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스페셜경제=이현정 기자]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100일을 갓 넘긴 가운데 손질당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소관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성영훈)는 “법이 정착되는 상황에서 개정 논의는 우려된다”고 반발한 상황이다. 하지만 권익위를 제외한 전 부처가 청탁금지법의 조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결국 권익위 역시 조정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특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청탁금지법에 대해 강한 조정 의지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새해부터 경제 활성화에 포커스를 맞추며, 합리적 조정방안 검토를 각 부처에 지시한 바 있다.


지난 5일 경제부처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3·5·10'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고 공식 건의하자 황 권한대행은 “청탁금지법의 도입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검토해달라”며 한국개발연구원의 발언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황 권한대행 측은 “이미 조정 지시를 내린 사항”으로 “설을 앞두고 경제를 살리자는 한마음으로 정부가 나서달라는 주문”이라고 덧붙였다.


11일 권익위 업무보고에서 청탁금지법과 관련한 별도의 언급이 없었던 것에 대해서도 총리실 관계자는 권익위가 이미 황 권한대행의 지시를 받아 실태점검을 바탕으로 한 조정안 검토에 착수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황 권한대행은 전날 권익위의 업무보고에서 “실태조사를 토대로 권익위가 다른 부처들과 잘 협의해서 보완책을 준비하라”고 지시를 내리자 성영훈 권익위원장은 “잘 알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했다.


이에 대해 황 권한대행 측은 “권익위가 경제부처들과 실태 파악을 하고 합리적인 조정을 위한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심리를 비쳤다.


현재 청탁금지법에서 조정이 요구되는 사안은 크게 세 가지로 꼽을 수 있다.


'3·5·10'으로 일컬어지는 ▲식사·선물·경조사비 상한기준 상향 조정 ▲농·수·축산물 예외 규정 마련 ▲설 명절 연휴 청탁금지법 적용 배제 규정 마련 등 세 가지 사항이 주목받고 있다.


그 가운데에도 국산 농축수산물 예외 허용 및 명절 등 특정기간 청탁금지법 적용 배제 규정 마련은 사실상 손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성 위원장은 “이는 법적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고 시행령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서 국회의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권익위는 '3·5·10 상한기준'에 대해선 시행령 개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소위 '3·5·10 가액한도' 규정은 절대불변의 진리는 아니다. 사회 경제적으로 탄력적으로 운용되는 것이라 시행령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권익위는 여전히 “개정 작업에 착수한 것은 아니다. 다만 여러 부처 및 업계로부터 애로사항을 듣고 실태점검을 하는 단계”라며 선긋기를 하고 있다.


권익위로서는 '접대문화 등 부패 근절'을 통한 청렴사회를 만드는 상징인 청탁금지법에 손을 대는 자체가 부담스러운 모습이다. 경제계 이권 요구에 굴복했다는 이미지가 생길까봐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청탁금지법에 대한 국민적 여론도 우호적으로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 85.1%가 청탁금지법 도입 및 시행에 찬성한 바 있다. 성 위원장은 이 결과를 인용하며 “국민 다수 의견에 맞추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는 황 권한대행이 검토 지시를 내렸기 때문에 권익위로서는 조정안을 마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조정안 마련 시기 역시 설 연휴 전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가액기준 상향 등을 통해 실생활에 밀접하게 시행령을 개정함으로써 청탁금지법의 정착을 더욱 이끈다는 차원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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