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현정 기자]성탄절 전야인 24일에도 9차 촛불집회가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과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탄핵심판 인용, 한국사회 적폐 청산을 촉구하고자 추운 날씨에 성탄 전야임에도 불구하고 주최 측 추산 연인원(누적인원) 70만여명이 전국 각지 광장으로 몰려나와 집회에 동참했다.


주최측과 인원 집계가 달라 항상 논란이 돼온 경찰 추산 일시점 최다인원은 5만3천명으로 이번에도 14배의 격차를 보였다.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단체들도 맞불집회를 이어갔다. 서울 청계광장과 덕수궁 대한문 앞 등 촛불집회 장소 남쪽에 자리한 탄핵 반대집회 참가자들은 현재 이어지는 촛불집회가 언론과 종북세력에 의해 촉발됐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하야 크리스마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는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가 주최한 '끝까지 간다! 9차 범국민행동-박근혜 정권 즉각 퇴진·조기 탄핵·적폐 청산 행동의 날' 촛불집회가 열렸다.


사전행사 '퇴진콘서트 물러나쇼'에는 마야, 이한철, 에브리싱글데이가 출연했고 이어 암담한 현 시국을 영상화한 윤종신의 뮤직비디오 '그래도 크리스마스'로 본 행사가 시작됐다. 여느 때처럼 노동계 등 각계 인사 및 시민들의 시국발언도 이어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이재화 변호사는 헌재를 향해 “탄핵심판이 오래 걸릴 이유가 없고, 재판 지연은 또 다른 부역”이라며 “촛불이 사그라지면 헌재는 언제든 엉뚱한 판결을 할 수 있다”며 촛불을 든 시민들이 깨어있는 시민의식을 늘 가져야 함을 강조했다.


이날도 법원이 허용한 범위인 신교동교차로, 우리은행 삼청동 영업점, 팔판동 126맨션, 삼청로 세움아트스페이스 앞, 안국역 '룩센트 인코포레이티드' 앞 등 청와대·국무총리공관·헌재 인근에서 오후 10시30분까지 행진이 이어졌다.


본 행사가 끝난 후 오후 6시30분경부터 5개 경로로 나뉘며 행진이 시작됐다. 헌재 쪽으로 행진한 참가자들은 '뿅망치'를 이용해 신속한 탄핵심판 인용을 촉구했고, 총리공관 쪽 참가자들은 '레드카드'를 들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퇴진을 촉구했다.


나뉘었던 이들은 오후 8시께 행진을 평화롭게 마무리짓고 광화문 광장으로 다시 돌아와 '하야 크리스마스'라는 타이틀로 2부 행사를 이어갔다.


주최측은 퇴진행동에 참가한 인원이 오후 8시30분 기준으로 서울에 연인원(누적인원) 60만명이었다고 추산했다. 반면 경찰은 오후 6시30분 순간 최다인원 3만6천명이 집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집회는 성탄 전야임이 감안돼 사전행사부터 축제를 연상시키는 유쾌한 분위기로 이어졌다.


본격적인 집회가 시작되기 전 '박근혜정권 퇴진 청년행동'은 광화문 KT 앞에서 청년 300여명이 산타클로스 복장을 갖춘 채 광화문 주변의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청년산타 대작전' 행사를 진행했다.


이후 청년들은 촛불집회 인원에 흡수돼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 앞까지 행진하며 박 대통령에게 수갑을 선물하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일명 ‘촛불 데이트’로 연인과 함께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것으로 성탄 전야를 보내려는 커플들도 광화문 곳곳에서 발견됐다.


2부 순서 '하야 크리스마스' 행사에는 서울재즈빅밴드, 연영석, 루이스초이 등이 시민들에게 캐럴을 들려주며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전 집회때와 마찬가지로 캐럴송도 현 시국에 맞춰 개사해 부르는 시간도 마련됐다. '징글벨' 가사를 '촛불 이겨서 하야한다면 흥겨워서 소리높여 노래부를래' 등으로 바꾸는 등 다양한 개사곡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행사가 진행되던 중인 오후 6시에는 참가자들이 일제히 소등한 채 정부서울청사 벽면에 '박근혜 구속 조기탄핵'이라는 문구를 빔으로 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역서도 '성탄 촛불'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도 촛불을 든 시민들의 마음은 하나가 돼 축제와 같은 분위기를 만끽하며 곳곳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는 광주전남청년연대 회원들이 산타클로스로 분장해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줬다. 참가자들이 시국 상황에 빗대 캐럴 노랫말을 바꿔 부르기도 했다.


경남 창원시청 앞 창원광장에서도 많은 시민이 산타클로스 모자와 빨간색 외투, 사슴뿔 장식이 있는 머리핀 등으로 성탄 분위기를 연출하며 박 대통령 퇴진과 구속 수사, 탄핵심판 조기 인용을 촉구했다.


제주에서도 '박근혜 정권 퇴진 제주행동'의 주최하에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우병우 전 민정수석 구속, 황교안 권한대행 사퇴를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개최됐다.


주최 측과 경찰 추산 인원은 역시나 현격히 차이가 났다. 주최 측은 이날 서울 외 지역 10만2000명을 포함해 전국에 70만2000명이 모였다고 발표한 반면 경찰은 서울 외 지역에 오후 7시30분 기준 1만7000명이 모여 전국에 일시점 최다인원 5만3000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보수단체 "탄핵 기각" 대규모 맞불집회


보수단체도 맞불집회를 이어갔다.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 등 보수단체들은 이날 촛불집회에 앞서 오후 2시 청계광장에서 ▲박 대통령 탄핵이 무효 ▲이번 탄핵은 언론과 종북세력의 선동이라고 한결같이 주장했다.


이어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도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가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집회를 열었고 이곳에 청계광장 집회 참가자들도 합류했다.


탄기국 대변인인 정광용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장은 “집회에 단가 150원 하는 태극기 10만장을 배포했다”며 “다음 주 토요일인 31일 오후 4시에도 이 자리에 한번 더 모여달라”고 집회 참여를 독려했다.


집회에 참석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촛불보다 더 거대한 태극기 물결 때문에 탄핵이 반드시 기각될 것”이라며 “무슨 말만 하면 '비선실세 국정농단'이라 하는데 역대 정권에서 비선실세가 없었던 적이 없다”고 추운 날 광장에 모인 촛불민심에 역행하는 발언을 했다.


주최 측은 청계광장에 10만명, 대한문 앞에는 160만명이 모인 것으로 밝혔고 경찰은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일시점 최다 인원을 1만5천명으로 추산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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