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보수 세력 규합?…‘문재인 집권 막아라’

▲ 지난해 9월 5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서울 용산구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을 찾아 고 카리모프 대통령 조문을 마치고 대사관을 나서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최근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행보를 심상치 않게 여기고 있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새로운 보수, 진짜 보수정당으로 거듭나려하는 개혁보수신당(가칭)에 옛 친이계 인사들이 대거 주축이 됨은 물론이고 이 전 대통령이 최근 새누리당 탈당을 시사하면서, ‘차기 정권을 반드시 내 손으로 만들겠다’던 이 전 대통령이 본격적인 정권재창출 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이 전 대통령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김무성 전 대표 간의 삼각 협력관계를 점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보수진영의 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반 전 총장이 보수신당 합류가 점쳐지는 것도 그렇고, 대선불출마로 ‘킹메이커’로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김 전 대표가 보수신당을 창당한 대목도 이들 간의 협력관계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이명박-반기문-김무성의 삼각 협력 관계에 대해 들여다봤다.


‘복수의 칼날’ 피하려는 MB?


潘, 대권…金, 정권교체 저지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립현충원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을 탈당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일찍 탈당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면 탈당을 유도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다 지난 다음 연초에 탈당하려고 한다”면서 “전직 대통령이 이만큼 했으면 오래 했지 않았느냐”며 조만간 새누리당을 탈당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점쳐지는 올해 대선에서 이 전 대통령이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등 야권으로의 정권교체를 저지하기 위해 정권재창출 행보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차기 정권 내 손으로 만들겠다”


실제로 이 전 대통령은 ‘차기 정권을 반드시 내 손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은 지난 9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이 최근 들어 차기 정권을 반드시 내 손으로 창출하겠다는 말을 누누이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 측근 차기 정권을 자신의 손으로 창출하기 위해 이 전 대통령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당선 가능성 여부를 따져보고 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지난달에는 이 전 대통령이 ‘반기문 추대 방안’을 보고 받았고, 이를 승인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를 보도한 <CBS노컷뉴스>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의 한 측근 지난달 26일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반기문 추대 방안의 보고와 승인 절차가 있었음을 전했다.


지난해 11월말 MB측근들 회동에서 이 전 대통령이 직접 반 총장 추대방안을 보고 받았고, “한 번 잘해보라”는 대답을 했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대표적 MB계 인사인 이동관 전 홍보수석은 최근 서울 광화문에 사무실을 차려 놓고 “반 전 총장이 귀국 후에 도울 상황이 생기면 도울 것”이라며 반 총장의 조력자임을 자처하고 있다.


이 전 수석의 광화문 캠프에는 친이계로 분류되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정진석 의원을 도왔던 인사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지난해 12월 1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생일을 맞아 일명 친이(친이명박)계 전 현직의원 등이 만찬 회동을 가졌다. 서울 강남구 음식점에서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이 만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개혁보수신당…옛 친이계 인사들 주축


아울러 새누리당에서 분당된 개혁보수신당(가칭)에 친이계 인사들이 주축이 된 점도 이 전 대통령의 정권재창출 행보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영우·정양석·이군현·김용태 의원 등은 MB대선 캠프 출신이고, 정운천 의원은 MB정부에서 초대 농림부 장관을 역임했다.


권성동 의원과 윤한홍 의원은 MB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으로 일했고, 서초구청장을 역임했던 박성중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 인맥으로 알려졌으며, 김학용 의원과 이은재 의원, 이종구 정책위의장 등도 친이계로 꼽힌다.


이들 대부분은 새누리당 시절 비주류로, 친(親)김무성계로 분류됐던 인사들이다.


정권재창출 나서려는 이유


이 전 대통령이 차기 정권재창출에 적극 나서려는 이유는 제1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복수의 칼날이 자신의 목을 겨눌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올해 대선에서 이명박·박근혜 정권 심판을 벼르고 있는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로의 정권교체가 이뤄진다면 박근혜 정권의 국정 농단은 물론이고,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와 4대강, 방산비리 등 이른바 ‘이명박 게이트’의 판도라의 상자가 개봉될 수 있다.


즉, 제1야당이 벼르고 있는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10년의 심판이 현실화 된다는 얘기다.


특히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MB정부에서 검찰 수사를 받다 자살한 만큼, 문 전 대표가 대권을 잡는다면 이 전 대통령은 ‘문재인표 복수의 칼날’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은 필사적으로 정권교체를 막고, 자신의 손으로 정권을 창출해야만 한다는 것.


보수층 결집 노리는 반기문


이 전 대통령이 복수의 칼날의 피하기 위해 자신의 손으로 정권을 창출해야만 한다면, 반 전 총장은 자신이 대권을 잡기 위해선 이 전 대통령이 짜놓은 판에 가담해야만 한다.


최순실과 함께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대통령과 반성 및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는 친박계의 행태로 지지율 추락을 겪고 있는 새누리당 대선후보로는 대권을 잡기란 하늘에 별 따기와 같다.


그렇다고 해서 반 전 총장이 이미 문재인이란 강력 대권주자를 보유한 제1야당으로 갈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반 전 총장의 선택지는 보수신당이나 국민의당에 입당해 치열한 경선을 치르는 것 밖에 없다.


물론 이달 중순 귀국한 뒤 독자적으로 세를 불리다가 조기 대선이 본격화되면 개헌을 고리로 한 연대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한다.


개헌을 고리로 한 연대 과정에서 반 전 총장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통해 문 전 대표와 맞설 대선후보를 선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나, 이는 각 정당에서 치열한 경선을 뚫고 올라온 후보들의 반발 가능성이 커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반 전 총장이 귀국한 뒤 독자적으로 세를 불리다가 조기 대선이 본격화되는 2월이나 3월경 보수신당이나 국민의당에 합류해 1차적으로 치열한 경선 과정을 거친 뒤에야 개헌을 매개로 연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보수신당과 국민의당 중에서도 반 전 총장이 보수층의 결집을 일으킬 수 있는 보수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반 전 총장이 보수신당에 합류하게 되면 새누리당 충청권 인사와 중도층 인사들이 대거 보수신당에 합류하면서 원내3당은 물론 원내2당까지 노려 볼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보수층 결집을 불러와 명실상부한 보수진영 대권후보가 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반 전 총장의 당내 경선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관측되며 개헌 연대가 이뤄진다면 문재인-반기문 형태의 양자대결 구도로 대선을 치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개헌 연대 무산시에는 문재인-반기문-안철수 등 3자구도 내지는 다자구도로 대선이 치러질 전망이다.


어떠한 구도든 보수신당 합류로 보수층 결집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반 전 총장 입장에서는 한 번 해볼만하다는 것.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유엔 본부에서 부인 유순택 여사와 자신의 초상화를 공개하고 있다.

경험 많은 무대…‘킹메이커 적임자’


개헌을 매개로 한 연대나 당내 경선 관리 등에는 보수신당 창당을 주도한 김무성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대표의 경우 헌법에 위배되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농단과 박근혜·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에도 반성과 책임지는 자세를 찾아 볼 수 없는 친박의 행태 탓에 보수진영 궤멸을 우려한 나머지 개혁보수신당 창당을 주도했다.


또한 보수신당 창당으로 진보좌파로의 정권교체를 저지함과 더불어 국정 농단 사태로 꺼져가는 정권재창출의 불씨를 살리려 하고 있다.


이미 대선불출마를 선언한 김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을 대권에 올려놓은 경험과 2007년 대선 경선 당시에도 박근혜 캠프에서 경선을 진두지휘한 만큼, 킹메이커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전 대표는 반 전 총장 영입과 함께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참여하는 당내 경선구도를 만들고, 경선과정에서 흥행을 일으켜 보수층의 결집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경선에서 대선후보를 결정하고 나면 김 전 대표는 친문과 친박, 양극단을 제외하고 개헌을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당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및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 등 야권의 대표적 개헌론자들과의 연대 모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해서 개헌대통령에 탄생에 일익을 담당하겠다는 것이다.


▲ 개혁보수신당(가칭) 김무성 의원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3차 정강정책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처럼 복수의 칼날의 피하기 위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강력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를 물리치고 대권을 잡기 위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진보좌파로의 정권교체 저지와 꺼져가는 정권재창출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김무성 전 대표 등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협력을 도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고개들 들고 있는 이들의 협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질주하고 있는 문재인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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