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崔 경제공동체 의혹’…최태민 미스터리 ‘주목’

▲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호를 받은 최태민이 불법적 재산 증식에 성공했고 대를 이어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최순실의 재산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지난 1970년대 박정희 정권 시절 당시 박근혜 영애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최태민 일가 관련 뉴스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의 국정농단이 박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대통령의 사법처리 가능성까지 불거지고 있다.


최순실 단독으로 이뤄진 것만 같아 보였던 국정농단 사태에 박 대통령이 직접 개입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으며, 특히 최근 최순실의 부친 최태민이 재산을 불리는 과정에서 박근혜 당시 영애와의 유착 관련 진실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일곱 번의 개명, 여섯 명의 부인 등 일반 국민들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삶을 살았던 최태민의 행적에 대중의 관심이 폭발한 가운데, 최씨의 다섯 번째 부인이었던 ‘임순이’가 사실상 배후의 실세였다는 증언까지 등장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진행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특검의 칼끝이 최씨 일가-박 대통령의 소위 ‘경제공동체 의혹’으로 옮겨가고 있는 양상이다.


특검팀은 현재 박 대통령의 ‘직접 뇌물죄’ 혐의 입증에 주력하면서, 최씨 일가의 재산 추적 작업에 돌입했다. 통장관리 등 사소한 은행 업무도 한 적 없는 것으로 알려진 박 대통령이 실제로 최순실과 재산을 공유한 것 아니냐는 ‘경제공동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박 대통령의 수많은 혐의 중 가장 강력한 사법처리 증거가 될 ‘직접 뇌물죄’ 적용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제3자 뇌물죄’가 아닌 ‘직접 뇌물죄’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인 특검은 박 대통령을 특히 삼성 관련 대가성 금품의 직접 수혜자로 의심하고 있다.


최재석, “재산 증식에 박 전 대통령 비호”
최태민 사망 미스터리, ‘임순이’ 개입설?


먼저 최태민의 미스터리한 사망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후 재산 분배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남긴 재산 중 일부가 최씨 일가로 직접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박 전 대통령의 강력한 비호로 최태민이 당시 기업들을 압박해 모은 약 1천억 원이 넘는 동산과 부동산 자산을 종자돈으로 삼아 재산 불리기에 들어갔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최순실의 이복 오빠로 알려진 최재석씨는 앞서 특검 조사과정에서 최태민의 재산은 당시 돈으로 1천억 원이 넘었으며, 이 같은 재산 형성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이 컸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최씨는 최태민 역삼동 본가에 보관 중이던 금고를 목격했으며, 그 안에는 금괴와 양도성 예금증서, 채권, 골동품들이 가득 차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도와줘 기업들이 돈을 내면서 가계가 피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대통령이 최태민의 조력자를 자처한 데는 당시 ‘반공’을 기치로 삼던 정국과 연관됐다는 의혹이 있다. 당시 목사로 활동하던 최씨가 이끈 ‘구국선교단’의 존재가 바로 그것이다.


민주주의가 탄압 받고 남북 간 이념 대립이 극심하던 시절, 박 전 대통령이 ‘반공’을 내세워 당시 민주주의를 외치며 유신체제를 부정한 개신교 단체들의 탄압을 위해 ‘구국선교단’을 이용했다는 의혹이다.


이 같은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태민이 강력히 연결됐으며, 이런 관계는 대를 이어 최씨 일가와 당시 박근혜 영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2007년 대선 직후 갑자기 사망한 ‘최태민의 의붓아들’ 조순제씨가 남긴 녹취록에선 박근혜-최태민 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이 담겼다.


앞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최태민 관련 ‘친국’ 당시 박근혜 영애가 최씨 처벌을 눈물로 호소했다는 주장도 나오면서 심상치 않은 두 사람의 관계에 주목한 바 있다.

"박 대통령, 생전 최태민 본가 자주 드나들었다"


▲ 과거 최태민은 일곱 번의 개명, 여섯 명의 부인을 둔 평범치 않은 행보를 이어왔다.

해당 녹취록에 따르면 두 사람의 사이는 마치 ‘고기와 물’ 같았다. 박 대통령은 영애 시절 당시 역삼동 소재 최씨 자택을 자주 드나들었고 사람들을 물린 후 이른바 ‘밀회’를 가졌다.


두 사람은 최씨 자택 한 골방에서 3~4시간 한 공간에 있었다고 한다.


조씨는 “3시간, 4시간 안 나오고 둘이 있는데, 그 골방이 한 요만할 거야. 이 방이 좀 좁고 길어. 한 두 평... 둘이 들어갔다 하면 3시간, 4시간 있는데 밥은 문간에 갖다 놓으면 영감쟁이(최태민)가 들고 들어가서 저그끼리 먹고”라고 증언했다.


조씨는 최태민이 박 전 대통령이 남기고 박근혜 영애에 넘어간 ‘돈뭉치’를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고 진술한다. 이에 따라 영애를 알기 전까지 곤궁하게 지냈던 최씨 식구들은 ‘엄청난 돈’의 혜택으로 두 사람의 특별한 관계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조씨는 밝혔다.


최태민은 1975년 2월경 어머니를 잃고 낙담하던 박근혜 영애에게 ‘육영수 여사가 나타나 근혜를 도와주라는 현몽이 있었다’는 내용의 편지를 세 차례에 걸쳐 보낸 끝에 당해 3월 6일 첫 만남을 가지게 된다.


이후 아직 밝혀지지 않은 둘만의 급속한 관계 발전의 과정을 거쳐 4월 29일 최태민은 박근혜영애의 비호 속에 구국선교단을 만들기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최순실의 생모이자 최태민의 다섯 번째 부인인 ‘임순이’의 존재가 부각되고 있다. 박정희 정권에서 베일에 싸인 채 온갖 비위를 저지른 최태민 권력의 실체가 임씨였다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재용 구속영장 “뇌물공여죄 혐의”
특검, 朴 ‘뇌물죄’ 증거 다수 확보


최태민의 미스터리한 사망에 대한 온갖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최재석씨는 이른바 ‘독살설’을 주장하고 있는데, 여기에 임씨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임씨야말로 최씨 일가의 ‘실력자’란 말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또 최씨가 ‘최씨 일가’ 재산의 핵심 관리자로 임씨를 지목한 것과 옛 사위 정윤회 씨도 “박 대통령을 내게 처음 소개해준 건 장모 임선이였다”고 증언했다.


이어 최씨 집안에서 17년 간 일한 운전 기사가 “박 대통령은 임씨를 ‘이모’라고 불렀다”는 진술도 나오는 등 임씨가 이 집안의 막후 실세였다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특검에서도 이미 세상을 떠난 임씨에 수사에 초점을 맞추면서 줄줄이 관련자 소환에 나서고 있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언론 보도도 쏟아지고 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의 여동생인 박근령 씨가 해외 유학시절 임씨가 생활비를 1년 간 입금한 사실이 드러났으며 한 걸음 나아가 박 대통령과 최씨 일가가 ‘한 지갑’을 써온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실제 박근령 씨는 임씨 지원이 끊긴 이후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제부이자 박근령 씨의 남편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최씨 일가의 종잣돈으로 박 대통령이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건네받은 ‘6억 원’을 지목했다.


▲ '비선' 최순실의 이복오빠인 최재석씨가 앞서 자신의 아버지 최태민의 사망에 의문을 제기했다.

최씨 일가 재산 축적의 시발점은 박 대통령이 전 전 대통령에게 받은 돈이었으며, 이를 이용해 수천억 원대의 재산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최씨 일가 재산 규모와 관련해 적게는 수천억 원에서 많게는 수조 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특검 소환에 응한 신동욱 총재는 “상식적인 범주 내에서 충분히 이해가 될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그간 최씨 일가의 부정축재 의혹에 힘을 실었다.


실질적인 최씨 자금의 창구 역할로 지목된 육영재단에서 신 총재는 감사실장을 지낸 바 있다.


특히 최씨 일가와 육영재단 간 검은 커넥션 의혹을 제기한 신 총재에 이어 김해호 씨 역시 비슷한 취지의 증언을 한 바 있다.

특검, 朴-崔 경제공동체설 규명에 총력…대통령 '직접 뇌물죄' 적용 가능?


특검은 신 총재에게 최씨 일가가 육영재단의 자금 운영에 관여한 바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한편, 지난 1970년대 궁핍한 생활을 이어오던 최씨 일가가 단기간 막대한 부를 형성한 과정에 불법적인 행위는 없었는지, 박 대통령의 개입 정황은 없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또한 특검팀은 최씨 일가가 박 대통령을 등에 업고 재산을 불리면서 박 대통령과 이익을 공유하는 등 ‘경제공동체’ 관계를 이뤄 왔다면 박 대통령의 ‘뇌물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앞서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와 관련해 현재 법리를 검토 중”이라며 “직접 뇌물죄 적용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형법이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과 뇌물 수수죄는 형량이 같지만 제3자 뇌물죄와 달리 ‘뇌물죄’는 공직자가 그 직무에 관해 뇌물을 받은 것으로, 더 직접적인 행위다.


공직자의 직무처리나 집행과 관련된다는 점에서 직위를 활용한 것으로 인식돼 사회적 비난 가능성은 물론 법정에서도 제3자 뇌물죄보다 중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직접 뇌물죄’를 특검이 박 대통령에 대해 적용하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과 최씨가 재산상 이익을 공유하며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경제공동체’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 최씨 일가와 박 대통령 간 40년 간 이어온 인연이 최근 특검팀의 활발한 수사 결과 대통령의 직접 뇌물죄 적용이란 결론으로 귀결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에 따라 현재 특검은 최씨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에 집중하고 있으며, 단순하게 최씨 일가의 부정축재 문제를 수사하는 차원을 넘어 최씨와 박 대통령이 어떤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파헤치고 있다.


특검은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뇌물공여죄’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는 삼성이 최순실 모녀에게 건넨 돈이 결국 박 대통령에게 준 돈이라는 결론을 내린 셈으로, 박 대통령과 최씨의 ‘경제공동체’ 의혹 관련 진상규명에 한 걸음 더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최씨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과 관련해 유럽 전역에 걸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이를 통해 독일을 비롯한 유럽 몇 개국에 분산 보관 중이란 내용의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최근 재산추적에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와 역외 탈세 전문가 등을 특별수사관으로 채용하는 한편, 금융감독원에 최씨 일가의 재산 내역 조회를 요청해 금융거래 내역과 해외자산 현황 등의 자료를 받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JTBC 방송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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