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못한 개미들의 반란…실적 악화 불구 ‘성과급 파티’

▲ 웹젠 뮤레전드.

[스페셜경제=이현정 기자]중견게임사 ‘웹젠’의 김태영 대표가 ‘탄핵’ 위기에 놓여져 있다. 100명이 넘는 소액주주가 김 대표의 경영 방식에 불만을 품고 대표 해임을 건의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웹젠은 ‘뮤 오리진’ 이후 차기작 부재 등을 겪으며 회사의 실적과 주가는 바닥을 찍었다. 김태영 대표는 실적 악화를 이유로 주주 배당은 한 차례도 하지 않으면서, 직원들에게는 ‘성과급 파티’를 해주는 등 형평에 맞지 않는 경영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뮤’ 흥행 잔치 끝나자 급감하는 ‘매출’


게임사 ‘웹젠’은 올 들어 지속된 실적 부진으로 주주와의 갈등이 깊어진 가운데 주식이 1년만에 70% 가까이 떨어졌다. 작년 4월 30일 4만5500원으로 최고점을 찍던 주가는 점차 내림세를 나타내더니 21일 기준 1만4000원대로 가치가 반토막 넘게 뚝 떨어졌다. 모바일 MMORPG ‘뮤오리진’ 흥행에 따른 매출은 끝났다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실적도 부진을 겪고 있다. 올해 3분기 웹젠 영업이익은 99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5.7% 감소했다. 6분기 만에 영업이익이 100억원을 하회한 것이다. 매출액 또한 486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대비 37.8% 줄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웹젠의 이 같은 현상은 업계 전체가 불경기를 맞은 탓”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에 반발한 주주들은 회사 경영진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현석 외 117명의 소액주주들은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김태영 대표이사, 김난희 사내이사 등 2명을 해임하는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임시주총 소집에 관한 건이다.


웹젠 관계자는 '주주들이 주가 부진과 실적 하락세가 운영진의 탓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게임 산업이라는 게 흥행 산업이 있으면 매출이 갑자기 좋아지고 흥행하지 못하면 당분간 매출이 정체를 겪게 되는데 그 부분에 대해 경영이나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라고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소송에 관련된 부분은 현재 진행 중인 사항이라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경영 실적이 부진하게 된 배경에는 핵심 매출원에 해당하는 ‘뮤’ IP 게임의 하락세가 있었다. 올해 3분기 ‘뮤’ 관련 매출은 3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해 절반으로 뚝 떨어진 셈이다. 현재 웹젠 매출의 81%를 ‘뮤’ 관련 매출이 일으키고 있어 ‘뮤’의 흥행여부는 기업 전체 실적을 쥐락펴락하는 모양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웹젠은 다른 대안을 찾지 않고 ‘뮤’ IP 활용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01년 웹젠은 PC게임 ‘뮤온라인’을 출시했고 해당 게임이 14년째 효자콘텐츠로 자리잡자 웹젠은 2014년 PC게임 ‘뮤온라인’의 유명세를 쫓아 모바일버전 ‘뮤오리진’을 출시했다.


이어 내년 1분기에는 또 다시 ‘뮤’ IP를 활용한 PC게임을 계획하고 있다. 10월 초 국내 출시한 웹게임 ‘뮤 이그니션’을 합하면 ‘뮤’ IP 관련 대표 게임만 총 4개가 되는 셈이다.


‘뮤’ IP 편승하려‥콘텐츠 연구개발은 ‘뒷전?’


이러한 상황에서 ‘뮤’ 이후 내세울 만한 차기 흥행작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웹젠은 현재 새로운 콘텐츠 개발은 뒷전으로 미뤄둔 채 기존에 흥행했던 게임 IP에만 연연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웹젠은 내년 1분기를 겨냥해 ‘뮤’ IP를 활용한 세 번째 신작 PC게임 ‘뮤레전드’를 주력 게임으로 개발 하고 있다.


연내로는 또 다른 모바일게임 ‘아제라:아이언하트’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IP 원작인 PC버전의 ‘아제라’는 이미 흥행면에서 실패를 기록한 바 있어 현재로는 실적 개선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웹젠 관계자는 "업계 트랜드가 과거에 흥행몰이를 한 게임을 다시 리메이크하는 것으로 흐르고 있다"고 답변해 현실에 안주하는 게임사들의 단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웹젠 김태형 대표.

소액주주 ‘손해만 줄줄이’ vs 직원, 호실적 기록에 ‘성과급’


주주 손해가 가속화되는 반면 회사는 직원들에게 관대했다. 지난해 웹젠은 ‘뮤오리진’ 관련 전담 사업인력에 약 60억원이 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뮤오리진’이 일으킨 실적은 작년 분에 반영돼 2014년 매출액 대비 3배가 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웹젠 관계자는 "게임산업이 인력 외 투자되는 비용이 거의 없다. 좋은 인력 확보가 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제껏 소소한 지급은 있었기 때문에 성과급 지급이 처음은 아니다. 창사이래 최대 실적을 내서 같이 고생한 직원들한테 지급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적이 올랐다는 회사 측 설명대로라면 주주에 대한 현금배당도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웹젠 관계자는 "2015년 기준 성과급이 지급된 것이다"며 앞뒤 맞지 않는 설명을 늘어놓았다.


▲ 홍보팀이 보내온 답변.

김태영 대표는 얼마 전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지스타 2016’ 현장에서 "지난해 '뮤 오리진' 성공으로 너무 이르게 축포를 터트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올해는 기대치를 웃도는 성공도, 반대의 경우도 있었던 만큼 전반적인 역량 강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또 "내년은 야구로 치면 가장 많이 타석에 오르는 해다. 남은 것은 얼마나 배트를 잘 휘두르냐다. 성과로 증명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업체들이 최근 2~3년 새 제대로 된 신작을 내놓지 않는 현실이다. 투자비를 들여 신작을 만들기 보다는 기존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게임에 연연하는 과정에서 매출 하락 등이 비롯돼 이번 상황도 벌어진 것으로 본다. 결국은 새로운 콘텐츠 개발과 아이템을 잡아야 하는데, 개발자에 대한 투자와 고객들의 서비스 마인드를 갖지 않는다면 이러한 사태는 계속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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