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관 고리 중심에선 ‘아름다운재단’(?)

▲ AW189<아구스타 웨스트랜드>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서울소방재난본부가 노후화된 소방헬기 1대를 교체하기 위해 340억원을 투입한 ‘다목적헬기 도입 사업’. 하지만 지난달 5일 입찰마감에 한 곳만이 참여해 유찰됐고, 2차 입찰에도 새로운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두 번의 유찰로 인해 국가계약법에 따라 서울시 소방본부는 단독으로 소방헬기를 구매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유일하게 입찰에 참여한 AW(아구스타 웨스트렌드)와 발빠르게 수의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서울시가 처음부터 AW사에 지나친 특혜를 제공, AW를 위한 맞춤형 입찰을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또 이 과정에서 소방본부가 요구한 국문제안서도 제출하지 않으면서 난관에 부딪친 계약사업을 공교롭게 서울시가 풀어주면서 의혹은 더욱 짖어지고 있다. 서울시가 ‘부적합’ 카드보다 ‘재평가’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노골적으로 특혜를 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의혹의 연결고리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몸담았던 ‘아름다운 재단’이 있어 의혹은 가중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서울시와 AW의 수상한 커넥션을 살펴봤다.


서울시 산하 119특수구조단이 소방헬기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입찰 공고부터 선정까지 무수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일각에서는 처음부터 특정업체의 기종을 선정하고 입찰을 진행한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입찰 공고부터 논란의 시작


서울시는 소방헬기 교체를 위해 올해 4월 6일까지 입찰 참여 업체들을 대상으로 견적서 제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시한 내 견적서를 제출한 곳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뿐이었다.


이 사업에 관심을 보인 외산업체 AW(아구스타 웨스트랜드)와 에어버스 등은 견적서 제출을 기한 내 마무리 짓지 못했다. 에어버스는 5월 31일, AW는 6월23일 견적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어떠한 제약도 없이 이를 받아 들였다.


AW 대행사와 서울시 밀월관계…공고부터 이미 결정됐다(?)


특정업체 지나친 편의 제공…AW와 수의계약 진행하는 서울시


7월 18일 서울시 소방본부 119특수구조단은 헬기구매사업 사전 규격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도 납득하기 힘든 지나치게 까다로운 규정을 제시되면서 불만이 속출했다.


▲ 서울시 소방헬기 사업에서 배제된 국산 수리온.

서울시가 제시한 입찰조건에는 국토부 표준증명 획득과 카테고리 A등급, 항속거리 800km 이상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일각에서는 타 지자체보다 엄격한 규정을 제시하면서 국산 헬기 수리온의 배제와 특정 업체의 손을 들어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당시 국산 수리온의 경우 군용헬기로 개발된 만큼 국토부가 아닌 방위사업청 형식승인을 보유하고 있었다. 수리온 개발사인 KAI는 납품시 특별감항인증을 받아 안전성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기에 수리온의 최대 항속거리 770Km보다 30Km가 넘으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수리온만 배제 <왜>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산 헬기를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으로 수리온을 만들었지만 지자체 등은 입찰 참여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다”며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 수리온이 과연 소방헬기로 적절한지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최대한의 안전’이라는 논리로 입찰을 강행했다. 그 결과 10월 5일 마감한 입찰에서 AW만이 단독으로 참여해 유찰됐다. 지난 1일 마감된 두 번째 입찰 역시 AW만이 단독으로 참여해 유찰됐다.


입찰 규정에 따라 두 번의 유찰로 인해 서울소방은 AW사를 상대로 수의계약을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이 과정도 순탄치 않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서울소방은 계약에 앞서 지난 9일 AW에 대해 제안서 평가를 진행했다. 이는 제반 규정 및 성능에 대해 이상 유무를 판별해 도입 요건에 저촉되지 않으면 헬기를 도입하는 절차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W사는 영문제안서만을 제출했다. 소방헬기 입찰요청서에 따르면 업체는 입찰제안서의 한글본과 영문본을 함께 제출토록 되어있다. 또한 입찰제안서에 한글본과 영문본이 상이한 경우 한글본을 우선한다고 적시되어 있다. AW는 제안서의 가장 중요한 핵심인 한글제안서를 누락하면서 과연 입찰에 참여할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다.


제안서 누락은 평가의 핵심 요소로 증빙자료 미흡 등으로 검토가 불가능할 경우, 평가에서 불이익 또는 부적합 처리 당할 수 있다.


서울시 의회, 도입 중단 주장


지난달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제기됐다. 4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안행위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은 “소방헬기 입찰을 마감하는데 시가 설정한 항속거리 800㎞가 나오는 헬기가 있는 곳은 아구스타 웨스트랜드 밖에 없다”며 “사실상 지명 입찰에 가깝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이 의원은 “외국 항공이 들어올 때 사후 수리는 어떻게 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김희걸 의원은 지난 16일 제271회 정례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서울소방본부 행정사무감사에서 소울소방 헬기 교체 작업에 문제가 있다며 잠정적으로 헬기 구매 중단을 요구했다.


국산 수리온 철저히 배재…김희걸 의원 “헬기구매 중단해야”


사고 논란 끊이질 않는 ‘AW’…안전한 헬기 주장에 ‘아리송’


김 의원은 의혹이 확전되는 가운데에서도 구매를 강행하면 법적조치와 예산 중단도 검토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도입 반대의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이미 국산헬기가 제주와 충남 소방에서 구매 계약을 했다며 이는 안정성과 신뢰성에 의문 없다며 서울시가 도입 공고에서 밝힌 지나치게 편중된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서울시가 지나치게 까다로운 규정을 제시한 것이 AW사의 특혜라고 주장했다. 카테고리A 인증이 도심지역 비행의 필수 조선이 아니라는 국토교통부의 국정감사 답변이 나왔고 특별감항증명을 받아 운항해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14인승인데 한번도 정원을 체운적이 없는 서울시가 18인승을 주장하는 것도 AW 특혜의 의혹으로 제기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입찰 공고 단계부터 특정 업체를 배제하고 또 다른 특정 업체의 스팩으로 공고를 내는 것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며 “도입 주체가 이러한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고, 효율성과 안전성, 실효성 등을 다각도로 평가해 지자체에 맞는 소방헬기를 구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혹의 고리 아름다운 재단(?)


의혹의 중심에 선 것은 아름다운 재단이다. 아름다운재단은 기부문화 조성을 위해 시민들의 참여로 설립된 공익재단으로 지난 2000년 문을 열었다. 당시 설립에 중심에 섰던 인사는 시민운동으로 활발한 사회참여를 해왔던 박원순 변호사. 현 서울시장이다. 박 시장은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재단 총괄상임이사를 맡아왔다.


▲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시가 헬기 사업으로 추진한 AW의 국내 홍보 대행을 맡고 있는 곳은 '플레시먼힐러드'. 이곳의 한국 지사장을 맡고 있는 박영숙 대표 역시 아름다운 재단의 이사를 맡고 있다.


박 대표는 2002년 플레시먼힐러드 부장을 거쳐 2004년부터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 대표를 맡고 있고 2008년부터 현재까지 재단 이사를 엮임하고 있다. 박 시장과 박 대표는 최소 2년 이상 같은 재단 이사로 활동했으며 현재 박 시장이 이곳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수년 이상 관계를 맺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와 플레시먼힐러드의 관계는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 중 하나인 서울시시설관리공단의 이사장 역시 플래시먼힐러드 출신이다. 공사의 이지윤 이사장은 플래시먼힐러드코리아에서 1998년부터 2013년까지 재직했으며 부사장으로 역임했다. 이후 시설관리공단 문화체육본부장과 경영전략본부장을 거쳐 올해 3월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과 인연이 있는 박 대표의 플래시먼힐러드가 AW의 홍보대행을 맡으면서 관계를 형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플레시먼힐러드 측은 “자사의 대표가 박원순 시장이 상임이사를 지낸 바 있는 아름다운재단의 이사로 현재 활동하시는 것 이외에는 어떠한 관계도 없다”며 관련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서울시의 이중 잣대


서울시가 소방헬기의 사전규격에는 특정 업체를 밀어내고 특정업체를 끌어들이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박 시장은 최근 지하철 2호선 노후화 교체 사업에서 저가 업체를 수주하면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번 헬기 교체 사업에서는 안전이란 주장 하에 스팩을 AW-189에 맞춘 것이다.


국산 수리온의 가격은 255억원, 외산헬기 AW-189의 대당 가격은 340억원이다. 여기에 고장 등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면 유럽 현지로 가서 부품을 수급해야 하는 문제점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07년 해군의 해상작전헬기 1차 사업에서 아구스타는 각종 성능미달 문제와 납기 지연 등으로 문제를 일으켰다”며 “해경은 지난해 6월 다목적 대형헬기 구매사업에서 아구스타를 신뢰할 수 없는 업체로 규정해 불합격 처리시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논란이 일으키고 있는 업체를 특정해 구입하려는 의도는 무언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갖은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서울시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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