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학교가 10년째 추진 중인 시흥캠퍼스 건립 사업이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치며 표류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서울대학교가 시흥캠퍼스 건립을 10년째 추진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치며 표류하고 있다.


학교 측과 ‘107일째’ 점거 농성 중인 학생들 간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며 학내 갈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최근 학교 측에서 밝힌 ‘학생 징계’ 방침이 양측 갈등의 기폭제로 작용한 양상이다.


‘인내 한계치’ 학교 측, 본관 점거농성 학생들 ‘출교’ 등 징계 조치


먼저 지난 23일 전국 40여 개 대학생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의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현재 본관 점거농성 중인 학생들에 대한 학교 측의 징계추진을 비판했다.


여기엔 서울대 총학생회와 본부점거본부를 비롯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화여대·홍익대 총학생회 등 43개 총학생회·학생단체가 참여했다.


이들은 서울대 학생들이 본관 점거에 나선 데 학교 측의 ‘불통’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들 단체는 “시흥캠퍼스 사업은 2007년부터 10여 년 간 학생들의 반대에도 일방적으로 강행돼왔다”며 “대학본부와 성낙인 총장조차 자신들의 불통과 비민주적 의사결정이 잘못됐음을 시인하고 사과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학교 측은 지난 11일 ‘비상학사협의회’를 열고 학생들의 점거 해제와 농성에 가담한 학생들에 대한 징계절차 착수 등을 의결하는 한편, 대학본부가 현재 이들 학생 29명의 징계를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대학본부는 점거 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16일로 기한을 정해 자진 퇴거를 명령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불응함에 따라 최근 ‘형사처벌 및 손해배상청구’ 등 조치를 내용으로 한 경고문을 내걸었다. 지난 17일 오후부터 본관 일부 공간에 전기와 물까지 차단했다.


이 같은 학교 측의 강경 대응의 결과, 양측 간 몸싸움까지 벌어지는 등 사태는 악화 일로에 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대 학생 30여 명이 서울대 학장단 회의인 ‘학사위원회’ 회의장에 항의 방문해 학생 징계 철회를 요구했다. 회의는 파행으로 결론 났고, 이 과정에서 교수와 교직원 20여 명이 한때 갇히기도 했다.


같은 시각 점거 농성이 진행 중이던 본관에선 교직원과 학생들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학교 측이 학사위원회가 열린 오후 5시 반경 교직원과 청원경찰 20여 명을 동원해 본관 진입을 시도했다. 당시 점거 중이던 학생들 대부분은 항의 방문으로 자리를 비워 10여 명의 학생만 남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학교 측은 학생들과의 몸싸움 끝에 본관에 진입해 출입문을 봉쇄했다.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학생회는 본관 재진입을 시도했고, 30여 분 간 학생과 학교 측의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결국 학교 측이 학생들과의 충돌이 격화될 것을 우려해 철수, 상황은 일단락됐다.


학내 갈등 폭발…학교 측 관계자와 학생 간 ‘몸싸움’ 발생


현재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건립 계획은 지난 2007년 수립된 바 있다.


당시 서울대는 장기발전계획의 일환으로 ‘2025년까지 세계 10대 대학 진입’을 목표로 내걸고 핵심 사업에 국제캠퍼스 조성 계획을 수립, 2년 뒤 최종 후보지로 시흥시를 결정했다.


2009년 최종 후보지로 결정된 시흥시는 66만㎡의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한편, 4500억 원에 달하는 개발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3년 서울대 시흥캠퍼스 추진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서서히 갈등이 커지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캠퍼스 추진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견수렴 절차가 생략,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을 이유로 반대 운동을 벌였다.


이 같은 학생들의 반발이 확대됨에 따라 학교 측은 시흥캠퍼스 건립 관련 당초 2014년 체결을 계획한 시흥시와의 실행 계약을 2년 미뤄 지난해 8월 체결하며 한 발 물러났다.


이 역시 서울대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8월 체결한 실행 계약의 철회를 요구하며 학생들은 그해 10월부터 본관 점거농성에 돌입해 24일 현재 ‘107일째’를 맞이했다.


이런 상황을 감내하다 결국 학교 측이 점거 농성 중인 일부 학생에 대한 출교조치 가능성까지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들과의 갈등이 폭발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폭력 등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지며 양측 간 학내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음에도 합의 가능성은 여전히 낮아 보여 당분간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제공=뉴시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