 수사


앞서 특검은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와 관련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삼성은 그 대가로 최순실 일가에게 430억원대의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판단해, 지난달 16일 이 부회장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지난달 19일 이를 기각했다.


이에 특검은 3주간의 보강 수사를 벌였고, 보강 수사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혐의를 포착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이 부회장의 재소환을 결정했다.


특검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금주 중으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법조계 일각에는 이르면 오는 15일 구속영장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검은 보강 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를 압수수색 한데 이어 관계자들을 줄소환 해,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입증에 초점을 맞췄다.


특검은 공정위가 삼성의 주식매각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관여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면서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고 판단하고, 2015년 10월 삼성SDI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주식 1000만주를 처분하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두 달 뒤인 12월 삼성SDI가 처분할 주식을 1000만주에서 500만주로 줄여 발표한다.


특검은 당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처분주식을 500만주로 규모로 줄여야 한다’고 최상목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현 기획재정부 1차관)에 지시를 내려, 공정위가 축소된 규모로 발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학현 당시 공정위 부위원장은 최상목 비서관에게 이 같은 압력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고, 최 차관도 이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차관은 자신의 윗선으로 안 전 수석을 지목했다고 한다.


또한 새롭게 입수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39권)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특혜 상장 관련 내용이 담겨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에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안 전 수석의 진술을 일부 확보했으며, 이와 관련해 지난 8일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과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비공개로 소환 조사를 받았다.


삼성, 정유라에게 명마 우회 제공?


아울러 특검은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이 불거진 이후에도 삼성이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20억원이 넘는 명마 ‘블라디미르’를 우회 제공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삼성이 정 씨에게 훈련용 말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자, 삼성은 훈련용 말을 덴마크 말 중개상에게 넘겼고, 이후 최 씨 측은 같은 중개상에게 약간의 돈을 더 지불하고 블라디미르 등 명마 2필을 넘겨받았다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다.


삼성이 덴마크 중개상에게 말 2필을 매각하고도 매각 대금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특검팀은 주목하고 있다.


이는 삼성이 정 씨에게 우회적으로 명마 2필을 지원하기 위해 일부러 매각 대금을 받지 않았냐는 것이다. 특검은 이를 확인할 만한 계약서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대한승마협회 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과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인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를 이 부회장과 같은 날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박 사장과 황 전무는 지난해 9월 28일 독일에서 최 씨를 만났고, 추가 말 구입 과정의 실무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금주 내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고, 당초 이 부회장을 제외한 삼성 임원들에 대한 불구속 기소 방침에서 입장을 바꿔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장충기 미전실 차장(사장), 박상진 사장, 황성수 전무 등에 대한 구속기소 가능성까지 열어놨다.


이들의 신병처리는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여부를 결정할 때 같이 처리될 것이란 게 특검의 설명이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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