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스페셜경제=이현정 기자]삼성전자가 미국에 가전공장을 짓겠다는 한 매체의 보도에 적극 부인하고 나섰다. 사실무근이라는 것.


매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연산 200만대 규모의 생활가전 공장을 내년 초 가동을 목표로 지을 것으로 전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에 일자리를 가져오라”며 공공연히 압박을 가하고 이에 삼성전자의 투자계획이 급물살을 탄 것으로 풀이한 것.


현재 미국에서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생산기지는 시스템 반도체 생산 중인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한 곳이다.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이 미국에서 판매하는 생활가전을 만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인 구애가 삼성전자에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지난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가 미국에 공장을 세울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고마워요! 삼성, 함께하고 싶어요”라는 메시지를 게재했다.


업계는 해당 메시지가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기업을 향한 압박용이라고 해석한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생활가전 시장에서 현지 기업 월풀을 따돌리며 처음으로 점유율 1위를 거머쥐었다. 트럼프로서는 삼성전자에 공장 투자를 요구할 명분이 더욱 뚜렷해진 셈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을 염두에 두고 작년부터 미국 투자계획을 구상해 왔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가전공장 신설과 별도로 삼성전자가 오스틴 공장에 약 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외에 LG전자도 올 상반기 중 미국 가전공장 투자계획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도 오는 2021년까지 5년간 31억달러(약 3조5000억원)를 미국에 투자할 수 있다고 밝혔다.


GM·폭스콘·포드자동차·캐리어 등 외국 기업들은 멕시코 등지의 공장 신증설 계획을 철회하고 미국 투자계획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산 제품을 구입하고 미국인을 고용하자(Buy American, Hire American)’는 표어를 내세우며 취임 전부터 보호무역 기조를 강경하게 드러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와 멕시코·캐나다와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을 이미 예고했다.


이어 멕시코·중국산 제품에는 35~40%가량의 징벌적 관세를 매긴다고도 밝혔다.


기업들이 미국 내에 부품공장까지 짓도록 해 글로벌 제조업 분업시스템을 미국으로 몽땅 가져온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이다.


이 때문에 가격경쟁력과 지리적 이점 때문에 멕시코에 공장을 세워왔던 한국 기업들 발들에 불이 떨어졌다.


삼성전자 외에 LG전자도 멕시코 북부 레이노사·몬테레이에서 생산한 TV·가전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미국 투자가 쉬운 선택이 아니기에 트럼프가 외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꼼짝없이 내야 하는 형편이기에 기업들의 고민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 투자를 결심한 이후에도 수익성 악화라는 문제가 남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미국인 제조업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20.73달러로 멕시코(2~3달러)나 한국(약 16.58달러) 대비 더 높다.


생활가전 업계는 영업이익률이 5~7%대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할 경우 수익악화가 동반될 수 밖에 없다. 토지 매입, 전력·용수 등 산업 인프라 구축 비용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최근 불거진 미국 공장 설립계획에 대해 “매체가 이번 보도한 내용은 소설이라고 봐야 한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어 “뉴욕 특파원들 취재 경쟁이 심했고 이에 이런 루머가 돌게 된 것”이라며 “품목, 시기, 장소, 생산량 등 확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때문에 이와 관련해 어떠한 구체적인 언급도 불필요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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