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朴’ 엮이면 무조건 ‘압수수색’(?)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재계가 때 아닌 폭탄을 맞고 있다. 최순실 모녀에게 특혜성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그룹에 이어 롯데그룹과 SK그룹 등 재계 서열 상위 그룹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면서 최 씨와의 연관성 지우기에 그룹들은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검찰이 최순실 게이트의 전방위 수사를 천명하고 그룹 총수들을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하면서 연말 정기인사와 조직개편, 내년도 사업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최순실 악재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최씨와 연관된 사업 등이 있는지 확인하는 등 분주한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최씨 일가에 대한 대출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앓기도 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최순실 게이트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재계를 살펴봤다.


그야말로 좌불안석(坐不安席)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재계의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지고, 정권의 압박에 못 이겨 재단 후원금을 낸 기업 총수들은 검찰에 소환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연말 정기인사와 조직개편, 내년도 사업구상에는 일시정지 버튼까지 눌려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업 이미지 추락이다. 사실 관계를 더 확인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수사 결과를 토대로 볼 때 기업들의 출연에는 대가성보다는 정권의 압박성에 대한 보험성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기업들이 부도덕한 기업들로 매도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 총수들이 검찰에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부도덕한 기업의 상징으로 비취지고 있다는데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도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총수들의 검찰 소환 조사까지 예정돼 있어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라며 “혹시 불똥이 기업들에게 뛸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檢, 칼 끝에 놓인 재계


지난 24일 최순실 게이트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면세점 특허와 관련해 롯데그룹과 SK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을 펼쳤다.


검찰은 두 그룹의 컨트롤타워격인 정책본부와 수펙스추구협의회 사무실에 수사관을 파견,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두 기업은 면세점 특허 관련에서 나란히 탈락했지만 최순실이 사실상 주도한 것으로 드러난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수십억원의 출연금을 내면서 기사회생의 기회를 얻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순실 국정논란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대되면서 그와 연관을 맺었거나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기업에 대해 검찰의 칼날이 향하고 있어 연관성이 드러난 기업이나 의혹이 있는 기업은 좌불안석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재계는 국회 국정조사 특위 증인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8대 그룹의 총수가 채택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경영에 초비상이 걸렸다.


연말을 맞아 내년도 사업 계획수립과 조직개편 등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국회 증인으로까지 참석하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 21일 여야는 국조특위 증인채택과 관련해 이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 8명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독대 총수 기업’ 참고인 소환…피해자인가(?) 공모자인가(?)


최순실 청문회 앞두고 ‘좌불안석’…금융권 대출 의혹 ‘화들짝’


각 그룹의 총수들은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히고 있지만 혹시 모를 불안감이 재계를 감돌고 있다.


내달 6일로 잡힌 1차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하는 그룹의 청문회 대응체제에 전사적으로 준비하는 모습이다. 혹시 이 자리에서 총수의 실언이나 불필요한 발언을 할 경우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위기의 삼성, 최순실 파장


재계 그룹 중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은 삼성이다. 삼성은 최순실 일가 특혜지원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받은 데 이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또 다시 불거지면서 이달에만 3번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23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찬성표를 던진 국민연금공단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 했다.


검찰이 삼성그룹의 최고위층 핵심 인사인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부회장 사무실까지 수색하면서 삼성의 긴장감은 한 층 높아졌다. 삼성은 지난 8일 1차 압수수색 당시 장충기 사장 미래전략실 차장 사무실과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사무실 등을 수색 당했고, 15일 2차 압수수색에는 제일기획 스포츠단 사무실이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이번 압수수색의 분위기는 달랐다. 그룹의 명운과 함께 이재용 체재의 경영승계의 구심점이 되는 삼성물산의 합병이 문제가 된 것이다.


합병이 이뤄지면 2대 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이 손해를 보는 구조에서 기금운영본부가 의결권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찬성표를 던진 과정에 검찰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삼성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총 204억원의 출연한데 이어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35억원의 추가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지원의 댓가로 최씨가 청와대 측에 국민연금에 찬성표를 던질 것을 요구했을 것이란 것이 검찰 측의 의혹이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청와대를 언급하면서 국민연금에 합병에 찬성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면서 문제는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공개한 최순실 게이트의 공소장에 삼성이 빠지면서 검찰이 삼성에 대해서는 뇌물죄 명목으로 따로 조사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도 ‘초비상’


최순실이 휩쓸고 간 파장은 재계 뿐만아니라 금융계도 강타했다. 시중은행들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특혜대출 의혹을 받고 있다.


최씨는 자신의 강남 신사동 건물과 강원도 평창 땅 등을 담보로 KB국민은행으로부터 5억원을 대출받았으며, 딸 정유라씨는 KEB하나은행으로부터 3억원대의 대출을 받았다. 금감원은 최근 하나은행에 대한 종합검사에서 정씨의 대출 절차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최씨의 그림자가 금융권에도 퍼져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한 차례 태풍이 지났지만 언제 다시 사정기관의 칼날이 금융권으로 쏠릴지 몰라 불안감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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