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의 潘 영입 승부수…‘1석 3조 효과’

▲ 2015년 7월 31일 미국을 방문중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뉴욕 UN 본부를 방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점쳐지는 가운데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조기 대선의 태풍의 핵으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과 달리,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효과)’가 미미해 지지율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반 전 총장의 지지율 정체현상은 제1야당의 ‘반기문 때리기’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도 있지만, 민생행보를 이어가는 도중 잦은 실수가 연발되면서 정치 초년생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것도 한 몫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독자적 행보로 몸값을 높인 뒤 제3지대에서 개헌을 매개로 한 연대를 통해 ‘문재인 대항마’가 되려했던 계획을 수정하고, 플랜B를 가동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반 전 총장의 바른정당 입당설이 관측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문재인 대세론’을 뒤집기 위한 ‘반기문-김무성의 콜라보네이션(collaboration-협업)’에 대해 살펴봤다.


潘의 1일 1실수‥정치 초년생의 한계


조직·자금력 부족 토로…입당하는 潘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아성을 무너뜨릴 것으로 점쳐졌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정치 초년생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모양새다.


문 전 대표의 아성이 무너질까봐 연일 ‘반기문 때리기’에 돌입하고 있는 제1야당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고, 특히 자신의 고향인 충청권과 영·호남을 넘나드는 민생행보 과정에서 실수를 연발하면서 ‘반 전 총장이 최순실 사태를 묻어 버렸다’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는 실정이다.


반기문의 실수퍼레이드


민생행보 과정에서 연출된 반 전 총장의 실수에 대해 살펴보자면, 지난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반 전 총장은 공항철도에 탑승하기 전 편의점에 들러 프랑스산 생수 에비앙을 집었다. 당황한 보좌진은 국내 생수를 추천했고, 반 전 총장은 그제 서야 국산 생수를 집어 들었다.


이어 공항철도 탑승을 위해 무인발권기 앞에 선 반 전 총장은 만원자리 지폐 두 장을 한꺼번에 우겨넣는 장면이 보도되면서 ‘보여주기식 쇼’라는 비난을 받았다.


귀국 다음날인 13일에는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방명록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미리 작성한 메모 내용을 베껴 썼고, 14일 충북 음성 꽃동네를 방문해 누워있는 어르신에게 죽을 먹여, 자칫 기도가 막힐 수 있다는 논란이 일면서 보여주기식 민생행보라는 비판이 절정에 다다랐다.


17일에는 선친 묘소를 참배하면서 묘소에 뿌려야 할 퇴주잔을 음복해 논란이 일었다. 다만, 퇴주잔 음복은 반대급부의 악의적 동영상 편집으로 의도성이 다분한 네거티브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18일에도 논란을 불러왔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대구 시내 한 식당에서 청년층과의 만남 자리를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기자들이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묻자, “위안부에 관해 제가 역사적인 과오를 저지른 것처럼 말하는데, 절대 아니다”라며 “앞으로는 언론이 (위안부 문제를)묻더라도 답변 안 하겠다”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어 반 전 총장은 식당을 나오면서 이도운 대변인에게 “이 사람들(기자)이 와서 그것(위안부 합의)만 물어보니 내가 마치 역사의 잘못을 저지른 것 같다. 나쁜놈들이에요”라고 말해, 비난과 비판을 자처했다.


▲ 지난 14일 대권행보에 나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충북 음성군 맹동면에 위치한 사회복지시설 꽃동네를 찾아 요양 중인 할머니에게 죽을 떠 먹여드리고 있다. 반기문 (왼쪽부터)전 총장, 부인 유순택 여사, 오웅진 신부, 윤숙자 시몬 수녀.

‘중도 포기 관측도…’


당초 정치권 안팎에서는 반 전 총장이 귀국하게 되면, 정치권과 여론은 반 전 총장을 혹독한 검증대에 세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반 전 총장이 단 한 번도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아, 도덕성은 물론이고 대통령이 될 자질이 충분한지를 살펴보겠다는 심산이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두 차례 금품을 수수한 의혹과 동생 반기상 부자의 뇌물공여 혐의 피소, 아들 반우현 씨의 SK텔레콤 뉴욕 사무소 특혜 입사 의혹 등이 반 전 총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은 귀국 직후부터 준비가 덜 된 정치 초년생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면서 본격적인 검증대에는 오르지도 못하고 대선레이스를 중도 포기할지 모른다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당 입당 시사한 潘


이 때문일까. 반 전 총장은 자신의 몸값을 올리려던 독자적 행보를 중단하고, 설 명절 이후 정당에 입당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6일 부산 자갈치 시장과 국제시장 방문 등의 일정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적 없이 홀로 (대선행보를)하려니까 캠프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금전적으로 어려움이 있고 빡빡하다”며 “그동안은 고용된 신세였는데 지금은 자동차 2대, 운전사 2명, 비서도 따로 고용하고 마포 사무실 두 곳도 내 돈으로 직접 얻었다”며 금전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반 전 총장은 이어 “홀로 하려니 금전적인 것부터 빡빡한데, 꼭 돈 때문에 당에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정당 입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조직력과 자금력이 향배 가른다’


정치공학적인 측면으로만 놓고 볼 때, 선거는 조직력과 자금력이 승부의 향배를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당의 경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매 분기마다 국고보조금을 받아 당 운영관리와 선거자금으로 활용한다. 반 전 총장은 무소속이기 때문에 국고보조금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정당에 입당하지 않고 후원금을 통해 선거를 치러도 되지만, 후원금은 예비후보 등록을 해야 모금할 수 있다.


대선 예비후보 등록은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탄핵안을 인용한 날부터 가능하기 때문에 그동안에는 자신의 돈으로 대선행보를 해야만 한다.


이에 따라 자금력이 빈약한 반 전 총장의 대선행보는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는 정당 대선후보보다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


조직력도 마찬가지다. 정당의 경우 전국 각지에 당원협의회가 분포돼 있기 때문에 인맥을 활용한 인력지원이 가능하다.


특히 정당 조직은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강점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경우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시절 10만여명의 온라인 당원 조직을 구축해 놓은 결과, 현재 인터넷과 SNS상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따라서 대선주자인 반 전 총장이 정당에 입당하게 되면, 정당의 조직력이나 자금지원은 당연하거니와 반대급부 세력의 공세로부터 엄호를 받을 수도 있고, 오랜 선거경험을 통해 습득한 선거 전략이나 어젠다 제시 등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김무성 “潘 바른정당으로 올 것”


보수 결집 뒤 외연확장 시도해야


문 닫은 국민의당‥적극적인 바른정당


반 전 총장은 정당 입당 시기와 관련해 “설 이후 입당 여부의 가닥이 잡힐 것”이라 밝혔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어느 정당에 입당할지에 대해선 “탄핵사태로 당이 쪼개지지 않았다면 새누리당에 들어가 경선도 했을 텐데,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 입당을 시사한 것으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지난 18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반 전 총장은 국민의당과는 함께 할 수 없을 정도로 멀어졌다”며 “거의 문을 닫았다고 해석을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반 전 총장이 설 명절 이후 바른정당에 입당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바른정당 창당을 주도한 김무성 의원도 반 전 총장의 입당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18일 대구 수성대에서 열린 바른정당 대구시당 창당대회에서 “여러분이 반 전 총장 같으면 어디를 가겠느냐, 바른정당으로 오지 않겠느냐”면서 “반 전 총장과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가 깨끗한 경선을 치러, (경선을 통과한)대표가 바른정당의 대선후보가 되면, 새누리당이 다 넘어오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19일에는 바른정당 부산시당 창당대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은 절대 안 갈 것이고, (반 전 총장이 정당을 선택한다면)우리 바른정당 밖에 없다”고 자신했다.


김 의원은 이어 “(반 전 총장이)바른정당에 온다면 우리 바른정당이 우파를 대표하는 정권창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본인이 잘 선택하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바른정당이 반기문 신당이 돼선 안 된다”며 우려의 입장도 덧붙였다.


▲ 지난 19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바른정당 부산시당 창당대회에 참석한 정병국, 유승민, 김무성 의원 등이 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행사장에 입장하고 있다.

무대의 노림수


김 의원이 언급한대로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에 입당하게 되면, 새누리당에서 제2~3의 탈당 러시가 이뤄짐과 더불어 경선 과정에서 보수층의 결집을 유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먼저 새누리당 탈당 러시를 살펴보자면,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이 새누리당을 탈당해 반 전 총장과 함께 바른정당에 합류할 것이란 전망이다.


새누리당 내 충청권 의원들은 총 13명이다. 이 가운데 당 원내대표인 정우택 의원과 강성 친박으로 분류되는 이장우·김태흠 의원 등을 제외하고, 정진석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대부분의 충청권 의원들이 반 전 총장을 따라 바른정당에 입당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 외에도 나경원·박순자·신상진 의원 등 비박·중도성향 의원들도 바른정당에 합류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제2~3의 새누리당 탈당러시가 연출되면, 바른정당은 국민의당을 뛰어넘어 원내 3당으로 부상하게 된다.


아울러 바른정당 대선 경선 흥행에도 청신호가 될 수 있다. 바른정당의 경우 창당 초기 새누리당보다 높은 지지율로 보수적통임을 자부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해 현재 새누리당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원내 3당으로의 부상은 물론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반 전 총장을 영입해 경선을 흥행시켜야 한다.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에 합류하게 되면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당내 대선후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지지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반 전 총장의 합류로 전체적인 지지율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본격적인 경선 체제에 돌입하게 되면 반기문 캠프, 유승민 캠프, 남경필 캠프, 원희룡 캠프 등 각각의 캠프에서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실현 가능한 정책과 어젠다 등을 제시할 것인데, 이 과정에서 정책대결이 긍정적으로 작용해 바른정당 대선후보들의 지지율이 동반 상승하는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이렇게 되면 보수층 결집은 물론 국민적 관심으로 이어져, 당 지지율 상승과 더불어 대선후보들의 체급도 올라가게 된다.


당 지지율 상승과 당 대선후보들의 체급이 올라가게 되면, 향후 개헌을 매개로 한 연대과정에서 바른정당이 연대를 주도할 명분을 얻게 되고, 연대에 실패해 다자구도로 선거가 치러진다고 해도 문재인·안철수·손학규 등 진보진영 표가 갈려 보수층을 결집한 바른정당 후보가 대권을 차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결국 김무성 의원은 반 전 총장을 영입해 원내 3당으로 부상함은 기본이고, 공정하고 치열한 경선을 통해 당 대선후보들의 체급 상승과 당 지지율 상승, 이로 인한 보수층 결집과 일부 중도층을 흡수해 진보좌파로의 정권교체를 막겠다는 것.


▲ 지난 13일 바른정당 김무성(오른쪽) 의원과 유승민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潘 견제하는 유승민


다만, 당내 경선에서 반 전 총장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유승민 의원의 경우 원론적으로는 반 전 총장의 입당을 환영하면서도 견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유 의원은 지난 19일 바른정당 부산시당 창당대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반 전 총장은 10년을 외국에 계셨는데, 10년이면 대한민국에는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면서 “국내의 산적한 문제를 개혁하기에는 역부족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유 의원은 지금이야 한 자릿수 지지율에 그치고 있지만, 자신이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되면 지지율이 상승한데 이어 보수층을 결집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러나 이는 허상일 뿐, 실상은 유 의원이 보수층에게 인기가 없다”며 “오죽하면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유 의원보다 황교안 권한대행의 지지율이 더 높게 나오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이 보수층의 지지를 받으려면 반기문 전 총장과 정정당당하게 맞붙어, 자신의 진짜 보수진영을 대변할 적임자라는 것을 증명해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적 지도자다운 모습 보여야…’


한편, 반 전 총장은 앞서 자신을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표현했다. 이는 자신이 진보와 보수, 중도층까지 아우를 인사라고 자평한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의 이 같은 자평에 호응할 만큼 우리 정치권과 국민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각종 의혹제기에 명확한 해명을 하고 있지 않을뿐더러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정책이나 비전, 어젠다 제시 등은 없고, 누구나 언급할 수 있는 원론적인 메시지만 던지고 있는 반 전 총장이 스스로를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평가한데 대해, 오히려 정체성의 모호성만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국민들은 반 전 총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국제무대를 누빈 외교 전문가인 만큼,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일본의 뻔뻔함이라든가,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향후 국제정세 등 대한민국 앞에 놓인 난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이고 힘 있는 어젠다’ 제시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 2016년 3월 27일(현지시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김용 세계은행총재와 요르단을 방문해 요르단 외무부에서 중동정세 및 난민 지원에 관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은 국민들의 이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지금까지의 행보만 놓고 보면 세계적 지도자답지 못한, 선거 때만 되면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정치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정치 초년생임에도 불구하고 진보적 보수 같은 모호한 언급으로 모든 진영을 아우르려 하지 말고, 정치 초년생인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정당에 입당해 지원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모든 진영을 아우르려는 욕심보단 우선 특정 진영을 결집시킨 뒤, 외연 확장을 시도하는 것이 순서라는 얘기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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