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망치한 K-Y’ 의기투합…정권재창출 정조준

▲ 새누리당 김무성,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비주류 의원들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모임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을 잃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으로 가까운 사이의 한 쪽이 망하면 다른 한쪽도 그 영향을 받아 온전하기 어려움을 비유하는 한자성어다.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두고, 이 순망치한에 비유하곤 한다. 두 사람은 보수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정치적 성향을 공유하고는 있으나, 타협과 소통을 중시하는 김 전 대표와 대의명분을 지키려는 소신이 강한 유 의원은 다른 구석이 많다.


하지만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집권여당 원투펀치로 이른바 ‘K(김무성)-Y(유승민)라인’을 구축했을 당시, 청와대가 견제할 정도로 당내 상당한 영향력을 끼쳤다. 물론 청와대와 친박의 노골적인 찍어내기로 인해 유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으면서 K-Y라인이 무너졌으나, 두 사람은 병신년 끝자락에서 다시 의기투합 하면서 정계 재편과 내년 대선판도를 흔들려 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정치권의 판세를 뒤바꿀 K-Y라인의 합작품 ‘개혁 보수신당’에 대해 전망해 봤다.


찍혀나간 원조 친박‥김무성·유승민


개혁과 정통보수‥당원과 시민 참여


‘원조 친박’이라 불리는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은 아이러니하게도 박근혜 대통령과 박 대통령을 주군으로 모시는 친박과 선을 긋고 오는 27일 분당을 예고했다.


지난 2005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맡을 당시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은 각각 당 사무총장과 비서실장으로 발탁돼 친박의 탄생을 알렸다.


원조 친박이었던 두 사람은 박 대통령을 정치적 동지로 생각했으나, 박 대통령은 자신과 두 사람의 관계를 군신관계로 여겼다.


이 때문에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은 박 대통령과 멀어졌고, 박 대통령을 향해 맹목적 충성을 받치는 몇몇 사람은 두 사람을 대신해 친박, 그 중에서도 ‘진박(眞朴)’이라 불리는 무리를 형성한다.


박 대통령과 진박 무리는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에게 선을 긋는 것도 모자라, 두 사람을 ‘배신의 정치’로 규정하고 철저히 배척하기에 이른다.


유 의원은 지난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과 국회법 파동으로 찍혀져 나갔고, 김 전 대표는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기 위한 취지로 국민공천제를 천명했으나,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 등 당시 친박계 최고위원들과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합작에 의한 공천 전횡으로 올해 4·13총선에 참패하면서 당 대표직에서 내려왔다.


이와 같이 두 사람은 박 대통령과 친박의 배척에 의해 2선으로 물러나게 됐다. 그러다가 박근혜 정권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이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최 씨의 국정 농단은 ‘최순실 대통령’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박근혜 정권 막후에서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했던 정황들이 터져 나왔다.


최 씨의 국정 농단은 연일 신문과 뉴스에 도배됐고, 이를 접한 국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3차례 대국민담화에서 사과와 반성보다는 본인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데 방점을 찍었고, 대통령직을 유지하려는데 미련이 남아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진박 무리들도 국민 앞에 사과와 반성으로 고개를 숙이기 보다는 박 대통령 엄호와 당권 사수에만 골몰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과 진박 무리들의 책임지지 않는 뻔뻔함과 오만한 행태로 인해 보수진영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짙고도 짙게 드리워졌다.


▲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사무처 협의회 총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협의회에선 최근 일어난 당 중앙윤리위원회 친박계 위원 대거 투입사태에 대한 대응으로 당무거부 논의가 진행됐다.

개혁 보수신당 창당


이에 박 대통령과 진박 무리들에게 배척당하고 당내 비주류 수장이 된 김 전 대표는 탈당에 이은 분당을 고민했다.


비주류의 또 다른 축인 유 의원은 당 안에서 해볼 때까지 해보자는 입장이었으나, 결국 오만하고 뻔뻔한 진박 무리들이 장악한 새누리당 내에서는 변화와 쇄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판단하고 결국 두 사람은 의기투합 했다.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의 의기투합으로 당내 비주류 인사 34명은 오는 27일 분당을 결행한 뒤, 내년 1월 설 명절 전까지 가칭 ‘개혁 보수신당’ 창당 작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창당 작업을 설 명절 전까지 마무리하려는 이유는 설 명절 밥상머리에 보수신당이 주요 화제 거리로 거론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은 정병국 의원과 주호영 의원은 발기인을 모집하고 창당발기인대회를 거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중앙당 등록까지 마무리하는 시점을 내달 20일로 보고 있다.


보수신당은 국회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명 이상의 현역 의원이 참여하기 때문에 국회 원내교섭단체 등록은 당연하거니와, 이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어 원내대표 선출 등의 절차도 신속하게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당명은 공모를 통해 결정하고 당사는 서울 여의도에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당사를 마련하고 나면 사무처 직원들을 채용할 예정이다. 현재 새누리당 사무처 직원 중 일부는 보수신당으로 옮겨갈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오는 27일 분당 결행일자에 맞춰 신당의 기치와 방향성, 당사 위치 등이 일부 공개될 가능성도 있다.


일단 보수신당의 방향성은 경제·사회·노동 분야에서는 개혁을 표방하고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정통보수의 정체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유 의원은 지난 21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김무성 전 대표하고 약속을 하고 다짐을 받은 게, 보수신당은 개혁보수여야 되고, 민주공화국의 가치에 충실해야 하고, 안보는 정통보수의 입장을 견지하되, 경제·노동·복지·교육 이런 분야는 열린 마음으로 개혁적으로, 합리적으로 간다는 약속을 굳게 했다”고 밝혔다.


4당 체제로의 재편


아울러 보수신당은 ‘디지털 정당’을 표방하고 국민의 정책 참여를 강조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병국 창준위원장은 지난 22일 기자들과 만나 “지금의 정당 구조는 사람 중심이어서 자연스럽게 패권주의가 성행하게 된다”며 “새로 만드는 정당은 당원이나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온라인상에 디지털 정당을 구축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토론할 수 있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개혁과 정통보수를 정체성으로 내걸고, 당원과 시민들의 정책 참여 유도를 당 운영방향으로 정한 보수신당의 출현으로 20대 국회는 3당 체제에서 4당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그동안 원내 1당을 유지하던 새누리당이 갈라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1당(121석)으로 등극하고, 새누리당이 원내 2당(94석), 국민의당이 원내 3당(38석), 보수신당이 원내 4당(34석)이 된다.


의석수에 따라 내년 1분기 각 정당에 지급될 국고 보조금은 더민주가 30억 7000만원, 새누리당이 29억 7800만원, 국민의당 21억 4100만원, 보수신당 15억 8000만원을 받는다.


▲ 김무성 유승민 의원 등 비박계 현역 의원들은 지난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집단 탈당 문제를 논의, 오는 27일 '35명 집단 탈당'을 결의했다.

반기문의 선택은?


다만, 내년 1~2월 새누리당 2차 탈당러시로, 탈당 인사들이 보수신당으로 대거 합류하게 되면 보수신당은 국민의당을 제치고 원내 3당에 오른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보수신당 입당 여부에 따라 새누리당 2차 탈당러시의 규모와 보수진영 주도권의 향배가 갈릴 것이란 관측이 대체적이다.


친박계는 반 총장의 새누리당 입당에 희망을 걸고 있는 모양새지만, 내년 1월 귀국하는 반 총장이 온 국민에게 지탄을 받고 있는 친박이 장악한 새누리당으로 가지 않을 것이란 게 정치권의 지배적 시각이다.


그렇다고 반 총장이 제1야당으로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반 총장이 입당하고 싶다고 해도 이미 강력한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한 문재인 전 대표 외에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김부겸 의원 등 유력 대선주자들이 즐비한 더민주가 오히려 반 총장의 입당을 거부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 때문에 반 총장이 귀국 직후 국민의당 또는 보수신당에 입당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반 총장이 보수신당이나 국민의당 등 어느 당에도 소속되지 않고 TV출연이나 대학 강연, 자서전 발간 등 독자적 행보로 세를 불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정당에 속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세를 불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반 총장이 국민적 인지도를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이미 조직과 자금을 갖춘 정당 후보, 특히 본선에서 제1야당의 대선 후보를 꺾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대선정국에 돌입하게 되면 야당은 반 총장이 대통령 될 자질이 있는지 검증의 칼날을 들이 될 것인데, 이를 방어해주고 역공을 펼칠 수 있는 노련한 정치인과 당원이 모여 있는 정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반 총장은 귀국 직후가 됐든, 잠시 독자적으로 세를 불리든 결국에는 정당에 입당해 당내 경선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만약 반 총장이 보수신당에 입당한다면 정진석 전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충청권과 중도 성향 인사들의 집단 탈당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더불어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여권 대선주자들의 보수신당 합류가 점쳐지는 것도 새누리당 탈당러시의 촉발시킬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과 남 지시, 원 지사, 오 전 시장, 유승민 의원 등이 당내 경선에서 치열한 격돌을 펼칠수록, 이는 흥행몰이로 이어져 ‘보수층의 대결집’을 일으킬 수 있다.


▲ 지난 5월 30일 방한일정을 마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인천공항에서 출국에 앞서 취재진에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불임정당 새누리‥보수적통 희망사항


개혁 보수신당‥보수 대결집 촉매제


친박당에 드리워진 존폐의 위기감


이 과정에서 2인자를 두지 않는 박 대통령의 성향 탓에 유력 대권주자를 옹립하지 못한 새누리당은 대선 곁불도 쬐지 못하는 불임정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새누리당을 뛰쳐나와 보수신당으로 합류할 인사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유력 대선주자도 옹립하지 못한 새누리당에서 보수신당으로 합류하는 인사가 늘어날수록 보수진영의 무게추는 보수신당으로 쏠리게 된다.


친박은 현재 자신들이야말로 보수의 적통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대선정국에서 유력 대선주자도 옹립하지 못한 정당이 보수의 적통으로 인정받기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김무성 전 대표는 탈당을 만류하러 온 친박 주광덕 의원에게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대선을 치르지 못하는 정당은 존재의 의미가 없다”고.


이는 조기 대선이 예상되고 있는 현 시점에 유력 대선주자를 옹립하지 못한 새누리당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지금이야 친박이 보수진영의 주도권을 놓지 않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지만, 내년 조기 대선정국이 불거지면 탈당러시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새누리당은 보수신당으로 흡수·통합되고, 친박은 폐족으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김무성 당권, 유승민 대권?


보수진영을 재편하고 내년 조기 대선 판세를 흔들어 놓을 보수신당의 리더를 누가 맡을지도 관심사다.


유승민 의원의 경우 잠재적 대권주자기 때문에 당권을 맡기보다는 대선행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과 남경필 지사 등 여권 유력 대선주자들이 모두 보수신당으로 헤쳐모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유 의원은 이들과의 경선을 준비해야 한다.


이 때문에 대선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전 대표가 보수신당 초대 당 대표를 맡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당 대표를 맡고 싶지 않다는 심경을 내비치고 있다. 다만, 분당파 일각에서는 보수신당이 새누리당을 제치고 보수진영을 주도하려면 당 장악력과 정치력을 갖춘 인사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 새누리당 김무성,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비주류 의원들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모임을 가지고 있다.

모래알 조직 단점도…흥미진진해질 조기 대선


하지만 보수신당에 장밋빛 미래만 전망되는 것은 아니다. 반 총장의 입당 여부도 불투명하고, 보수진영 주도권 경쟁에서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하는 새누리당에게 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비주류는 ‘모래알 조직’이라 불릴 만큼, 응집력과 결집력이 부족했던 것도 큰 문제다.


친박계는 박 대통령을 구심점 삼아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 친박 수뇌부들이 막후에서 지시를 내리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적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는 평가다.


지난 5월 4·13총선 이후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도 그렇고 8·9전당대회, 지난 16일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친박은 일사불란한 조직력을 앞세워 모두 승리했다.


이에 반해 비주류는 응집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번번이 패배하고 말았다. 물론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친박계가 수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반론도 있지만, 비주류 인사들 대부분이 나름의 소신이 강해 하나로 일치된 단결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따라서 창당 이후에도 일치된 단결력과 응집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처럼 오합지졸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내년 조기 대선과 맞물려 쟁점이 될 개헌을 놓고도 개헌파인 김 전 대표와 호헌파인 유 의원의 생각이 달라, 갈등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최악의 경우 새누리당 시절의 친박·비박처럼, 보수신당이 친무(친 김무성)·친유(친 유승민) 세력으로 구분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타협과 소통을 중시하는 김 전 대표와 대의명분과 소신을 지키려는 유 의원이 보수신당을 최악의 사태로 몰아넣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신당은 K-Y 두 사람이 자칫 보수분열을 초래할 수 있고, 보수정당 역사상 전례가 없었던 분당을 추진하기까지 숱한 고민과 고뇌를 거듭한 끝에 내린 결단으로 탄생한 정당이기 때문이다.


K-Y 투톱이 고뇌에 찬 결단 끝에 탄생한 보수신당이 내년 정치권에 불러올 파장이 어느 정도인지, 어떻게 판세를 흔들어 놓을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조기에 치러질 것으로 전망되는 내년 대선은 보수신당의 출현으로 쉽사리 예단하기 어렵게 됐지만, 상당히 흥미진진해 질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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