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 떨어진 자리 ‘낙하산 펼쳐지나’

▲ 인천교통공사 전경(네이버 지도 캡쳐)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대한민국 관문 인천시의 대표 공기업 ‘인천교통공사’가 또 다시 낙하산 내홍(內訌)에 휩싸이고 있다.


공사의 상임이사인 영업본부장 자리에 전 인천시의회 사무처장이 내정됐지만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불승인 되면서 재공고된 채용절차에 또다시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공사 노조는 ‘갑질 낙하산 인사 중단’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노조측은 영업본부장 자격조건 중 4급 상당 공무원으로 되어 있다며 이는 인천시가 공무원 낙하산을 내려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사는 지난해 인천지하철 2호선을 개통하면서 도약을 선언했지만 잦은 사고와 허위 보고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인천교통공사는 새해부터 낙하산 논란과 의정부경전철 파산이라는 악재가 거듭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인천교통공사 낙하산 의혹 등을 살펴봤다.


인천교통공사가 지난해 인천도시철도 2호선 탈선사고 은폐 책임을 물어 해임시킨 영업본부장에 때 아닌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인천도시철도 1·2호선과 인천터미널, 버스, 장애인콜택시 등을 운영하는 인천교통공사의 대표적 상임이사 자리인 영업본부장에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가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낙하산 논란 <왜>


공사는 지난해 11월 영업본부장 모집 공고를 내면서 선임 절차에 들어갔다. 인천교통공사의 상임이사는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가 후보자를 추천하면 임명권자인 인천시장과 공사 사장이 임명하게 된다.


이에 따라 영업본부장에 이종철 전 인천시의회 사무처장이 내정됐다. 하지만 인사혁신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 공직자윤리법상 퇴직공직자 취업제한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공사는 지난달 29일 다시 모집공고를 내고 선임 절차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엔 남 모씨가 유력하다는 소문이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공모에는 변호득 인천교통공사 육상교통영업처장과 이영섭 감사실장, 정인용 전 공사 의정부경전철 사업단장이 각각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내부 전문 인사 보다 교통 분야의 비전문가로 분류되는 남 모씨가 내정될 것이란 하마평이 나오면서 공사 안팎에서는 낙하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인사는 남준우 송도아메리칸타운 대표이사다. 새누리당 인천시당 사무처장을 거쳐 국회 정책연구위원, 한국광물자원공사 감사를 지냈고, 지난해 3월 송도아메리칸타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남 대표는 유정복 인천시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공사노조는 지난 10일 인천시청 앞에서 “인천시가 인천교통공사 영업본부장 자리에 낙하산 인사를 보내려 한다”며 “갑질 낙하산 인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펼쳤다.


노조측 관계자는 “그동안 상임이사의 80% 이상이 인천시에서 보낸 관피아”라며 “인천교통공사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전문성이 없는 관피아 낙하산 인사를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 “전문성 있는 내부 인사” 요구…역대 임원 관피아 잔치


‘의정부경전철’ 파산에 애꿎은 불똥…인천 2호선 ‘사고철’ 오명


인천교통공사 노조는 성명서에서 “인천시가 인천교통공사 상임이사에 말도 안 되는 관피아를 내려보내려 한다고 해 이를 반대했는데, 이제는 정피아를 내려보내려 한다는 황당한 소문이 돌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의정부 경전철 파산 불똥


최근 의정부경전철 파산으로 인천교통공사는 때 아닌 불똥이 튀겼다. 지난 2010년부터 위탁운영을 하고 있는 의정부경전철이 파산을 결정하면서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인천지하철 2호선.

공사는 오는 2020년 6월까지 경전철을 관리하는 대가로 총 969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총 94명을 투입해 운영해 왔다.


의정부시는 법원이 파산을 결정해도 경전철 운영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지만 파산이 결정되면 공사는 채권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의정부경전철은 당초 14개 역으로 계획됐으나 사업이 진행되면서 1개 역시 추가됐다. 이에 따른 40억원의 관리 운영비를 경전철 쪽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운영권을 쥐고 있는 SPC는 11억7000만원을 제시하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 여기에 2015년부터 SPC가 철수 불량 등의 이유로 지급을 유보한 5%의 유보금도 묶여 있는 등 총 3건의 소송이 현재 진행 중에 있다.


황당한 사고, 어이없는 해명


인천교통공사는 지난해 인천지하철 2호선을 개통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알렸다. 하지만 개통 첫날부터 각종 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성 논란이 제기됐다.


최악의 사태는 개통 열흘도 채 되지 않은 8월 7일 발생했다. 운연역 차량기지 선로에서 전동차가 탈선한 것이다. 하지만 인천교통공사는 당시 공식 브리핑에서 “미리 계획한 모의훈련일 뿐 탈선사고는 없었다”고 거짓 해명을 한 것이다.


당시 경영본부장과 기술본부장은 인천시청 기자실을 방문 “실제 상황 대비 역량을 키우기 위해 예고 없이 불시에 훈련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이 거짓이었다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인천교통공사의 이미지는 추락했다. 도덕적으로 치명상을 입은 것이다.


개통 초기 각종 장애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민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에 이중호 사장 등 경영진 3명이 일괄사표를 제출했고 경영본부장과 기술본부장이 해임됐다.


하지만 인천지하철 2호선의 안전은 아직도 미지수다. 지난달 27일에는 시험 운행 중 앞에 정차해 있던 다른 전동차를 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험운전 중이라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인천도시철도 2호선은 지난해 신호시스템 장애 542건, 정지위치 실패 122건 비상제동 60건 출입문 고장 51건, 승강장스크린 도어 장애가 90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안전성의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천교통공사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관리 등이 뒤따라야 한다”며 “관피아 낙하산 등 공기업의 병폐에서 벗어나 전문성을 갖춘 임원이 자리해야 기강이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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