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새누리당 친박계로 분류되는 이만희 의원과 최순실 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이 국민을 기만한 것으로 봐도 무방한 의혹이 터져 나왔다.


최순실 국정 농단 국정조사 청문회를 앞두고 이만희 의원과 박헌영 전 과장이 서로 입을 맞췄다는 증언이 제기됐다.


지난 17일 해당 의혹을 단독으로 보도한 <중앙일보>에 따르면,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는 월간중앙과의 전화통화에서 “박헌영 과장이 새누리당의 한 의원과 사전에 입을 맞추고 4차 청문회에서 위증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 씨는 “새누리당의 한 의원이 박 전 과장에게 ‘최 씨와 일하며 태블릿PC를 본적이 있느냐’고 물으면 박 전 과장은 ‘(최 씨가 아닌)고 씨가 들고 다니는 것을 봤다. 한번은 (고 씨가) 태블릿PC 충전기를 구해 오라고도 했다’는 스토리로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 씨와 이 같은 내용의 전화인터뷰 시점에 대해 월간중앙은 지난 13일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틀 후였던 지난 15일 고 씨의 예언은 적중했다.


이날 최순실 국정 농단 국정조사 4차 청문회에서 친박 이만희 의원은 박 전 과장에게 “종편(JTBC)에서 문제가 됐던 태블릿PC를 본 적이 있느냐” 물었고, 박 전 과장은 “고 씨가 평소에 태블릿PC를 사용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답했다.


박 전 과장은 이어 “당시 (고영태 이사가)태블릿PC에 맞는 충전기를 사오라고 시켰는데, 아무 충전기나 꽂으면 되지 않냐고 했더니, 구형이라 핀이 맞지 않는다고 일반 충전기로는 안 된다고 했다”면서 “그런데 제가 맞는 충전기를 못 사가, 고 전 이사가 핀잔을 줘서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씨가 월간중앙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밝힌 그대로 질의응답이 연출된 것이다. 만약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만희 의원과 박 전 과장이 서로 짜고 국민을 기만한 것이 된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새누리당 김성태 위원장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5차 청문회(22일)에 박 전 과장을 증인으로 부를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 전 과정이 이날 청문회에 출석하게 되면 이미 증인으로 채택된 고 씨와 청문위원인 이만희 의원 등과 3자 대면이 이뤄져, 치열한 진실공방을 벌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野 “친박,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공범”…하태경 “경악”


친박 이만희 의원과 박 전 과정이 입을 맞춰 위증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 친박계를 최순실 국정 농단의 공범으로 지목했다.


기동민 대변인은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이만희 의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친박색이 옅은 인사로 알고 있다”며 “이런 성향의 인사들조차 이번 과정에 가담한 걸 보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방조와 묵인하는데, 친박계 의원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친박계를 비난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도 이날 뉴시와의 통화에서 “만약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며 “새누리당이 아직도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사건이고, 또 박근혜 게이트에 새누리당도 사실상의 공범임을 입증하는 것으로 해체돼야 할 이유가 추가된 꼴”이라고 비판했다.


여당 청문위원인 하태경 의원 역시 충격적이라는 입장이다.


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누구를 막론하고 위증 교사가 있었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고 그 진상이 백일하에 드러나야 한다”며 “저는 국조위원으로서 본 위증 교사 의혹에 대해 국조특위 차원의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겠다”며 김성태 위원장에게 전화해 박 전 과정이 5차 청문회에 출석할 수 있도록 강력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만희 “제보 내용 바탕으로 태블릿PC 질의…고영태 허위사실 유포로 법적대응”


위증교사 의혹의 당사자인 이만희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관련 내용은 명백히 사실과 다름을 밝히고자 한다”면서 “저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박헌영 증인을 만나거나 전화 통화조차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 의원은 “더욱이 사전에 입을 맞추거나 태블릿PC에 대해 박헌영에게 위증을 하라고 지시하거나, 교사한 사실은 더더욱 없다”며 “이는 명백히 잘못된 내용”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 의원은 박 전 과장에게 태블릿PC 대해 질의한 것에 대해 “사전에 제보자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4차 청문회를 앞둔 지난 12일 XX뉴스 TV 이모 기자로부터 저의 의원실 비서관에게 연락이 와서 태블릿PC와 관련해 제보자들과 함께 찾아보고 싶다는 요청이 왔고, 다음날인 13


일 저녁 9시 50분쯤 저의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제보자들을)만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어 “함께 온 사람은 더블루케이에서 6월부터 근무했다고 하는 류모 씨와 고영태 씨의 펜싱 선배라고 하는 정모씨, 그리고 XX뉴스 TV 이모 기자였다”며 “세 사람 다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제보자들은 고영태 씨의 지난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위증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제보를 하겠다고 결심을 했고, 그동안 태블릿PC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질의해 온 본 의원에게 연락을 하게 됐다고 했다”며 “저와 제 비서관 그리고 XX뉴스 TV 이모 기자, 동행한 두 사람, 이렇게 5명이 제 사무실에서 만나 함께 이야길 나눴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자라에서 제보자들은 종편에서 보도됐던 태블릿PC에 대해 고 씨는 청문회에서 알지 못한다고 했지만 분명히 고 씨가 들고 다니는 것을 본 적이 있으며, 최순실도 더블루케이 사무실에 짐을 정리하면서 본인들에게 태블릿은 고영태의 것이라니 고영태 책상에 넣어두라고 하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한 제가 종편이 입수한 태블릿과 당신들이 사무실에서 봤던 태블릿이 동일한 것이냐 물었고 ‘고영태가 여직원과 박헌영 과장에게 전원케이블을 사오라고 시켰는데 둘 다 맞는 것을 사오지 못해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는 진술을 하기도 했다”며 “저는 이런 제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관계자인 박헌영 증인에게 사실 확인을 위해 질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의 이 같은 항변은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박 전 과장에게 태블릿PC에 대해 질의를 했을 뿐, 사전에 입을 맞춘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 의원은 “저는 고영태 씨의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며 향후 이에 대한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 달라”면서도 “언론사(월간중앙)에 대한 법적 대응 문제는 좀 더 고려해 볼 문제”라며 유보적 입장을 드러냈다.


일각, “최순실 일당, 사전에 친박 접촉했을 가능성 배제할 수만은 없어”


그러나 이 의원의 이 같은 해명에도 일각에서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최순실 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은 ‘국정조사 대응방침’이란 문건을 작성했는데, 해당 문건에는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과 최교일 의원, 위증교사 의혹의 장본인인 이만희 의원 3명을 청색으로 표시하고 친박이라 표기했다.


반면 더민주 박영선 의원과 안민석 의원 등은 적색으로 표시한 뒤 공격수라고 표기했다.


해당 문건은 박영선 의원이 입수해 공개했는데, 박 전 과장도 해당 문건을 본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이는 청문회를 앞두고 최순실 일당이 여야 의원들을 아군과 적군으로 나눔과 더불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친박 의원들을 사전에 분류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순실 일당이 사전에 친박 의원들과 접촉했을 가능성을 아예 배제해 버릴 수만은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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