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일각 “탄핵선고 이후로 대선일정 재조정 해야”...'바른당-보수진영 공멸 막아야'

▲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대선 불출마 철회를 요구하는 민원인들과의 대화를 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금주 정치권을 달궜던 키워드 가운데 하나를 꼽자면 ‘김무성 재등판론’일 것이다.


지난해 11월. 박근혜 대통령은 40년 지기인 최순실과 함께 국정을 농단한 정황이 언론을 통해 속속들이 제기되면서 정치권에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론이 불거졌다.


그러나 야권은, 특히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을 당론으로 정했음에도 역풍을 고려한 나머지 탄핵에 주저하고 있었다.


이에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된다고 판단한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불씨를 당김과 함께 박근혜 정권 탄생에 일익을 담당한 책임을 지기 위해 자신의 오랜 꿈이었던 대권의 꿈을 접는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과 당 대선주자 지지율 동반상승 견인차 희망


2월 현재. 예상치 못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중도 사퇴로 바른정당 안팎에서는 김무성 고문이 불출마를 재고하고, 다시 대선에 재등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바른정당 안팎에서 김무성 재등판론이 불거지고 있는 이유는 당 지지율 하락과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의 지지율이 좀처럼 오를 기미가 없다는데 있다.


당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최근 한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정의당(6.8%)보다 낮은 지지율(5.8%)을 기록했고, 유 의원과 남 지사는 둘이 합쳐도 한 자릿수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같은 보수진영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당 지지율은 낮지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박 대통령의 지지층을 흡수하면서,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에 이어 지지율 3위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이 때문에 바른정당 일각에서는 한 때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였던 김무성 고문이 불출마를 접고 다시 재등판 해, 당과 당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동반상승의 견인차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지난 9일자 <아이뉴스24>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 안양에 거주하는 구순 노인은 이날 바른정당을 찾아 김 고문이 불출마 입장을 번복하고 대선에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바른정당은 국민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자, 당사를 방문하는 국민들이 소속 국회의원을 직접 만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국회의원 좀 만납시다’라는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는데, 구순 노인은 이날 당번이었던 김용태 의원에게 당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김 고문이 다시 출마해야 한다고 읍소했다는 것.


이에 김용태 의원은 김 고문이 국회에 있다고 설명한 뒤, 자신의 휴대전화로 구순 노인과 김 고문이 통화하도록 했다.


이 노인은 김 고문과의 통화에서 “김 의원님, 꼭 당을 위해 열심히 나서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탄핵 인용, ‘샤이 보수층’ 결집 가능성↑


물론 김 고문이 불출마를 접고 다시 대선에 뛰어든다고 하더라도, 당과 당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상승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재 황교안 권한대행이 보수진영 대선주자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탄핵안이 기각된다면 황 대행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층을 등에 업고 12월 대선을 노려볼 수 있겠으나, 인용된다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황 대행이 출마할 명분이 줄어든다.


설사 출마를 하더라도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층만 갖고는 절대로 야권 대선후보를 꺾을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반면, 바른정당 일각에서는 김 고문이 재등판 한다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일부 극우 보수층을 제외하고 탄핵 인용 결정으로 위기감에 휩싸인 보수층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발표되고 있는 여론조사에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층만 적극적으로 응답하고 대부분의 보수층은 응답을 거부하고 있어, 바른정당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상승하지 않고 있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즉,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보수층은 자신의 의사를 드러내지 않고 있는 ‘샤이 보수’를 자처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의 의뢰로 지난 9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표심을 숨기는 샤이 보수 경향을 조사한 결과 ‘있을 것(매우 심할 것 17.3%, 다소 있을 것 36.9%)’이라는 응답이 54.2%로 조사됐다.(※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에 따라 탄핵으로 인해 보수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 새누리당 대표 시절 보수층의 지지로 28주 동안 지지율 1위를 달리던 김 고문이 ‘반(反) 문재인’, ‘반(反) 패권’을 내세워, 숨어있는 보수층을 결집시킬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더불어 김 고문이 다른 정당·세력과의 연대 및 연정을 구상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반(反) 문재인’, ‘반(反) 패권’을 내세워 개헌과 연정을 고리로 연대를 구축하게 되면, 중도층으로까지 외연이 확장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당 일각에서는 헌재가 박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할 경우 김 고문이 불출마 의사를 접고 다시 재등판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당 일각, 대선일정 재조정 목소리 <왜>


다만, 문제는 이러한 기대가 헌재가 박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할 경우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데 있다.


바른정당은 오는 22일까지 예비후보 등록을 진행한 뒤 경선을 거쳐 내달 24일까지 대선후보를 선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내달 13일 이전에 선고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데, 만약 헌재가 인용 결정을 내리면 헌법에 따라 60일안에 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바른정당은 조속하게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경선절차에 돌입해 내달 24일까지 대선후보를 선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일정 때문에 헌재의 탄핵 인용 이후 김 고문의 재등판을 기대하고 있는 당 일각의 기대는 사실상 실현되기 쉽지 않다는 것.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예비후보 등록시기와 경선 일정을 늦추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바른정당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탄핵이 인용될 것이란 가정 하에 대선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만약 헌재에서 탄핵을 기각할 경우 대선은 12월에 치러지는데, 그런 상황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탄핵이 기각될 경우 12월까지 온갖 변수가 발생할 텐데, 당 내에서는 혹시 모를 탄핵 기각까지 고려해, 당 지도부가 선고일 이후로 대선일정을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헌재 선고가 내려진 이후에 맞춰 대선일정을 재조정한다면, 12월 대선이든, 조기 대선이든 상황 변화에 따라 김무성 의원이 재등판을 제고(提高)할 여지가 높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의 이 같은 언급은 탄핵 기각으로 12월 대선이 치러진다면 12월까지 여러 변수에 따라 김 고문이 재등판 할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고, 탄핵 인용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위기에 빠진 샤이 보수층 결집을 위해 ‘반(反) 문재인’, ‘반(反) 패권’을 내세워 재등판 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헌재의 탄핵 선고 이후로 대선일정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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