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지혜 기자]올 겨울 조류 인플루엔자(AI)에 이어 구제역까지 동물 전염병이 한반도를 덮쳤다. 이에 생산성만을 쫒아 밀실에서 키우는 가축의 사육 행태가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1월 16일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AI 최초 신고가 접수된 이후 이날까지 살처분 된 국내 가금류가 3천312만 마리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가금류 농가의 20%를 차지하는 수치다.


최근에는 구제역까지 돌고 있어 당혹스런 상황이다. 구제역 A형과 O형이 동시에 창궐한 데다 구제역이 돼지로까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뒤늦게 모자란 백신을 메리얼사(社)에서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수입하는 데 최소 일주일은 걸리고, 백신을 접종해도 효력이 나타나기까지 역시 일주일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이 기간 구제역의 확산이 우려된다.


전염병의 잇따른 확산은 결국 현재의 방역체계에 커다란 구멍이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생산성에만 매달려 마치 거대한 공장처럼 운영되는 ‘밀실 사육방식’도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A4용지보다 작은 닭의 ‘밀실’ 사육환경


현행 축산법을 기준으로 알 낳는 닭의 경우, 1마리의 최소 사육 면적은 0.05㎡다. A4 용지의 크기가 0.062㎡임을 감안했을 때 닭들은 A4용지보다 작은 면적에서 키워지는 셈이다. 축산 당국이 일일이 양계농장을 조사하는 것이 힘들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기준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일부 농가에서는 강제 털갈이를 하거나 수면 주기를 짧게 해서 달걀 생산량을 늘리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런 열악한 조건에서 자란 닭은 스트레스에 의해 내성이 약해져 AI와 같은 전염병이 유입되면 순식간에 번지게 된다.


더 나을 것 없는 소와 돼지의 좁은 우리


돼지의 경우도 심각하다. 돼지 축사에서는 일반적으로 ‘스톨’이라 부르는 가로 60㎝, 세로 210㎝의 철제 감금 틀에 어미 돼지를 가둬놓고 인공 수정과 출산을 반복시킨다. 운동 능력이 퇴화한 어미 돼지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게 된다.


비교적 큰 우리에 풀어놓고 기르는 소 역시 닭이나 돼지 정도는 아니지만 축사 밀집도 면에서 나을 바 없다.


전문가들은 이런 밀식 사육이 전염병에 취약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지난 5일 올 겨울 첫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보은군의 젖소 사육농장은 195마리에 달하는 젖소를 한꺼번에 살처분·매몰하는 피해를 피할 수 없었다.


만약 소에 한정됐던 구제역이 돼지로 번지게 된다면 더 큰 재앙이 올 수 있다. 밀실사육 방식 때문에 돼지는 소보다 확산속도가 더 빠르다. 게다가 돼지는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항체 형성률이 소보다 떨어진다. 당국은 전국 돼지 농가의 항체 형성률이 75.7%로, 소 농가의 97.5%보다 크게 떨어진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2010~11년 구제역 사태 때를 재현할 수도 있다고 충고한다. 당시 충남·북과 경남·북, 경기, 강원 등지의 6241개 농가가 피해를 입었고 소ㆍ돼지 348만 마리가 살처분 됐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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