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친문’ 배신감 우려…반(反) 패권주의 전선 형성

▲ 지난해 12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탄핵 이후 한국 사회의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한 보수와 진보 합동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왼쪽)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자리로 향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바야흐로 대선정국이 본격화 되는 모양새다. 각 정당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지지율 정체로 불출마를 선언하는 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대선판이 서서히 달궈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대선은 본래 12월로 예정돼 있었으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대선이 7~8개월가량 앞당겨 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대선주자들의 행보도 덩달아 빨라졌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강력한 후보를 꼽으라면 단연 제1야당 대선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그럼에도 제1야당과 문 전 대표는 자신들이 대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가장 높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당에 야권 통합을 주문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제1야당의 야권 통합 요구와 이에 대한 국민의당의 완강한 거부에 대해 짚어봤다.


특별 복당으로 야권 통합 압박


패권주의에 당 박차고 나온 國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유력 대선주자로 군림하고 있다.


이런 강력한 대선주자를 보유하고 있는 제1야당은 지난해 4·13 총선 당시 더민주를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긴 당원들을 다시 받아들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민주 당헌·당규 상 탈당한 당원들은 1년 내에 복당할 순 없지만, 제1야당은 특별 복당을 추진하고 있다.


특별 복당 신경전


정치권에 따르면 제1야당에는 최근 6개월 동안 서울 1만 2000여명, 경기 1만 2000여명, 호남 4200여명 등 전국적으로 5만 2000명이 넘는 당원들이 입당을 신청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3만여명은 지난해 4월 총선을 전후로 국민의당으로 당적으로 옮겼다가 탄핵 정국과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다시 제1야당으로 복당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1야당 지도부는 복당을 신청하는 당원들에게 탈당 시점과 상관없이 모두 복당시켜 대선 경선에 참여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이 같은 특별 복당은 향후 국민의당과의 통합 경선 또는 후보단일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정국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 등이 야권 통합 경선을 치른다고 가정한다면, 제1야당 후보와 제2야당 후보 간에 경선을 치를 것인데, 이 과정에서 당원 표에 가중치를 얼마만큼 부여하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갈릴 수 있기 때문에 당원들을 더 많이 보유한 당 후보가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총선을 전후로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겼다가 다시 탈당해 더민주로 복당을 신청한 인원이 3만여명에 달한다는 제1야당의 주장에 국민의당은 발끈했다.


국민의당 김경록 대변인은 지난 2일 논평을 내고 “(민주당은)최근 6개월 간 3만여명의 국민의당 당원이 탈당해 민주당으로 입당했다고 언론플레이를 했는데, 민주당이 언론에 흘린 3만여명의 탈당은 한 마디로 거짓말”이라며 “최근 6개월 간 국민의당에 입당한 당원은 10만여명이며, 탈당한 당원은 2000명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패권주의 해결? 글쎄…


이처럼 국민의당과의 통합 경선 또는 후보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특별 복당을 추진하고 있는 제1야당은 노골적이리만큼, 국민의당에 야권 통합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지난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힘을 합치면 정권교체 확실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라며 “정권교체만 될 수 있다면 무엇을 못 하겠느냐”며 야권 통합 카드를 꺼내들었다.


우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을 흔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원대한 꿈을 실현하자고 호소하는 것”이라며 “패권주의 문제라면 지금 상황에서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하고, 공동정부 구성을 위한 연립정부 협상이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우 원내대표는 친문 패권주의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우 원내대표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는 게 국민의당 안팎의 시각이다.


국민의당 초석을 다진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와 천정배 전 공동대표, 당내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박지원 대표 및 주승용 원내대표 등을 비롯해 국민의당 소속 의원 대부분은 ‘같은 편이 아니라면 무조건 배척’하고 보는 친노·친문 패권주의에 치를 떨며 당을 박차고 나온 인사들이다.


친노·친문 패권주의의 일례로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개헌 논의 저지와 문 전 대표를 당 대선 후보로 기정사실화 한 듯한 보고서를 작성해 논란이인 바 있다.


해당 보고서에 관해 김부겸 의원과 박용진 의원 등 당내 ‘비문(非文)’ 인사들은 물론 바른정당 등 다른 당 의원들 몇몇이 쓴 소리를 하자,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은 이들에게 욕설이 담긴 문자 폭탄을 퍼붓거나, 후원금으로 18원을 보내는 등의 테러를 자행했다.


▲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49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단칼에 거절한 박지원


자기편이 아니라면 무조건 배척하고 보는 패권주의가 발동한 것이다. 이런 친문 패권주의 성향을 잘 알고 있는 국민의당과 박지원 대표는 우 원내대표의 야권 통합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우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직후 열린 국민의당 창당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박 대표는 “누차 밝혔지만 그런 일(야권 통합)은 없을 것”이라며 “그런 공허한 말씀은 우리당에 예의를 갖추는 의미에서도 하지 말아 달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한다”고 되받아 쳤다.


박 대표는 “우리는 민주당의 패거리 정치, 독점적 행태를 비판하고 국민의당을 창당해서 승리로 이끌었다”면서 “국민의당을 향한 러브콜은 어떤 경우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일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선언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도 박 대표 등 국민의당과 궤를 같이했다.


손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정권 국정 농단에 책임이 있는 새누리당은 새 대한민국을 이끌 수 없다”며 새누리당을 비판함과 동시에 “자기 패거리가 아니면 철저히 배제하고 집단적인 문자 테러를 가하는 민주당 패권주의 집단이 정권을 잡는 것도 정권교체가 아니다”라며 패권정치의 대명사인 친박·친문 패권주의를 싸잡아 직격했다.


▲ 지난 7일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당과 국민주권개혁회의의 통합을 선언을 하고 있다.

反文 사전 차단‥어부지리 방지


소연정 매개로 연대 전선 구축


민주당의 야권 통합 노림수


국민의당이 이처럼 통합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데도 제1야당과 문 전 대표는 야권 통합을 계속 고집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제1야당과 문 전 대표가 야권 통합을 목 놓아 부르짖는 데에는 향후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한 ‘반문(反文) 연대’ 전선 구축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의 지지층이 공고한 것은 분명하지만, 구체적 재원 마련은 없고 듣기 좋은 공약만을 남발하는 것과 불안한 안보·외교관, 친문 패권주의 수장 이미지가 강해 문 전 대표에 대한 반감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이런 이유들로 외연 확장에 한계를 보이 것이 문 전 대표의 최대 단점으로 지목된다.


약점이 분명한 문 전 대표에 맞선 연대가 구축된다면 대선구도는 ‘문재인 VS 반(反) 문재인’을 넘어 ‘패권주의 VS 반(反) 패권주의’ 구도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그 중심에 친문 패권주의에 치를 떨며 제1야당을 박차고 나온 국민의당이 자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전에 이를 차단하기 위한 방편으로 제1야당과 문 전 대표는 야권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제1야당과 문 전 대표의 야권 통합 주장은 지난 1987년 대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함으로도 읽힌다.


지난 1987년 당시 이 땅의 민주주의세력은 군사정권에 맞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이뤄냈지만, 막상 치러진 대선에서 김영삼·김대중·김종필 후보 등 야권 대선후보 3명이 단일화 없이 끝까지 경쟁하면서, 여당 대선후보였던 노태우 후보가 어부지로 대권을 차지한 바 있다.


이 같은 전례에 비춰보면 2017년 대선에서도 궤멸 직전에 있는 보수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대권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현재 판세만 놓고 보면 조기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대선은 제1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새누리당, 정의당 등 5파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수당 일각에서는 ‘보수후보 단일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보수진영에서 보수후보 단일화가 실현된다면, 야권은 표가 갈리는 반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직후 보수 대결집이 일어나 1987년 대선 당시가 되풀이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 지난 1989년 12월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야 3당 총재 회담에 앞서 김대중 총재가 김영삼 총재와 악수하며 손을 잡아당겨 가운데 자리를 권하고 있다.

국민의당, 러브콜 안 받는 이유


현재로선 다소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혹시 모를 ‘보수당 어부지리’를 미연에 방지키 위한 측면만 놓고 본다면, 제1야당의 야권 통합 주장은 그리 틀린 것만은 아니다.


정치 8단으로 통하는 박지원 대표도 혹시 모를 어부지리를 예상하지 않을 리 없다.


그렇다면 박 대표와 국민의당은 왜 그리도 야권 통합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것일까. 일부 극우층과 같이 ‘문재인’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몸서리가 처질 정도로 싫어서 그런 걸까.


만약 야권 통합이 성사된다면 안철수·손학규 등 국민의당 중심이 아닌 문 전 대표를 중심으로 제1야당이 통합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안 전 대표와 손 의장의 지지율을 합쳐도 문 전 대표의 상대가 안 될 만큼, 문 전 대표는 현재 대세론의 주인공이다.


경선을 하든, 합의 추대를 하든, 어떤 규칙을 적용하든 문 전 대표가 야권 통합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렇게 되면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문재인 정부 하에서 국민의당 인사들은 친문과 제1야당 인사들에게 밀려 ‘꿔다 놓은 보릿자루’ 취급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즉, 야권 통합으로 문 전 대표가 정권을 잡게 되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기편이 아니라면 철저히 배척하는 친문 패권주의가 지금보다 더 심하게 발동돼, 국민의당은 옛 속담처럼 ‘죽 쒀 개주는 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反) 패권주의 전선 구축과 문재인 공포증


아울러 박 대표와 국민의당은 안 전 대표와 손 의장 등을 내세워 개헌을 고리로 연대를 구축해, 자신들 주도로 연합정부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야권 통합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도 읽힌다.


안 전 대표나 손 의장 등이 당내 경선을 치른 후에도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을 도저히 따라 잡지 못할 경우, 바른정당 등과 개헌 및 ‘소연정’을 고리로 연대 전선을 구축할 여지가 생긴다.


여기서 말하는 소연정이란 소연립정부의 줄임말로 비슷한 성향을 가진 정당끼리 연합해 정부를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제안한 대연정은 국회 원내 1~2당, 그러니까 다수당인 민주당과 새누리당이 연합해, 압도적인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연합정부를 만들자는 취지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각각 진보와 보수를 기치를 내걸고 있지만, 좀 더 세밀하게 분류하자면 두 당은 중도진보·중도보수를 표방하고 있어, 성향이 완전히 상반된다고는 볼 수 없다.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기치는 다르지만 중도를 공통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이 개헌과 소연정을 고리로 연대하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반(反) 패권주의 전선이 형성되면, 호남과 보수진영, 일부 중도층이 결집하면서 문 전 대표를 맞상대할 만큼의 체급상승이 기대된다.


연대 후보가 문 전 대표를 꺾고 새로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선출되면, 진보와 보수가 공존하는 형태의 정부가 탄생될 수 있다는 것.


이와 더불어 국민의당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인용되면 문 전 대표에 대한 반발 심리가 작용해 자당 후보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눈치다.


박지원 대표는 지난 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막상 탄핵안이 인용되면 (국민들은)굉장히 불안해 할 거고, 혼란도 있을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만약 문 전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된다고 하면 ‘문재인 공포증’이 생길 것”이라며 문재인 공포증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공포증에 의해 국민들은 우리 당 후보의 중도적이고 합리적, 안정적인 면모를 선택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 지난 2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국민의당 창당 1주년 기념식에 참석하여 자신이 뽑은 '국민의당 집권' 글씨가 있는 족자를 들고 기뻐하고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주승용 원내대표, 박지원 대표, 안철수 전 대표, 권노갑 상임고문.

다가오는 대선의 계절…대세론 지속?


바야흐로 대선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 대선의 계절은 박 대통령의 탄핵으로 겨울이 아닌 봄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처음으로 눈이 아닌 벚꽃이 만발하는 계절에 대선이 치러지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판에 대세였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날 때까지 문 전 대표가 대세일지는 불투명하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이 느닷없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처럼 변수는 언제나 존재하고, 이에 따라 대선판은 출렁이기 마련이다.


대선까지 여러 번의 중대 변수 출현에도 문재인 대세론이 굳건할지, 아니면 이회창 전 후보처럼 2년여를 1등 하다가 막판에 미끄러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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