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연설문을 유출하는 등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박근혜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최순실 씨에게 청와대 문건 등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18일 법정에 출석해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협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2차 공판에서 정 전 비서관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대체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검찰 측은 이날 공판에서 정 전 비서관의 검찰 진술서를 공개했다. 정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정부 초기 대통령이 행정부 장·차관과 감사원장, 국가정보원장 등 고위직 인선자료와 인선 발표안에 대해 최순실 씨의 의견을 들어보라고 지시해 문건을 최 씨에게 보냈다”고 진술했다.


정 전 비서관은 또 “최 씨가 의견을 주면 대통령께 그대로 보고했다”면서 “최 씨의 견을 반영할지, 말지 최종 결정하는 건 대통령의 몫”이라고 말했다.


최 씨가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태블릿PC에 담긴 문건과 관련해서는 “태블릿PC에 저장된 문건은 내가 최 씨에게 보낸 게 맞고, 최 씨 외에는 그런 문건을 보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의 이 같은 진술은 JTBC가 최 씨 회사인 더블루케이 사무실에서 입수한 뒤 검찰에 제출한 태블릿PC가 최 씨의 태블릿PC임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정 전 비서관은 지난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해 최 씨에게 청와대 문건 등을 건넨 혐의(공무상비밀누설)를 받고 있다.


정 전 비서관 측 변호인은 이날 공판에서 “사실상 박 대통령이 최 씨의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말해, (정 전 비서관은)그걸 전달하는 방식으로 (대통령에게)의견을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정 전 비서관은)자신이 사실상 공모에 해당 되는지 고민이 있었다”면서 “사실 관계를 인정해서 법원이 판단해 달라”며 박 대통령과의 공모 여부를 법원의 판단에 맡겼다.


이는 최 씨에게 문건을 유출한 것은 박 대통령과의 공모가 아닌 박 대통령을 잘 보좌하기 위해 박 대통령의 지시를 따른 것이란 주장이다.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이 걱정하는 게 있어 뭔가 잘 해보려고 한 번이라도 체크하려고 했던 것”이라며 “대통령이 일하는 데 있어, 조금이라도 잘 보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검찰 측도 “정 전 비서관은 고위직 인선자료 및 발표자료를 최 씨의 의견을 들어보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최 씨에게 문건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면서 “박정희 대통령 사후 최 씨에게 받은 도움 때문에 박 대통령이 최 씨를 신뢰했고, 국정 전반에 최 씨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정 전 비서관 측 변호인은 공판 직후 취재진과 만나 “정 전 비서관이 (대통령 지시로 최 씨의 의견을 들은 것을)공모라고 할 수 있는지 헷갈린 것”이라며 “본인이 그 정도로 사신관계를 인정하고 법원의 판단을 받자고 해, 그대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 검찰 측은 정 전 비서관과 최 씨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부터 2013년 11월까지 2092차례 연락을 했다고 밝혔다. 2092차례 연락 가운데 문자메시지가 1197건, 전화통화가 895건이었다고 한다.


검찰은 두 사람의 통화 녹음 파일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으며, 이에 재판부는 내달 16일 오후 2시 3차 공판에서 검찰로부터 정 전 비서관의 공소사실에 따른 증거 관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듣기로 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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