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아 긴급 체포된 문형표 국민연금 이사장이 28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특검 사무실로 조사를 받기 위해 소환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8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는 문형표 국민연금 이사장을 긴급 체포했다.


특검팀은 전날(27일) 오전 9시 25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던 문 이사장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이날 오전 1시 45분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지난해 7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와 연관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과정에서 문 이사장(당지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에게 전화해 합병 찬성을 종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문 이사장은 특검 조사 과정에서 합병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특검팀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물증 및 사건 주요 관련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문 이사장의 증거 인멸이 크다고 판단하고 긴급체포 결정을 내렸다.


합병 캐스팅보트였던 국민연금공단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 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국민연금공단은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실제로 합병 한 달 뒤 삼성은 최 씨 모녀가 세운 독일 현지법인인 코어스포츠와 220억원대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의 회사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 때문에 특검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대가성이 있었는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문 이사장 긴급 체포에 앞서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의 주거지 등 3곳을 압수수색 했으며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 했다.


홍 전 본부장은 이틀째 이어진 특검 조사에서 복지부 연금정책국 간부로부터 합병 찬성에 관한 요구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국민연금이 삼성 합병에 찬성하도록 김진수 비서관에게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아울러 특검팀은 문 이사장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국민연금공단과 복지부 관계자들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체포영장 만료시한인 48시간 이내에 조사에 속도를 낸 뒤 문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특검 수사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과정에서 대가성이 드러날 경우 최 씨 등에게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이렇게 되면 박 대통령에게도 제3자 뇌물죄 적용이 가능해진다.


특검은 조만간 박상진 삼성전자 대관팀 사장과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최지성 미래전략실 부회장 등 삼성그룹 수뇌부들을 불러 삼성의 최순실 일가 특혜 지원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출국금지 상태인 이재용 부회장도 특검팀에 소환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사진제공 뉴시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